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사고방식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2. 왜 우유팩은 사각형인데 콜라 캔은 원통형일까?
혹시 이런 의문을 가져 보았는가?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2. 왜 우유팩은 사각형인데 콜라 캔은 원통형일까?


①왜 우유 팩은 사각형이고 콜라 캔은 원통형일까

②CD와 DVD는 크기가 같은데 왜 케이스 크기는 다를까

③TV는 110V, 220V가 구분돼 있는데 왜 노트북PC는 전압에 상관 없이 쓸 수 있을까

④왜 어떤 차는 주유구가 운전석 쪽에,어떤 차는 반대쪽에 붙어 있을까

⑤왜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불이 안 들어올까.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지만 그냥 무심코 넘기는 의문들이 참 많다.

위 질문들은 미국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교수의 <이코노믹 싱킹(Economic Thinking)>에서 제시된 것들이다.

'핵심을 꿰뚫는 힘'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암시하듯 경제학적 사고 방식은 논술에서도 '남들과는 달리 생각하는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이 질문들에 대해 몇 개나 답할 수 있을까? 적어도 3개 이상을 일리 있게 답했다면 중급 수준의 경제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진 셈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디자인·제품 설계에 얽힌 경제 원리를 통해 경제학적 사고 방식을 들여다보자.

◎ 문제를 푸는 기본 원리는 '비용과 편익'

이런 문제를 푸는 열쇠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비용-편익(cost-benefit)의 원리'다.

프랭크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 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큰 경우에만 합리화된다"고 설명한다.

이때 비용과 편익은 금전이나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서비스를 의미하지만 넓게 보면 시간,노력,마음고생 등도 비용이고 심리적 가치,포만감,보람 등도 편익이 된다(화폐 가치로 비교할 수 있다면).

누구나 어떤 선택에 앞서 비용과 편익을 어렴풋이 염두에 두지만 실제 행동이 늘 합리적이진 못하다.

예컨대 집 앞 상점에서 MP3플레이어를 사면 5만원인데,용산 전자상가에선 같은 제품이 4만원이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

차비와 시간을 들여가며 용산에 가서 싸게 살지,좀 비싸도 집 앞에서 편히 살지에 대한 선택은 그것이 얼마나 급하고 필요하며 가치 있느냐에 따라 비용·편익이 다르게 계산된다.

◎ 제품 모양에는 다 이유가 있다

위 질문에 대해 프랭크 교수가 제시한 해설을 보자.우유 팩이 사각형인 것은 냉장고에 넣을 때 공간 활용성이 원통형보다 훨씬 높기(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모서리 부분의 공간 낭비가 없다.

반면 콜라 캔은 냉장이 필요한데도 왜 원통형일까? 이는 음료수가 대개 용기에 담긴 채 그대로 소비되기 때문에 손에 잡기 쉬운 원통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CD와 DVD의 케이스 크기 차이는 이 제품들의 탄생 과정과 밀접하다.

CD는 LP레코드의 대체물이다.

사각형 LP 재킷의 가로와 세로를 각각 절반 남짓으로 줄이면 CD 케이스 크기다.

CD는 기존 LP 진열장에 두 줄로 넣을 수 있어 진열장 교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DVD 케이스는 그 이전 세대인 VHS 비디오테이프와 높이·너비가 같게 만들어졌다.

소매상, 대여점이나 가정에서 기존 진열장에 얼마든지 넣을 수 있는 장점(편익)이 있다.

◎ 용도와 편의성에도 비밀이 있다

노트북이 전압에 관계 없이 쓸 수 있게 설계된 것은 어디든 들고 다니는 노트북의 용도와 밀접하다.

만약 노트북에 변압 장치가 없다면 국산(표준 전압 220V) 노트북을 갖고 미국(110V)에 출장 갈 때 크고 무거운 변압기까지 챙겨가야 한다.

반면 TV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은 국가에 따라 110V와 220V 중 하나로 고정돼 있다.

가정에서 외국까지 옮겨가며 쓸 이유가 없고,수출용은 따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주유구가 모두 운전석 쪽에 달려 있다면 어떨까.

운전자들은 주유소에서 줄을 길게 늘어서야 한다.

하지만 조수석 쪽에 주유기가 달린 자동차도 많아 주유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진다.

주유기 위치에 따른 비용은 별 차이가 없지만 그 위치가 반반으로 나뉜다면 운전자들의 편익이 커진다.

◎ 왜 냉동실엔 불이 안 들어올까

자,이제 냉장고 냉동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짐작하겠는가? 냉동실이든 냉장실이든 문을 열 때 전등이 자동으로 켜지게 만드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같다.

이는 문 여는 빈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진 않는 고정 비용이란 의미이다.

그러나 편익 측면에서 보면 대개 냉동실보다 냉장실을 훨씬 자주 열기 때문에 냉장실에 전등을 달 때의 편익이 훨씬 더 크다.

물론 냉동실에도 전등을 달면 편리하겠지만,이 경우 설치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이 뒤따른다.

이런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일부 값비싼 냉장고에만 냉동실에도 불이 켜지게끔 디자인한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이런 질문들에 모두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꾸준히 의문을 품고,생각하는 능력을 개발한다면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출발은 경제 원리이지만 현실 속 다양한 의문에 대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평생 즐길 만한 지적 모험이 될 것이라고 프랭크 교수는 강조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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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2. 왜 우유팩은 사각형인데 콜라 캔은 원통형일까?
로버트 프랭크는 아이비 리그 명문의 하나인 코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버냉키·프랭크의 경제학>을 저술했다.

이 책이 '맨큐의 경제학'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그는 버냉키,그레고리 맨큐,폴 크루그먼,존 테일러(모두 경제학 원론서를 썼음)와 함께 세계 경제학의 '5대 멘토'로 불린다.

프랭크 교수의 <이코노믹 싱킹(원제 Economic Thinking)>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경제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을 만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루한 경제학이 아니라 간단한 경제 원리를 통해 '핵심을 꿰뚫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국내 대입 논술의 지향점과도 맥이 닿는다.

그는 우선 학기 초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500단어 분량의 짧은 리포트를 요구했다.

주제는 '일상 생활에서 궁금한 현상을 질문으로 던지고,경제학 개론에서 배운 경제 원리를 이용해 스스로 답을 제시해 보라'는 것.물론 수식,그래프는 쓰지 않아야 하며 경제학에 문외한인 가족,친구들에게 들려 준다고 상상하고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코노믹 싱킹>은 이렇게 코넬대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 중 가장 흥미로운 것들을 골라 해설을 붙인 것이다.

프랭크 교수는 여기에 '경제학 박물학자(Economic Naturalist)'란 제목을 붙였다.

박물학이 자연계의 여러 지식을 수집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듯 다양한 경제 현상을 수집해 탐구한다는 의미다.

프랭크 교수는 생물학 입문 과정의 학생들이 탐구하는 질문들에서 이 과제를 냈다고 한다.

인간 두뇌가 정보를 스토리 형태로 흡수하는 특수성이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미국 명문대 학생들의 질문 자체가 일상적이면서 흥미롭고,학생들이 그 해답(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을 도출하는 과정이 바로 창의력 키우기 교육이었던 셈이다.

여러분들도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보고 해답을 찾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