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 할인율
요즘은 대개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요금을 할인해 주는 지하철 정액권을 주로 이용했다.
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만 내면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지하철공사가 어느 날부터인가 1만1000원어치를 쓸 수 있는 정액권을 1만원에 파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승객 입장에선 어느 쪽이 이득이 될까?
지금 손에 1만원이 있다.
이 돈을 지금 쓰면 1만원짜리 책이나 피자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 넣어 놓으면 이자가 6%인 경우 이자가 6%라면 1만600원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물가가 1년간 3% 올랐다면 1년 뒤 돈의 가치는 1만300원으로 또 달라진다.
왜 이렇게 돈의 가치가 제각각으로 변할까?
오늘은 이자율과 할인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개념만 알아도 국내외 금융시장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덤으로 사회적 할인율에 관한 지문이 나온 올해 수능시험 언어영역 44~46번 문제가 낯설지 않게 보일 것이다.
⊙ 지하철공사의 '꼼수'
위 사례는 얼핏 보면 1000원의 에누리니까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지하철공사가 액면가 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에 팔면 10%(1000원÷1만원×100)를 에누리한 것이 된다.
그러나 1만원을 내고 1만1000원까지 쓸 수 있게 한 정액권의 경우엔 9.09%(1000원÷1만1000원×100)를 깎아준 것이 된다.
결국 정액권을 깎아주는 비율이 0.91%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
승객 입장에선 그만큼 돈을 더 내고 타는 셈이니까 후자의 할인 방법이 손해다.
정액권 1만원당 고작 91원 차이일 뿐이니 각자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미미한 금액이지만,지하철을 한 해에 연인원 1억명이 이용한다면 지하철공사는 91억원을 더 번다.
⊙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사람의 오늘과 내일이 다르듯 돈의 가치도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돈의 현재 가치는 지금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으로 평가된다.
1만원짜리 지폐의 현재가치는 1만원이지만 1년,5년,10년 뒤 미래가치는 이자율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 만족감을 줄 소비를 포기하고 저축함으로써 받는 대가가 바로 이자율이다.
이자율은 자금의 수요·공급(예를 들어 대출액과 저축액)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할인율은 지금 돈을 빌려주고 미래에 원금을 돌려받는 경우 지금 당장 얼마를 선(先)이자로 떼야 하는가를 나타낸다.
1년 뒤 1만원을 받기로 하고 6%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준다면 지금 내줄 돈은 선이자를 뗀 약 9435원{1만원÷(1+0.06)}이 된다.
이를 이자율 관점에서 보면 9435원을 이자율 6%짜리 예금에 들었다 1년 뒤 1만원을 찾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자율이 현재가치를 미래가치로 환산하는 비율이라면,할인율은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반대 각도에서 본 이자율이라 할 수 있다.
할인율은 주로 채권의 수익률(원금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계산할 때 적용된다.
채권을 소유하면 액면에 적힌 이자율(표면이율)로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받지만,채권을 팔 때면 만기 때 받을 금액(원금)에서 이미 받은 이자만큼을 할인해서 거래하게 된다.
⊙ 시간은 정말 돈이다
예전에는 돈을 벌어 장롱 속 깊숙이 감추거나,장판 밑에 깔아두거나,항아리에 넣어 마당에 묻어 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도난당할 걱정,남에게 빌려줬다 떼일 걱정,금융회사에 맡겼다가 못받을 걱정 등 이런저런 염려 때문이다.
이 경우엔 이자를 전혀 받을 수 없다.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장롱 속 돈의 값어치는 떨어진다.
때문에 '시간은 돈'이란 격언은 참이다.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상품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은 (투자)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정해진 이자를 주는 게 아니고(채권의 표면이율은 예외),주가나 금리 변동에 따라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나 할인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수익률은 얼마든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대체로 은행의 이자율보다 펀드의 수익률의 진폭이 크다.
은행에 예금하는 사람은 위험기피형(원리금 보장을 선호),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은 위험선호형(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선호)이라고 한다.
위험선호형은 위험기피형보다 기대수익이 높다.
즉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더 벌어야 만족한다는 얘기다.
