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 왜곡 … 복지 도움 안돼" 對 "방만경영이 더 큰 문제"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면제해주는 현행 무임승차제도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할인하거나,노인의 기준을 70세로 올리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 추세에 따른 노인들의 무임 승차 증가로 인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한 네티즌과 사회단체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이 인건비 절감 등 경영 개선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적자 원인을 노인 무임 승차로 돌리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현행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근래 들어 노인의 지하철 무임 승차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지하철을 공짜로 탄 노인은 연인원 2억3313만명으로,이들이 내지 않은 요금 액수가 2145억82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현행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관련 공기업들이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무임승차제는 가격체계만 왜곡시키고 복지에는 도움 안 돼"

정부 쪽에서는 우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요금 할인이나 면제제도가 가격 체계만 왜곡시킬 뿐 노인 복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른 요금은 그대로 두고 지하철 요금만 면제해 준다고 노인들의 복지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지하철 이용 횟수만 늘릴 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들이 소일 삼아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무임승차제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노인들과 그렇지 않은 노인들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무임 승차를 지원할 능력이 있으면 차라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지하철을 타는 대신 본인이 가장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노인 교통수당이 기초노령연금에 흡수되는 만큼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역시 폐지하고 기초노령연금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회,"적자는 정부·지자체·공사 간 예산 조정으로 해결해야"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는 "노인들은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왔다"며 "20년을 넘게 실시해온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이제 와서 다시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 등은 직원과 가족의 무료승차권 발행에 연간 수십억원을 쓰고 연봉을 지나치게 인상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공사의 기관장은 성과급을 포함해 억대 연봉을 받고 있으며,2004년 대비 2006년 연봉 상승률은 서울메트로가 15.2%,서울도시철도공사가 19.1%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한 노조의 파업에다 무리한 사업계획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건비 절감,사업구조 조정 등 경영합리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공기업들은 노인 무임 승차를 적자 원인으로 지목해 이를 폐지하려고 할 게 아니라 우선 경영합리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하철 적자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공사 간 예산조정에 의해 풀어야 할 숙제라는 입장이다.

⊙경영개선 등 만성 적자구조 탈피 위한 근본 대책부터 내놔야

근래 들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무임 승차제도 폐지는 적자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승차로 인해 그만큼 유료승차 인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보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노인들이 지하철을 부담없이 타고 다니면서 소일거리를 찾는 등 무료 승차에 따른 복지 향상 효과마저 거둘 수 없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당국과 서울메트로 등은 임금 인상 자제,부실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 방안부터 서둘러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노인용 무료 티켓을 없애고 대신 카드를 발급해 지급하는 등 불법 무임 승차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mks5@hankyung.com


< 용어설명 >

◆노인복지법

노인의 질환을 사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고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며,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

국가와 국민은 노인의 보건 및 복지 증진의 책임을 지고 그 시책을 강구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1980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70세 이상 노인은 요금의 50%를 할인받게 됐으며 그 후 대상이 65세 이상으로 확대됐다가 1984년에는 다시 전액 무료로 바뀌었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도시철도 운영을 맡은 각 지자체가 그 손실을 떠안게 되면서 노인 무임 승차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노인교통수당제도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신청자에 한하여 지급되며 지자체별로 지역사회 내 노인비율,재정여력,복지 대상자의 욕구 등을 고려하여 차등 지급하고 있다.

내년부터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돼 65세 이상 노인 중 60%에 월 8만4000원가량의 연금이 지급됨에 따라 정부는 현행 노인교통수당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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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1월6일자 A6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이 유료로 전환될 전망이다.

전액 무료인 현행 제도를 나이가 적을수록,소득이 많을수록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5일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지난 9월부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현재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아이디어를 찾는 단계여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하고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할인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기획처는 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갖고 있는 노인에게는 지하철 요금을 모두 받거나 부분적으로 할인해주고 △할인 또는 무료 대상 노인 연령의 기준을 현재의 65세에서 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교통카드를 이용해 지하철 이용횟수 등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지하철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 현상으로 노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지자체들의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지하철의 무임승차 노인은 연인원 2억3313만3000명으로 전체 무임승차 인원(장애인,국가유공자 등 포함) 2억8659만6000명의 81.3%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요금을 냈다면 그 액수는 작년에 2145억8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수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