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 채널에서 '어느 개그우먼의 가수 꿈 이루기!'라는 특명 아래 그 준비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과정의 주요 내용은 노래 연습이 아니라 뼈를 깎는 전신성형과 지방흡입술,혹독한 다이어트였다.

성형수술을 받으며 고통에 못 이겨 신음하면서도 주인공은 "예뻐지니까…가수되려면 어쩔 수 없어…."라며 위안을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가수의 꿈을 이루려는 개그우먼의 노력이 안쓰러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노래 실력을 갖추더라도,외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가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가수는 실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소문을 기정사실화하고 당연한 듯 방송 소재로 다루는 데도 문제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주인공이 노래를 부르자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외모에 야유를 보내는 장면까지 만들어냈다.

이를 두고 아이디 boring-day의 한 고교생 네티즌은 "이것이야말로 '가수는 곧 미모다'는 식의 풍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며 "외모지상주의를 주입시키는 것만 같다"고 비판했다.

프로그램을 방송한 곳은 10대와 20대층이 가장 많이 찾는 유명 채널이다.

아직은 미성숙한 단계인 청소년들에게 외모지상주의를 경고하고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할 방송이 먼저 나서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디어 수용자,즉 시청자 단체의 연대모임인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측은 이에 대해 "방송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청자들을 우롱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상업 프로그램을 경계했다.

한편 서울 대원여고 2학년 김모양은 "예뻐야만 한다는,예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든 것은 결국 이 시대의 대중이다.

누가 누구에게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방송 프로그램을 계기로 외모 지상주의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다시 한 번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논의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외모는 신체 '외모'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잘 생기지는 못했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인기 개그맨들,한때 못난이로 불렸지만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미지가 바뀌었더라는 유명 탤런트의 이야기는 루키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임나리 생글기자(서울 한영고 2년) nari906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