그 차이를 위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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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편익분석과 사회적 할인율
올해 수험생들은 지난달 15일 치른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다소 생소한 지문을 접했을 것이다.
공공사업의 타당성,비용편익 분석,사회적 할인율 등 후생경제학의 개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 이자율,자본 수익률까지 나오니 경제학을 모르는 학생들은 지레 겁먹기 십상이다.
물론 언어영역 시험이 독해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니 꼼꼼히 읽으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 지문에는 그런 경제학 개념들이 잘 설명돼 있다.
도로,교량,공원 건설 등 각종 공공사업의 타당성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여기에서 나올 편익(사회적 총효용)을 비교해 분석한다.
비용편익분석이란 방법을 쓰는데,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면 타당하다(사회적 후생을 높인다)고 본다.
이때 공공사업의 비용은 지금 당장 투입해야 하지만 이로 인한 편익은 미래에 두고두고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 비용과 편익을 안다고 해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예컨대 도로를 건설하는 데 공사비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것은 비용이고,이로 인한 대가(편익)는 통행료 징수,이용자들의 시간 절약,물류 활성화 등이 된다.
당장 들어갈 비용은 현재가치이니 미래의 편익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비교해야 한다.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바꿔주는 게 할인율이다.
지문에 나온대로 이자율이 10%이면 1년 뒤 가치는 원금×(1+0.1)이 된다.
그러나 할인율이 10%인 경우엔 1년 뒤 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원금÷(1+0.1)이 된다.
공공사업은 사회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투자와는 차이가 크다.
개인들은 대개 당장 이익이 나는 것은 크게 여기는 반면 먼 훗날 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가치를 낮게 여기는 근시안적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얻을 편익까지도 고려해 결정한다.
그래서 사회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공공사업의 편익은 개인적 관점보다 커지게 된다.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사회적 할인율이다.
사회 전체의 편익을 개개인이 얻는 편익보다는 크게 보기 때문에 공공사업을 결정을 할 때 적용하는 사회적 할인율은 개인의 할인율보다 낮다.
요즘은 대개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요금을 할인해 주는 지하철 정액권을 주로 이용했다.
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만 내면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지하철공사가 어느 날부터인가 1만1000원어치를 쓸 수 있는 정액권을 1만원에 파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승객 입장에선 어느 쪽이 이득이 될까?
지금 손에 1만원이 있다.
이 돈을 지금 쓰면 1만원짜리 책이나 피자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 넣어 놓으면 이자가 6%인 경우 이자가 6%라면 1만600원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물가가 1년간 3% 올랐다면 1년 뒤 돈의 가치는 1만300원으로 또 달라진다.
왜 이렇게 돈의 가치가 제각각으로 변할까?
오늘은 이자율과 할인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개념만 알아도 국내외 금융시장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덤으로 사회적 할인율에 관한 지문이 나온 올해 수능시험 언어영역 44~46번 문제가 낯설지 않게 보일 것이다.
⊙ 지하철공사의 '꼼수'
위 사례는 얼핏 보면 1000원의 에누리니까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지하철공사가 액면가 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에 팔면 10%(1000원÷1만원×100)를 에누리한 것이 된다.
그러나 1만원을 내고 1만1000원까지 쓸 수 있게 한 정액권의 경우엔 9.09%(1000원÷1만1000원×100)를 깎아준 것이 된다.
결국 정액권을 깎아주는 비율이 0.91%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
승객 입장에선 그만큼 돈을 더 내고 타는 셈이니까 후자의 할인 방법이 손해다.
정액권 1만원당 고작 91원 차이일 뿐이니 각자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미미한 금액이지만,지하철을 한 해에 연인원 1억명이 이용한다면 지하철공사는 91억원을 더 번다.
⊙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사람의 오늘과 내일이 다르듯 돈의 가치도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돈의 현재 가치는 지금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으로 평가된다.
1만원짜리 지폐의 현재가치는 1만원이지만 1년,5년,10년 뒤 미래가치는 이자율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 만족감을 줄 소비를 포기하고 저축함으로써 받는 대가가 바로 이자율이다.
