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종부세 흔들면 부동산 시장 다시 혼란"

반 "작년보다 최고 6배 부과…징세권 남용"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과 징수세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종부세 부과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 당국은 "세금이 올라 납세자의 불만이 크다고 그 때마다 제도를 손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종부세 등 새로운 부동산 세제는 2~3년이 지나야 효과와 부작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그때 가서 보완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종부세 납부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은 "호화 주택을 가진 것도 아니며 투기꾼도 아닌데 무려 지난해의 6배까지 과중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권력의 남용이며 횡포라고 규정짓는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망국병인 투기를 잡고 과세 형평을 이루자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주택 수급을 잘못 예측하고 규제 일변도로 나가다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을 초래한 주범인 정부가 그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눈앞에서 터지고 있는 종부세 폭탄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 찬성 "종부세 흔들면 부동산시장 다시 혼란에 빠질 것"

종부세 부과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종부세의 틀을 흔드는 것은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부동산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종부세 대상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소형 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종부세 제도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엔 과표 적용률이 올라가지만 집값 하락분이 더 큰 만큼 종부세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며 세계적으로도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집값이 내리는 추세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 완화론도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3억원짜리 집 두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1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을 비교할 때 10억원짜리 주택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집값과 상관없이 1가구 1주택자가 선의의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납세자들이 세금 부과에 불만을 터뜨린다고 해서 제도를 바꿀 수는 없으며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 반대 "1주택 종부세 중과는 투기 억제 취지 벗어나"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개인의 소득과 무관하게 단순히 고가 주택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의 6배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은 국가 징세권의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재산세 부담에 얹어 징벌적인 종부세를 물리는 것은 조세체계를 왜곡하고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세 기준부터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표 기준인 공시가격을 집값이 피크였던 1월1일을 기준으로 산정함으로써 그 후 집값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종부세 대상으로 편입됐거나 세금이 몇 배나 뛴 사례도 수두룩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종부세 부과 대상 가운데 38.7%인 14만7000명은 1가구 1주택자이며,이들 중 더러는 빚을 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고 양도소득세가 버거워 다른 데로 옮겨가기도 여의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현행 종부세제는 가진 자에 대한 근거없는 질시와 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존의 종부세제는 앞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종부세 경감안 마련하고 보유세 체계도 서둘러 조정해야

국가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가늠해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인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물며 국민의 재산권이나 세금과 관련된 정책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맥락에서 '세금이 장난이 아닐 것'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듯,정부가 정치 논리로 종부세를 부과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투기꾼과는 거리가 먼 1가구 1주택자가 전체 부과 대상자의 40%에 육박하고,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데도 세금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더욱이 공시가격 산출 기준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10%포인트씩 오르게 돼 있어 앞으로 집값이 내려도 종부세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종부세는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인 보유세라는 얘기다.

따라서 현행 보유세 체계의 조정은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 세제의 통합이 어렵다면 우선 과세 기준 상향 조정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부터 덜어주는 일이 급선무다.

차기 정부는 종부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종합부동산세=토지나 건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겨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세제.

정부가 2003년에 부동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마련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 방안 가운데 하나로 2005년 12월부터 시행됐다.

1단계로 ·시·군·구에서 낮은 세율로 재산세를 과세하며,주택이나 토지를 일정 규모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2단계로 높은 세율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

2006년부터 종부세 과세 기준이 인별에서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과세 기준 금액도 주택의 경우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하향 조정됐다.

◆보유세=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건축물 토지 시설물 고급선박 항공기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지방세인 재산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도시계획세,공동시설세가 있다.

◆8·31 부동산 대책=단기적으로 부동산가격 급등을 진화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2005년에 내놓은 것으로,서민 주거 안정과 투기 수요 억제 대책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종부세 과세 기준 하향 조정,1가구 2주택 실거래가 과세,재건축 분양권에 대한 보유세 부과,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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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1월30일자 A1면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48만6000명으로 지난해(35만1000명)보다 3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액도 2조8560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1287억원 늘었다.

국세청은 올해 종합부동산세 신고 대상자 전원에게 자진 납부할 세액이 기재된 신고 안내문을 등기우편으로 보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집값 상승분이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돼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22.8% 오른 데다 과표 적용률도 작년 70%에서 올해 8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신규 대상자 증가로 작년보다 14만2000명 늘어난 3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2명 중 1명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분당구(성남) 양천구에 살고 있으며,10명 가운데 6명은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올해 개인 최고액 납부액은 52억원이었고 법인은 40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주택분 종부세를 1000만원 이상 내야 하는 사람도 2만7000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7.2%를 차지했으며 이들이 내야 할 세액은 전체의 38.5%에 달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지난 6월1일 기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기준으로 주택은 가구별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나대지 등은 합산 가격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종부세 대상자는 12월1일부터 17일까지 신고 납부하면 세액의 3%를 공제받을 수 있다.

류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