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찬란한 슬픔의 봄'이란 싯구절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랑이 유명한 시인이어서가 아니다.

봄에 대한 심리가 '찬란함'과 '슬픔'이라는 모순으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역설법의 표현이 사용되었다.

삶에 대한 통찰을 역설법이라는 모순형용으로 드러낼 때 설득력 있는 글이 된다.

역설적 사고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창의성이 있다.

역설적 사고는 '언뜻 보기에는 어긋나고 모순되나 사실은 그 속에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여 미묘한 정서적 반응을 일깨워 주는 것이 역설적 사고의 효과다.

그런 이유로 역설적 사고는 창의적 사고와 맥을 같이 한다.

논술에서 창의적 사고를 발휘하려면 대상에 대한 역설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다음의 글을 보자.

"콧대가 센 사람의 기를 꺾고 싶을 때 오히려 콧대가 더욱 세지도록 부추겨 주면 어떨까?

마냥 기고만장해 거드름을 피우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안을 당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콧대를 세우지 못한다.

상대방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으면 덮어놓고 치근덕거리지 말라.

상대방이 오히려 도망치고 만다. 과단성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이 마음이 끌려 접근해 온다.

살신성인이란 격언도 같은 취지의 역설적 사고법이다. "

(출처:Tong,거인을 깨우는 피터팬)

문장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하면 읽는 사람의 머리에 쉽게 기억된다.

상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되고,묘한 문장 이치 때문에 품격이 생긴다.

수험생들이 이런 역설적 사고에 익숙하다면 어떨까?

그 결과 그동안 인간들이 쌓아왔던 긍정적 가치가 일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그동안 부정적으로 평가됐던 가치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역설적 사고의 묘한 이치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얼쑤!선생의 창의력 교실] 8. 역설적 사고로 접근해 보자
김아타라는 예술가가 있다.

TV 리포터에 의하면,"'얼음으로 만든 마오쩌뚱''녹아가는 마릴린 먼로''한 폐공장에 놓인 천개의 얼음' 등 김아타의 사진을 '단 한 장'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결코,그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사라지게 하여 존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법에 혼신의 노력을 한다"라고 한다.

김아타의 역설은 자신만의 미학을 보여주는 창의적 사고다.

만약 김아타의 작품들이 역설적 미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뉴욕타임즈가 '참신한 작가'라고 극찬한 사실이 그의 명성을 증명한다.

'사라지게 하여 존재의 가치를 극대화'한 작품들은 김아타만의 창의적 관점으로 세상의 가치를 새롭게 생성한 것이다.

'패러독스 경영'에 역설적 사고를 진전시켜 보자.

패러독스 경영은 상충되는 요소들이 한 조직 내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경우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해 수익을 창출하는 요소들만 모아 기업을 운영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은 한 가지 경영만 고집하지 않고 상호 배타적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여 경쟁력이 강화되었다.

한 어항에 미꾸라지와 메기를 같이 넣어 기르는 것과 같다.

미꾸라지는 안 잡히려고,메기는 잡으려는 역설적 동거가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시킨다.

'양자택일의 시대는 끝나고,상호 배타적이고 모순적 특징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어떤 학자의 말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인간들에게 호평을 받는 고전들도 역설적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장자'가 대표적이다.

이현구 교수는 "장자의 문장은 설득력 있는 비유로 통념을 깨뜨리고,끝없는 환상과 꿈의 세계로 독자들을 몰고 가서,한 순간에 '평범한 인생에 대한 환멸'을 가르쳐 준다.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는 독자의 선입견을 완전히 휘저어 놓고 시작한다"고 말한다.

장자는 모순된 문장의 역설적 구조가 압권이다.

역설적 사고는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여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게 한다.

장자가 대학 논술시험의 제시문으로 가장 많이 출제되는 이유가 된다.

수험생들이 창의성을 향상시키려면 대상에 역설적 사고로 접근하면 좋다.

넓고 깊은 사고의 소유자일수록 역설적 사고에 능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논리의 정당성에 기초해 판단해왔다.

물론 상식적인 결과는 이끌어 냈으나 다양한 가치는 생산해 내지 못했다.

이제 인간의 다양한 삶에 역설적 사고를 적용해 재해석하는 연습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