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국가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글로벌 경쟁에서 거대 국가들의 시대는 가고 작은 나라들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국제뉴스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래크먼이 최근 주장한 내용이다.

그는 '국가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국가의 규모에 따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시대 착오적 발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화의 또 다른 단면인 강소국 전성시대에 대해 살펴보자.

⊙ 각종 순위 상위권 휩쓰는 강소국들

래크먼은 작은 국가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를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상위 10개국 가운데 미국 네덜란드를 제외한 8개국이 인구 1000만명 이하인 국가들이다.

특히 5위 안에 드는 국가 중 미국을 빼고는 모두 인구가 500만명 미만인 소국이다.

세계은행(IBRD)이 세계 209개국을 대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2006년 기준)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한국에 비해 국가경제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을 비롯 스위스 핀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강소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선 상위 7개국 가운데 5개국이 인구 1000만명 미만으로 나타났다.

1위를 차지한 미국을 제외하고 2~4위에 오른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은 모두 경제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나라들이다.

기대 수명과 교육 수준을 따지는 인간개발지수도 일본을 제외하면 작은 나라들이 상위 10위권을 휩쓸었다.

⊙ 안보 부담 던 것이 주요인

래크먼은 이와 관련,"지금껏 인구나 땅이 큰 거대 국가들이 누렸던 경제와 안보 분야의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인구가 많은 국가가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국가적 부(富)를 창출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이 열린 현재는 싱가포르나 스위스처럼 인구가 적은 나라도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래크먼은 또 중국과 인도와 같은 거대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내수시장 때문이 아니라 수출시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과거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국방력을 바탕으로 안보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다국 간 안보 체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지금은 이 같은 장점도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예로 유럽의 소국 벨기에나 룩셈부르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안보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 이 같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제국주의가 팽배했던 과거와는 달리 국방력이 강한 국가들이 약소국을 침략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스위스나 아일랜드처럼 NATO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도 안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래크먼의 설명이다.

⊙ 사회통합도 용이

특히 소국은 국민 동질성이 강해 내전이 발생하거나 독재국가가 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반면 사회 신뢰도가 높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전통의 강소국들과 같이 건강보험과 교육 등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하기도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국가의 경우 효율적인 통치 체제 때문에 이득을 얻고 있기도 하다.

거대 국가에 비해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고 사회적 통합도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자원이 적다는 것이다.

래크먼은 세계 인구 순위에서 상위 5개국 가운데 미국만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은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가 많아 효율적으로 통치하는 것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 작은 나라가 삶의 질도 높다

[Global Issue] "국가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나라는 삶의 질에서도 우월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계열 국제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살인사건 발생률과 수감자 수 등을 분석해 선정한 국가평화지수 순위에서도 상위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인구가 1000만명 미만이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처음 발표한 이 지수는 지난 5년간 전쟁 횟수와 참전 군인의 사망자 수,무기 판매액,폭력 범죄 등 20개의 기준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평화로운 상태에 가깝다.

특히 이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슈퍼 파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이라크전 등으로 인해 하위권인 96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를 비롯 2∼5위는 뉴질랜드 덴마크 아일랜드 일본 등이었으며 유럽 작은 나라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포함됐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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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노동생산성도 강소국이 최상위권

[Global Issue] "국가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올해 발표한 국가별 1인당 노동생산성 순위에서도 작은 나라들의 돌풍은 이어졌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등 이른바 유럽의 '강소국'이 최상위 그룹을 형성한 것.

ILO 조사에서 미국 근로자는 1인당 연간 6만3885달러의 부(富)를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일랜드(5만5986달러) 룩셈부르크(5만5641달러) 벨기에(5만5235달러) 등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들이 2~4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수치는 ILO가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취업자 수로 나누어 산출한 것이다.

특히 시간당 생산성에서도 작은 나라들은 두각을 나타났다.

노동자 한 사람이 시간당 37.99달러의 가치를 생산하는 노르웨이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미국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35.63달러의 부를 창출했다.

미국은 정보기술(IT)의 발전이 시간당 생산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한국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등 국토에 비해 인구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특히 이들 국가는 연간 근로시간도 2200시간을 웃돌며 근무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근로시간이 가장 긴 한국의 경우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고인 미국에 비해 68%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ILO는 아시아 남미 중동 등지의 인구 대국들의 노동 생산성이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이들 지역의 국가들은 많은 부를 창출할 잠재력은 갖고 있지만 투자 훈련,수단,기술 등이 부족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