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체험학습 등 시간 때우기 많아…학생의견 수렴 알찬 프로그램 운영 필요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졌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도 벌써 열흘 이상 지났다.

고3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등급을 토대로 수시 2-2 전형에 지원하기도 하고 정시 논술을 준비하기도 하는 등 아직도 입시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하지만 수능 이전에 비하면 확실히 여유 시간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학생들은 갑자기 찾아온 엄청난 여유를 보다 즐겁고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운동이나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하거나 여고생들의 경우 성형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고3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떠난 지 오래다.

대학 입학 전까지 주어지는 석 달여의 시간 동안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은 것이 고3 학생들 대부분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현실은 학생들의 마음과는 다르다.

수능 이후 일선 고교가 택하는 일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미뤄 놓았던 기말고사를 시행하거나 각종 대학의 입시설명회나 체험학습을 순회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학교 일정이지만,후자의 경우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11월15일 이후 실질적으로 가까운 목표점을 상실해버린 학생들이 친구들과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시간을 맞춰 집을 나서야 하므로 일상 생활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왔어요'하는 출석 체크가 중심이 되어버린 명분만 있는 모임의 경우 그 폐해가 적지 않다.

정은지양(부산 혜화여고3)은 "등교 일수를 채워야 하는 학교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교 입시 설명회에도 참석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학생에게 필요한 대학교 설명회만 갈 수 있도록 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승훈군(경남고3)도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학교가 정해놓은 일정대로 공연이든 설명회든 무조건 따라가야 하니 가끔 집에서 다른 일을 하고 쉬고 싶을 때에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준비가 허술한 체험학습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금은 색다르게 수능 이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도 있다.

해운대고등학교는 수시 모집 등에 합격한 학생들을 제외한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학교에 와서 논술 수업을 듣게 한다.

정성인군(해운대고3)은 "무조건 출석해야 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단순한 단체 영화 관람 같은 것보다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 좋다"며 만족을 표했다.

고3 학생들에게 앞으로 대학 입학 전까지 펼쳐진 시간은 그야말로 하얀 도화지나 다름없다.

소중한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거나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채울 수도 있고,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을 시기다.

학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교육 당국이나 학교 측에서 고3 학생들의 현실을 좀 더 감안한 일정을 내놓는다면 고3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송지은 생글기자(부산 혜화여고 3년) jieuni4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