이자율은 자금의 수요·공급(예를 들어 대출액과 저축액)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할인율은 지금 돈을 빌려주고 미래에 원금을 돌려받는 경우 지금 당장 얼마를 선(先)이자로 떼야 하는가를 나타낸다.
1년 뒤 1만원을 받기로 하고 6%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준다면 지금 내줄 돈은 선이자를 뗀 약 9435원{1만원÷(1+0.06)}이 된다.
이를 이자율 관점에서 보면 9435원을 이자율 6%짜리 예금에 들었다 1년 뒤 1만원을 찾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자율이 현재가치를 미래가치로 환산하는 비율이라면,할인율은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반대 각도에서 본 이자율이라 할 수 있다.
할인율은 주로 채권의 수익률(원금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계산할 때 적용된다.
채권을 소유하면 액면에 적힌 이자율(표면이율)로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받지만,채권을 팔 때면 만기 때 받을 금액(원금)에서 이미 받은 이자만큼을 할인해서 거래하게 된다.
⊙ 시간은 정말 돈이다
예전에는 돈을 벌어 장롱 속 깊숙이 감추거나,장판 밑에 깔아두거나,항아리에 넣어 마당에 묻어 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도난당할 걱정,남에게 빌려줬다 떼일 걱정,금융회사에 맡겼다가 못받을 걱정 등 이런저런 염려 때문이다.
이 경우엔 이자를 전혀 받을 수 없다.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장롱 속 돈의 값어치는 떨어진다.
때문에 '시간은 돈'이란 격언은 참이다.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상품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은 (투자)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정해진 이자를 주는 게 아니고(채권의 표면이율은 예외),주가나 금리 변동에 따라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나 할인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수익률은 얼마든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대체로 은행의 이자율보다 펀드의 수익률의 진폭이 크다.
은행에 예금하는 사람은 위험기피형(원리금 보장을 선호),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은 위험선호형(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선호)이라고 한다.
위험선호형은 위험기피형보다 기대수익이 높다.
즉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더 벌어야 만족한다는 얘기다.
그 차이를 위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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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편익분석과 사회적 할인율
올해 수험생들은 지난달 15일 치른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다소 생소한 지문을 접했을 것이다.
공공사업의 타당성,비용편익 분석,사회적 할인율 등 후생경제학의 개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 이자율,자본 수익률까지 나오니 경제학을 모르는 학생들은 지레 겁먹기 십상이다.
물론 언어영역 시험이 독해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니 꼼꼼히 읽으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 지문에는 그런 경제학 개념들이 잘 설명돼 있다.
도로,교량,공원 건설 등 각종 공공사업의 타당성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여기에서 나올 편익(사회적 총효용)을 비교해 분석한다.
비용편익분석이란 방법을 쓰는데,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면 타당하다(사회적 후생을 높인다)고 본다.
이때 공공사업의 비용은 지금 당장 투입해야 하지만 이로 인한 편익은 미래에 두고두고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 비용과 편익을 안다고 해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예컨대 도로를 건설하는 데 공사비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것은 비용이고,이로 인한 대가(편익)는 통행료 징수,이용자들의 시간 절약,물류 활성화 등이 된다.
당장 들어갈 비용은 현재가치이니 미래의 편익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비교해야 한다.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바꿔주는 게 할인율이다.
지문에 나온대로 이자율이 10%이면 1년 뒤 가치는 원금×(1+0.1)이 된다.
그러나 할인율이 10%인 경우엔 1년 뒤 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원금÷(1+0.1)이 된다.
공공사업은 사회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투자와는 차이가 크다.
개인들은 대개 당장 이익이 나는 것은 크게 여기는 반면 먼 훗날 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가치를 낮게 여기는 근시안적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얻을 편익까지도 고려해 결정한다.
그래서 사회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공공사업의 편익은 개인적 관점보다 커지게 된다.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사회적 할인율이다.
사회 전체의 편익을 개개인이 얻는 편익보다는 크게 보기 때문에 공공사업을 결정을 할 때 적용하는 사회적 할인율은 개인의 할인율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