국제 신용경색 해소 위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국제적인 신용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도박'에 나섰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이번 정책에서 성공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간에 안정시킨 새로운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FRB는 유럽중앙은행(ECB) 및 스위스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 등 4개 중앙은행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국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FRB는 이를 위해 ECB에 200억달러,스위스 중앙은행에 4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설정했다.

이들 은행은 필요할 경우 달러화로 돈을 인출해 자국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

또 '기간입찰대출(TAF)'이라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방안을 통해 미국 내 금융회사들에 연내에 400억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대출의 만기는 30일 안팎으로 환매채(RP)의 1~7일보다 길다.

또 입찰 참여 금융회사의 폭이 넓은 데다 익명성도 보장돼 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들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1차 입찰은 17일, 2차 입찰은 20일 각각 실시된다.

대출금액은 각각 200억달러로 총 400억달러다.

FRB로서는 연내에 640억달러를 국내외 금융시장에 푸는 셈이다.

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공조체제를 구축한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이다.

서로 이해가 달랐던 중앙은행들이 공조체제를 구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했지만 시장은 제한적으로 반응했다.

FRB가 지난 12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발표 직후 2% 가까이 뛰었지만 곧바로 힘을 잃으면서 41포인트(0.31%)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패할 경우 중앙은행 간 공조체제도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신용 경색이 심각하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