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상원의원(54)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45%의 지지율을 기록,지지율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다른 군소후보들과 비교할 때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아르헨티나의 힐러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페르난데스 의원은 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페르난데스는 남편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 받은 사상 첫 '선출직 부부 대통령'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경제 살리자는 호소가 부부 대통령 탄생으로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이번 승리는 남편인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경제적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경제 붕괴 상태로 내몰렸었다.
2002년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피폐화됐다.
아르헨티나 경제를 안정화한 것은 현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공으로 볼 수 있다.
페르난데스의 경제 정책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이고 민족주의적 감성도 적지 않으나 경제관만큼은 친(親) 기업적이고 성장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대외 통상과 무역 확대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브라질 등 경제 강국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실용 외교론이다.
현지 언론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당선 소감으로 "국민의 지지에 감사하며,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위해 일하자"며 국민과 정치인이 함께하는 화합의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연설 말미에는 "선거기간 힘이 돼준 모두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린다"면서 "아르헨티나의 젊은이들은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정치권 우먼 파워 세지나
19세기 초반 아르헨티나에 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선거로 뽑힌 여성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의원이 최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정치권 우먼 파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출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세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곳 역시 아르헨티나다.
1974년 후안 페론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인 이사벨 페론 부통령이 남편 사망 뒤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정치권에서 여성 앞에 존재하던 장벽을 최초로 깬 인물로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꼽힌다.
1979년 총리에 당선돼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들으며 영국의 노동개혁을 주도했다.
이어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1980년 취임),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1986년 취임)이 정권을 잡았지만 국제 정치계에서 여성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에 그쳤다.
1990년 아일랜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된 메리 로빈슨은 1997년 정권을 다시 여성인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에게 넘겨 2대에 걸친 여성 대통령이란 역사를 썼다.
뉴질랜드에서도 1999년 헬렌 클라크의 소속당이 총선에서 승리,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총리인 제니 시플리로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아 2대째 여성 총리란 기록을 세웠다.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현재 최고통수권자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을 대륙별로 보면 △남미에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자메이카의 포샤 밀러 총리,페르난데스 차기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유럽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스위스의 미슐린 칼미레이 대통령 △아시아에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과 지난 7월에 인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 △아프리카에 라이베리아의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과 모잠비크의 루이자 디오구 총리 △오세아니아에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 등 1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주)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차기 대권을 잡을 태세고,남미의 대국인 브라질에서도 딜마 로우세피 정무장관이 룰라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됨에 따라 정치권에 부는 여풍(女風)은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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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는 일찍 요절…첫 여성대통령은 이사벨 페론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이사벨 페론 전 대통령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전 세계에서 남편에 이어 부인이 대통령이 된 첫 번째 케이스라는 이유에서다.
1974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부통령이었던 이사벨 페론은 남편인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댄서 출신인 이사벨 페론은 1960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일찍 요절한 에바 페론(에비타)의 빈자리를 찾고 있던 페론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에바 페론과는 달리 이사벨 페론의 정치인생은 불운하기만 했다.
이사벨 페론은 집권한 지 21개월 만에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고 5년간의 가택연금에 이어 스페인 망명을 선택했다.
게다가 집권 기간 반체제 인사 살해에 연루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망명지에서도 두 다리를 뻗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은 남편에 이어 권좌에 오른다는 점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면에서 이사벨 페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댄서 출신인 이사벨 페론과는 달리 변호사 출신이다.
또한 이사벨 페론처럼 유력 정치인의 부인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남편보다 일찍 정치권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저소득층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등 정치인으로서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비교에 더 적합해 보인다.
영부인 출신이면서도 그 후광 못지않게 정치인으로서의 명성을 쌓는 데 열중했던 점 때문이다.
45%의 지지율을 기록,지지율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다른 군소후보들과 비교할 때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아르헨티나의 힐러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페르난데스 의원은 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페르난데스는 남편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 받은 사상 첫 '선출직 부부 대통령'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경제 살리자는 호소가 부부 대통령 탄생으로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이번 승리는 남편인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경제적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경제 붕괴 상태로 내몰렸었다.
2002년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피폐화됐다.
아르헨티나 경제를 안정화한 것은 현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공으로 볼 수 있다.
페르난데스의 경제 정책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이고 민족주의적 감성도 적지 않으나 경제관만큼은 친(親) 기업적이고 성장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대외 통상과 무역 확대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브라질 등 경제 강국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실용 외교론이다.
현지 언론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당선 소감으로 "국민의 지지에 감사하며,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위해 일하자"며 국민과 정치인이 함께하는 화합의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연설 말미에는 "선거기간 힘이 돼준 모두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린다"면서 "아르헨티나의 젊은이들은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정치권 우먼 파워 세지나
19세기 초반 아르헨티나에 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선거로 뽑힌 여성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의원이 최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정치권 우먼 파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출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세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곳 역시 아르헨티나다.
1974년 후안 페론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인 이사벨 페론 부통령이 남편 사망 뒤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정치권에서 여성 앞에 존재하던 장벽을 최초로 깬 인물로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꼽힌다.
1979년 총리에 당선돼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들으며 영국의 노동개혁을 주도했다.
이어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1980년 취임),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1986년 취임)이 정권을 잡았지만 국제 정치계에서 여성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에 그쳤다.
1990년 아일랜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된 메리 로빈슨은 1997년 정권을 다시 여성인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에게 넘겨 2대에 걸친 여성 대통령이란 역사를 썼다.
뉴질랜드에서도 1999년 헬렌 클라크의 소속당이 총선에서 승리,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총리인 제니 시플리로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아 2대째 여성 총리란 기록을 세웠다.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현재 최고통수권자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을 대륙별로 보면 △남미에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자메이카의 포샤 밀러 총리,페르난데스 차기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유럽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스위스의 미슐린 칼미레이 대통령 △아시아에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과 지난 7월에 인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 △아프리카에 라이베리아의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과 모잠비크의 루이자 디오구 총리 △오세아니아에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 등 1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주)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차기 대권을 잡을 태세고,남미의 대국인 브라질에서도 딜마 로우세피 정무장관이 룰라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됨에 따라 정치권에 부는 여풍(女風)은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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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는 일찍 요절…첫 여성대통령은 이사벨 페론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이사벨 페론 전 대통령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전 세계에서 남편에 이어 부인이 대통령이 된 첫 번째 케이스라는 이유에서다.
1974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부통령이었던 이사벨 페론은 남편인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댄서 출신인 이사벨 페론은 1960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일찍 요절한 에바 페론(에비타)의 빈자리를 찾고 있던 페론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에바 페론과는 달리 이사벨 페론의 정치인생은 불운하기만 했다.
이사벨 페론은 집권한 지 21개월 만에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고 5년간의 가택연금에 이어 스페인 망명을 선택했다.
게다가 집권 기간 반체제 인사 살해에 연루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망명지에서도 두 다리를 뻗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은 남편에 이어 권좌에 오른다는 점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면에서 이사벨 페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댄서 출신인 이사벨 페론과는 달리 변호사 출신이다.
또한 이사벨 페론처럼 유력 정치인의 부인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남편보다 일찍 정치권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저소득층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등 정치인으로서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비교에 더 적합해 보인다.
영부인 출신이면서도 그 후광 못지않게 정치인으로서의 명성을 쌓는 데 열중했던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