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18일자 A6면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17일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 공동어로수역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통외통위의 국정감사에 출석,"공동어로구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남북이 동일한 면적을 할애해 만들어지느냐"는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의 질의에 "아직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꼭 그것이 상호주의 원칙 아래 등거리·등면적을 정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다음 달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남·북의 어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동어로구역이 북한 주장대로 NLL 남쪽에 만들어질 경우 NLL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북측 입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NLL 밑에 공동어로수역을 만들면 NLL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이 의원의 비판에 대해서도 "NLL과 공동어로수역,평화수역은 별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모순적인 입장을 되풀이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김 장관은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통해서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NLL을 양보하거나 열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그는 "(NLL 이남 지역을) 확실하게 우리가 관할하고 있다"며 "서해 공동어로수역을 통해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것도 'NLL=해상불가침경계선'이라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뜻에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김 장관은 아울러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북한 해주와 다사리 등에는 360척의 고속정과 상륙함이 배치돼 있는데 서해 지역을 열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자 "측방 노출은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동조했다.

김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공동어로구역에) 상선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기 위해서는 북측 해안포 철수가 시급하다"며 "(국방장관회담) 의제로 채택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북한의 장사정포 철수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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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금지선일뿐…" 對 "54년 간 관할해 온 생명선"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성격 규정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및 공동어로구역 설치 추진에 합의하면서 불거진 이번 NLL 논란은 "NLL이 영토선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러한 발언은 통수권자로서 우리 영토를 포기하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정부 내 이견이 없다.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뿐"이라고 해명하고,청와대 대변인 또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NLL은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설명하는 등 불 끄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직 국방장관 및 예비역 장성과 보수적 안보단체 회원들이 '대통령의 NLL 발언 규탄'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정은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NLL 문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이념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때문에 NLL의 성격 규정도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문제는 NLL을 과연 남북 간 해상 경계선인 영토선으로 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정부·진보"NLL은 영토 아닌 안보개념에서 설정된 것"

노무현 대통령은 NLL에 대해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된다.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NLL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며 처음에는 작전 금지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재정 장관도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개념에서 설정돼 이제까지 유지돼 왔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서해교전만 하더라도 안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방법론에서 한번 반성해 봐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진보진영에서는 "NLL은 유엔군사령부가 1953년 북쪽과 합의 없이 일종의 작전 금지선으로 그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우리 헌법 규정을 감안할 때 '영토 개념'으로 NLL의 성격을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수·군측"NLL은 우리가 50년 이상 관할해온 해상경계선"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NLL은 휴전 당시 남북의 전력 배치 상황과 정전협정문에 의거해 군사령관이 적법하게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 영토인 서해 5도와 북한 지역 사이의 중간점을 연결한 선으로 국제법상으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지난 54년간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으며 해상 군사분계선(MDL)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NLL은 서해와 수도권을 지켜온 국민과 국익의 생명선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NLL의 영토 안보적 가치를 군 최고 통수권자가 폄훼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NLL 문제에 관한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눈앞에 다가온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념 대결을 촉발할 민감한 이슈를 던져 대선 국면에 진보·보수 간 전선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우리 측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비쳐져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핵 폐기 등 평화체제 구축 없이 NLL 허물어선 안돼

국가 수반이자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NLL을 흔드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해에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되고 해주에 공단이 들어서면 NLL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비록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려는 의도에서 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NLL을 스스로 허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NLL 재설정 문제는 국가 주권과 안보와 관련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실질적인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새로 설정하려면 무엇보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의 최대 위협 요인인 북한 핵이 폐기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NLL부터 성급하게 손을 대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NLL(Northern Limit Line)=1953년 정전협정 직후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으로,서해상 북방한계선으로 불린다.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5개 섬 북단과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말한다.

◆남북기본합의서=남북한이 화해 불가침,교류협력 등에 관해 합의한 기본 문서로,1992년 9월 제8차 고위급회담에서 3개 부속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발효됐다.

11조에는 '남과 북의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해교전=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두 척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남한 해군 고속정에 갑자기 선제 기습포격을 하면서 발생했다.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10·4 남북공동선언=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0월4일 북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6·15선언 구현과 통일문제 자주적 해결,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 선언 추진,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 등 8개 본항과 2개의 별항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