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해소 계기 기념해야" 對 "역사적 평가 아직 안끝나"
첫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 발표일인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6·15공동선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거나 "이견이 있는데도 정부가 기념일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또 다른 쪽에서는 "6·15선언은 평가 대상이 아니며 순간순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6·15 국가기념일 제정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한다.
6·15 국가기념일 제정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념일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 '기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거나 사회적 차원에서 특별히 격려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충일이나 국군의 날,과학의 날 등 30여개에 이르는 국가기념일은 이러한 요건을 나름대로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6·15선언이 과연 우리가 기념할 만한 사안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 찬성 측,"6·15선언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
민주노동당은 "6·15선언은 역사적으로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 순간순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6·15 기념일 제정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많은 국민이 의의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 기념일로 제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6·15선언과 올해 10·4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감소됐으며 이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 간 예기치 못한 대결과 위기는 수없이 많았으며 그 근본 원인은 남북 혹은 북미 사이의 불신이었다"며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6·15선언이 김정일 정권의 핵 도발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부당하며 공동선언 발표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당국 또한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변함없이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기념일 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 반대 측,"6.15·선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 아직 끝 안나"
이에 대해 보수진영은 6·15 선언에 대한 국민적·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지지하는 쪽에선 "남북 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돈으로 얻어 낸 이벤트"라고 일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공동선언 2항은 남측 입장에선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공동선언은 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6·15선언은 사실상 파탄난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6·15공동선언 기념일'이라고 정한 공고를 낸 데 이어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이를 서둘러 확정지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남북 공동의 기념일은 섣불리 제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기념일 제정은 역사적 평가 거친 뒤에 하는 게 순리
6·15선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선언은 연합제와 연방제에 어느 정도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일 뿐 통일방안을 합의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공동선언 이후에도 기존의 고려연방제가 유일한 통일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핵실험까지 감행하기도 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도 북한 체제의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는 소홀히 한 채 6·15 기념일을 제정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다수 국민의 정서나 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에 나서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기념일 제정 논의는 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이 이행되고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거친 뒤에 하는 것이 순리다.
차기 정권이 차분하게 판단해 결정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남북공동선언.
다섯개 항의 합의 내용과 함께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남북 장관급 회담,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 등이 이루어졌으며,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위한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국가기념일=1973년 3월 시행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기념일을 말한다.
원래 공휴일은 아니지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일부 기념일은 공휴일이 되었다.
국가기념일에 관한 사항은 법령이 아닌 규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만 하면 된다.
국가기념일은 현충일과 식목일,한글날 등 38개며 발명의 날,방재의 날,사회복지의 날,소방의 날은 개별 법령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다.
◆국경일=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법으로 정하여 온 국민이 기념하는 날.
1949년 10월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로 돼 있다.
한글날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니어서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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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년 11월19일자
통일부는 2007 남북 정상선언과 남북 총리회담 합의에 따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해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다음 달 3일 열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14일 공청회 공고를 냈다"며 "공청회에서 각계 대표의 토론 및 일반인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데다 6·15 공동선언의 통일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6월15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11월16일)
제1조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의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며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매년 6월15일을 화해와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민족공동의 기념일로 하기 위해 각기 내부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내년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당국과 민간의 참가 하에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하 생략)
첫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 발표일인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6·15공동선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거나 "이견이 있는데도 정부가 기념일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또 다른 쪽에서는 "6·15선언은 평가 대상이 아니며 순간순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6·15 국가기념일 제정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한다.
6·15 국가기념일 제정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념일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 '기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거나 사회적 차원에서 특별히 격려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충일이나 국군의 날,과학의 날 등 30여개에 이르는 국가기념일은 이러한 요건을 나름대로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6·15선언이 과연 우리가 기념할 만한 사안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 찬성 측,"6·15선언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
민주노동당은 "6·15선언은 역사적으로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 순간순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6·15 기념일 제정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많은 국민이 의의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 기념일로 제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6·15선언과 올해 10·4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감소됐으며 이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 간 예기치 못한 대결과 위기는 수없이 많았으며 그 근본 원인은 남북 혹은 북미 사이의 불신이었다"며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6·15선언이 김정일 정권의 핵 도발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부당하며 공동선언 발표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당국 또한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변함없이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기념일 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 반대 측,"6.15·선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 아직 끝 안나"
이에 대해 보수진영은 6·15 선언에 대한 국민적·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지지하는 쪽에선 "남북 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돈으로 얻어 낸 이벤트"라고 일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공동선언 2항은 남측 입장에선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공동선언은 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6·15선언은 사실상 파탄난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6·15공동선언 기념일'이라고 정한 공고를 낸 데 이어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이를 서둘러 확정지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남북 공동의 기념일은 섣불리 제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기념일 제정은 역사적 평가 거친 뒤에 하는 게 순리
6·15선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선언은 연합제와 연방제에 어느 정도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일 뿐 통일방안을 합의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공동선언 이후에도 기존의 고려연방제가 유일한 통일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핵실험까지 감행하기도 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도 북한 체제의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는 소홀히 한 채 6·15 기념일을 제정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다수 국민의 정서나 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에 나서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기념일 제정 논의는 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이 이행되고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거친 뒤에 하는 것이 순리다.
차기 정권이 차분하게 판단해 결정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남북공동선언.
다섯개 항의 합의 내용과 함께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남북 장관급 회담,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 등이 이루어졌으며,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위한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국가기념일=1973년 3월 시행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기념일을 말한다.
원래 공휴일은 아니지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일부 기념일은 공휴일이 되었다.
국가기념일에 관한 사항은 법령이 아닌 규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만 하면 된다.
국가기념일은 현충일과 식목일,한글날 등 38개며 발명의 날,방재의 날,사회복지의 날,소방의 날은 개별 법령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다.
◆국경일=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법으로 정하여 온 국민이 기념하는 날.
1949년 10월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로 돼 있다.
한글날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니어서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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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년 11월19일자
통일부는 2007 남북 정상선언과 남북 총리회담 합의에 따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해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다음 달 3일 열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14일 공청회 공고를 냈다"며 "공청회에서 각계 대표의 토론 및 일반인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데다 6·15 공동선언의 통일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6월15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11월16일)
제1조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의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며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매년 6월15일을 화해와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민족공동의 기념일로 하기 위해 각기 내부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내년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당국과 민간의 참가 하에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