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가 높다'란 말을 풀면 '어렵고 쉬운 정도가 높다'가 돼 분명 이치에 맞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도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표준 국어대사전>에도 올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의 관점은 비록 이치에 어긋나는 말이더라도 언중이 많이 쓰고 있으면 단어로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사실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이 말 외에도 의미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사전에 올린 사례가 더러 있다.
'그이는 경우가 참 바르다'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이 때의 '경우'는 그동안 '경위'를 바른 말로 해온 말이다.
'경위(涇渭)'란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을 뜻하는 말로,중국 징수이(涇水) 강의 물은 항상 흐리고 웨이수이(渭水) 강의 물은 맑아 뚜렷이 구별된다는 데서 온 말이다.
'경위가 밝다''경위가 없다'와 같이 쓰인다.
그런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 '경우(境遇)'에 이 풀이를 올려 놨다.
그래서 이제는 '경우가 밝다'라는 말도 가능하게 됐다.
본래 '경우(境遇)'는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사정'이란 뜻으로 '만일의 경우''경우에 따라서는'처럼 쓰이는 말이다.
두 말의 쓰임새가 다르므로 구별해 써야 할 말이고 구별해 써 왔던 것이다.
이는 아마도 어원적으로는 비록 잘못 쓰는 말이지만 사람들의 입에 많이 굳어졌다고 판단해 표준어로 수용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우'와 '경위'를 구별해 사용해온 사람들에겐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피로 회복'이란 말도 의미적으로 모순된 표현이긴 마찬가지다.
'피로'란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친 상태를 말하는데 사전의 용례에 '피로 회복'이란 말이 올라 있는 것이다.
'피로 회복'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피로를 회복한다'라는 뜻으로 이해되지,'피로를 풀고 원기를 회복한다'란 표현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는 해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이 말에 대해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표현을 잘못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전에 올린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피로 회복'이란 말이 아직까지는 특별히 관용적 표현을 이루는 것은 아니므로 굳이 이 말을 쓸 게 아니라 '피로 해소'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 '피로가 회복됐다'라고 쓸 자리라면 그냥 '피로가 풀렸다'라고 하는 게 말도 쉽고 자연스럽다.
사전을 만들 때 편찬자의 관점에 따라 언어의 현실적 쓰임새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이를 묘사언어학적(descriptive) 태도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연세한국어사전>이다.
이 사전에서는 규범적인 관점에 서는 사람들이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자문을 받다/구하다'란 말을 인정한다.
'자문(諮問)'이란 말은 그 뜻이 '의견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그 바른 쓰임새는 '자문(을) 하다'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말체에서 이 말보다는 '자문을 받다/구하다'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우리나라 사전에서 아직 주류적인 것은 아니다.
난이도나 경우 같은 말은 그 쓰임새를 사전에서도 이미 허용했고 언중 사이에도 굳게 뿌리 내려 새삼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또 언어의 용법을 지나치게 엄격히 틀 지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우리말의 과학화를 위해선 언어 속에 크고 작은 형태로 산재해 있는 비논리적 표현들을 그냥 무심코 쓰거나 흘려버릴 게 아니라 내용을 알고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도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표준 국어대사전>에도 올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의 관점은 비록 이치에 어긋나는 말이더라도 언중이 많이 쓰고 있으면 단어로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사실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이 말 외에도 의미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사전에 올린 사례가 더러 있다.
'그이는 경우가 참 바르다'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이 때의 '경우'는 그동안 '경위'를 바른 말로 해온 말이다.
'경위(涇渭)'란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을 뜻하는 말로,중국 징수이(涇水) 강의 물은 항상 흐리고 웨이수이(渭水) 강의 물은 맑아 뚜렷이 구별된다는 데서 온 말이다.
'경위가 밝다''경위가 없다'와 같이 쓰인다.
그런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 '경우(境遇)'에 이 풀이를 올려 놨다.
그래서 이제는 '경우가 밝다'라는 말도 가능하게 됐다.
본래 '경우(境遇)'는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사정'이란 뜻으로 '만일의 경우''경우에 따라서는'처럼 쓰이는 말이다.
두 말의 쓰임새가 다르므로 구별해 써야 할 말이고 구별해 써 왔던 것이다.
이는 아마도 어원적으로는 비록 잘못 쓰는 말이지만 사람들의 입에 많이 굳어졌다고 판단해 표준어로 수용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우'와 '경위'를 구별해 사용해온 사람들에겐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피로 회복'이란 말도 의미적으로 모순된 표현이긴 마찬가지다.
'피로'란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친 상태를 말하는데 사전의 용례에 '피로 회복'이란 말이 올라 있는 것이다.
'피로 회복'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피로를 회복한다'라는 뜻으로 이해되지,'피로를 풀고 원기를 회복한다'란 표현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는 해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이 말에 대해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표현을 잘못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전에 올린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피로 회복'이란 말이 아직까지는 특별히 관용적 표현을 이루는 것은 아니므로 굳이 이 말을 쓸 게 아니라 '피로 해소'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 '피로가 회복됐다'라고 쓸 자리라면 그냥 '피로가 풀렸다'라고 하는 게 말도 쉽고 자연스럽다.
사전을 만들 때 편찬자의 관점에 따라 언어의 현실적 쓰임새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이를 묘사언어학적(descriptive) 태도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연세한국어사전>이다.
이 사전에서는 규범적인 관점에 서는 사람들이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자문을 받다/구하다'란 말을 인정한다.
'자문(諮問)'이란 말은 그 뜻이 '의견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그 바른 쓰임새는 '자문(을) 하다'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말체에서 이 말보다는 '자문을 받다/구하다'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우리나라 사전에서 아직 주류적인 것은 아니다.
난이도나 경우 같은 말은 그 쓰임새를 사전에서도 이미 허용했고 언중 사이에도 굳게 뿌리 내려 새삼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또 언어의 용법을 지나치게 엄격히 틀 지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우리말의 과학화를 위해선 언어 속에 크고 작은 형태로 산재해 있는 비논리적 표현들을 그냥 무심코 쓰거나 흘려버릴 게 아니라 내용을 알고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