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해외로 나갔던 미국·일본 기업들 자국으로 ‘U턴’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해외로 나갔던 많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소규모 지방 도시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에 있는 지사나 사무실을 닫고 미국으로 완전히 'U턴'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했던 몇몇 미국 기업이 올해 인도에서 철수해 저렴한 부동산 가격에 급여 수준도 매력적인 미국 내 변두리 소도시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자국 내 소도시로

로스앤젤레스 인근 센추리시티에 본사가 있는 정보기술(IT) 업체 노드롭그루먼은 올해 텍사스주 코르시카나에 IT센터를 열고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 전역에 50개의 IT센터를 둔다는 계획에 따라 코르시카나 외에 버지니아주 레바논,몬태나주 헬레나 등 6개 소도시를 IT센터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들 IT센터에선 소프트웨어 개발과 고장 수리,기술 개발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해마다 5000명가량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고용하고 있는 노드롭그루먼은 특히 상당수 정부 계약 건이 국가 보안 프로젝트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자국 인재를 양성하길 원한다.

노드롭그루먼은 대도시를 피해 지방에 IT센터를 개설함에 따라 40%가량의 경비 절감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년차 직원의 연봉을 기준으로 할 때 코르시카나에선 4만2000달러면 충분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선 5만6000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며 "코르시카나의 주거나 생활비가 대도시에 비해 싸기 때문에 회사나 직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해외 아웃소싱에 앞장섰던 컴퓨터 회사 델은 고객들이 해외에 있는 콜센터 직원의 영어 소통에 관한 불평을 늘어놓자 최근 아이다호주 트윈폴스에 기술지원센터를 열었다.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도 오리건주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문서처리센터를 짓고 있다.

랜디 윌스 액센추어 전무는 "미국 내 전문가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수많은 고객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본사 이전 사례도 늘어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부 회사는 아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애틀랜타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익스팸시온은 최근 인도 푸네에 있던 실험실을 네브래스카주 카니로 옮겼다.

인도와의 시차 때문에 본사와 실험실 간 원활한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별다른 개발 호재나 일자리 증가가 없어 주민들이 이탈하는 등 지역경제 침체로 고민해온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에 이들 기업의 이전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예를 들어 노드롭그루먼의 경우 해마다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IT센터를 유치하면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석유가 바닥나면서 주민들이 떠나고 있는 코르시카의 경우 노드롭그루먼의 IT센터 유치와 함께 200여채의 주택 건설 방안이 논의되는 등 회생 분위기에 들떠 있다.

물론 기업들이 미국 내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흔하진 않다.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지난해 5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0%가 여전히 일부 업무를 다른 나라에 넘기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약 300만개에 이르는 첨단기술 일자리들이 2015년까지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언스트&영의 댄 서냇은 "상당수 기업이 해외에 있는 사무실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그 대안을 미국 내 가까운 중소도시에서 찾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도 자국으로 U턴

값싼 노동력을 찾아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섰던 선진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3년간 북미 지역 투자액의 세 배가량을 일본 내에 투자했다.

혼다는 일본에 30년 만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도쿄제철은 15년 만에 일본 내에서 용광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 마쓰시타전기는 2005년 소형 콤팩트브레이크 공장을 중국에서 국내로 이전하고 오사카에 6500억엔을 투자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을 준공했다.

이같이 해외로 나갔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기업의 자국 내 투자 U턴 현상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일본 기업의 회귀 현상과 일본 내 투자 증가 사례를 교훈 삼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844건이던 일본 내 신규 공장 설립 건수는 지난해 1782건으로 증가했으며,일본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의 해외 공장 설립 건수는 2002년 434건에서 지난해 182건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2001년 이후 일본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2002년),공장 건설 제한법 폐지(2002년),공장 재배치 촉진법 폐지(2006년),공무원 낙하산 금지법 도입(2007년) 등 기업 투자를 제약하던 1500여건의 규제를 개혁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또 자국 기업의 국내 U턴을 촉진하기 위해 녹지 등 환경시설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규정을 완화한 공장입지법 개정안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년간 단행한 규제 완화와 노동 여건 개선으로 18조3000억엔(약 146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 기업의 자국 U턴 현상은 1990년대 말 이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소득 대비 낮은 임금 수준 등 기업 경영 여건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