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읽는 경제학] 지상파TV 중간광고 확대 강행해야 하나요?
"양질의 방송 위해 필요" 對 "시청자 주권 무시한 것"


지상파TV 프로그램 가운데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의 범위 확대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범위를 확대키로 전격 결정한 데 이어 14일 관련 공청회를 열어 중간광고 횟수와 방영시간 등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방송위가 이처럼 중간광고 도입 방안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자 신문업계를 비롯 케이블TV 업계,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게다가 국회 문광위원회도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범위를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고 방송법에서 규정토록 하는 내용으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방송위 측은 신규 매체 성장으로 인한 방송환경 변화,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 및 공적서비스 구현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방송시장 개방에 따른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 방송의 광고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중간광고는 1974년에 폐지된 후 그동안 수차례 도입이 논의됐으나 그때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그것도 정권 말기에 방송위가 중간광고 확대정책을 강행하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방송협회 등 "양질의 방송콘텐츠 제공 위해 중간광고 도입해야"

한국방송협회 등은 "고품질의 방송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은 양질의 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지상파 방송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없이는 공공서비스를 실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류 확산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준에 맞춘 광고제도 확립을 위해서도 중간광고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중간광고는 방송광고 물량의 적체현상을 해소하고,광고 혼잡도를 낮춰주는 등 광고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는 이미 방송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가 시행되고 있다"며 "중간광고는 매체 간 차별규제 해소와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조치"라고 덧붙인다.

중간광고 도입 시 연간 추가 수입 규모 역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5000억원 선이 아니라 396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광고시장 형평에 어긋나고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케이블TV협회 등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중간광고 확대 결정은 시청자 주권 무시한 것"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신문업계 등에서는 중간광고 확대 결정은 시청자 주권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지상파TV 측 입장만을 배려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무방비로 광고에 노출되고 방송 프로그램의 자율성이 손상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방송의 편파보도,선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마당에 프로그램의 질마저 더욱 떨어뜨리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사들의 광고 수주와 시청률에 대한 지나친 경쟁을 유발시켜 필연적으로 방송의 공익성 또한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방송사들은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도 자구노력을 하기는커녕,광고 확대와 광고 단가 인상에만 치중하고 있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더구나 중간광고 확대는 신문,케이블TV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매체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미디어산업 전반의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지상파 방송들이 경영난 타개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핑계로 중간광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간광고 확대 문제 원점에서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

중간광고가 갖는 문제점과 폐해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중간광고가 1974년 폐지된 이래 그동안 여러 차례 재도입이 시도됐지만 결국 무산되고,스포츠 중계 등 중간 휴식시간이 있는 프로그램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다.

때문에 지상파 방송들은 시청자 권익을 무시하는 광고확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먼저 방만한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등 부실경영 해소부터 서둘러야 한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9월 공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중간광고 허용을 요청하자 "경영합리화부터 먼저 하라"며 퇴짜를 놓은 것을 우리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론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그것도 정권 말기에 중간광고 확대를 결정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과 방송위는 공청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수렴하면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중간광고

TV 프로그램의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를 말하며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3월 폐지됐으며,현재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지상파 방송의 경우 운동경기,문화·예술행사 등 중간에 휴식 또는 준비시간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중간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11월2일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허용 범위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광고총량제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을 법으로 규정하고,방송사가 광고의 유형·시간·횟수·길이를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식.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방송 광고시간과 형식,횟수 등을 규제하고 있다.

프로그램 광고는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10을 초과할 수 없으며 중간광고는 할 수 없지만 토막광고나 자막광고는 허용하고 있다.

◆시청자 주권

공공재인 전파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국민이 갖는 권리를 말한다.

방송에 참여하여 견해를 밝히고 방송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방송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등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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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1월3일자 A2면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 범위 확대를 추진키로 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상파의 광고 독식을 우려해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해왔던 신문 매체와 케이블TV 업계 등은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위는 2일 '방송광고 제도개선 추진방안에 관한 건'에 대한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영화나 드라마 도중에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방송위원 9명 중 5명이 중간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에 한해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고,지상파 방송은 스포츠 중계나 대형 이벤트 행사 등에만 예외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방송위가 중간광고를 사실상 허용키로 하면서 신문매체나 케이블TV 업계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정돼 있는 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시장의 독점화가 진행될 게 뻔한 탓이다.

방송위가 중간광고 허용 이유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한 재원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미 광고시장의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까지 허용해주는 것은 케이블TV나 신문 등 다른 업계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블TV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지상파TV의 광고수입이 연간 53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는 다른 업계의 이 같은 반발을 감안해 '중간광고 허용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총 광고시간량이 현재보다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가는 것보다 광고 효과가 훨씬 더 높기 때문에 광고단가 인상과 타매체들의 광고수주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72개 언론·시민단체 모임인 미디어수용주권자연대와 한국신문협회,케이블TV방송협회 등이 시청권 제약과 매체 간 불균형 심화를 이유로 반대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