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알공기찜,게사니구이,남새튀김,배밤채,기장밥….'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차 평양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 기간에 북에서 맛본 음식 이름이다.
알듯 말듯한 이런 이름들이 정상회담 내내 남쪽에서 화제가 된 까닭은 이들이 남북한의 달라진 말의 차이를 단적으로,그리고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게사니구이였다.
게사니구이는 수육과 비슷한 요리로 알려졌는데,수육은 '삶아 익힌 쇠고기'를 말한다.
이 수육은 본래 숙육(熟肉)에서 온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받침이 떨어져나가 수육으로 굳어진 것.'게사니'는 강원 경기 함경 지역에서 쓰이는,거위(집에서 기르는 오리과의 날짐승)의 방언이다.
북한에선 게사니가 표준어(북한 용어론 문화어)이고 날짐승 이름으로 거위란 말은 쓰지 않는다.
특이한 건 북한에도 거위란 단어가 있긴 한데 이는 사람 몸 속에 기생하는 '회충(蛔蟲)'을 뜻하는 말이다.
회충의 본래 우리 고유어가 '거위'이다.
남에서는 거의 사어화한 이 말이 북에서는 오히려 회충을 대신하는 표준어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북한에선 회충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여러 차례 말 다듬기를 통해 한자어인 회충을 버렸다.
그래서 배에 회충이 있어 소화가 안 되고 식욕도 없으며 점점 야위어가는 병을 가리켜 '거위배앓이'라고 한다.
그러니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혹여 실수로라도 '거위구위를 먹는다'고 한다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만한 일이다.
닭알공기찜은 남한의 계란찜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닭알은 달걀 또는 계란의 북한어이다.
북에서는 달걀이나 계란은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
물론 사전에 올림말로 소개돼 있긴 하지만 둘 다 버리고 닭알만을 표준어로 채택했다.
북한에서 '남새'는 '배추 무 오이 가지 파 마늘 호박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리의 야채(野菜)나 채소(菜蔬)와 같은 말이다.
남쪽에도 '남새'란 말이 남아 있지만 실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반면 북에서는 표준어다.
이에 비해 야채나 채소는 역시 한자말이란 이유로 버렸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에는 이들 말이 단어로 올라 있긴 하지만 쓰지 않는 말로 처리돼 있다.
배와 밤을 채 썬 요리인 배밤채 역시 남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로 북한의 사전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식만찬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끈 2000년 당시의 정상회담 만찬에선 '륙륙날개탕'이 단연 주목을 끌었었다.
메추리 완자탕인 이 요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애초에 정상회담이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륙륙'이란 말을 넣어 지었다고 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북한 간 말과 글의 '이질화'든 또는 단순히 '차이'든 그 심각성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서로 견해가 다르다.
북한의 말이 분단 60년을 넘으면서 남한의 말과 매우 달라져 있긴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북한 간 말의 차이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그 '심각'의 기준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질화를 논하면서 그 말에 대한 과학적인 개념 정리조차 아직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달라진 북한의 말과 글을 여전히 호기심의 차원에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차 평양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 기간에 북에서 맛본 음식 이름이다.
알듯 말듯한 이런 이름들이 정상회담 내내 남쪽에서 화제가 된 까닭은 이들이 남북한의 달라진 말의 차이를 단적으로,그리고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게사니구이였다.
게사니구이는 수육과 비슷한 요리로 알려졌는데,수육은 '삶아 익힌 쇠고기'를 말한다.
이 수육은 본래 숙육(熟肉)에서 온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받침이 떨어져나가 수육으로 굳어진 것.'게사니'는 강원 경기 함경 지역에서 쓰이는,거위(집에서 기르는 오리과의 날짐승)의 방언이다.
북한에선 게사니가 표준어(북한 용어론 문화어)이고 날짐승 이름으로 거위란 말은 쓰지 않는다.
특이한 건 북한에도 거위란 단어가 있긴 한데 이는 사람 몸 속에 기생하는 '회충(蛔蟲)'을 뜻하는 말이다.
회충의 본래 우리 고유어가 '거위'이다.
남에서는 거의 사어화한 이 말이 북에서는 오히려 회충을 대신하는 표준어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북한에선 회충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여러 차례 말 다듬기를 통해 한자어인 회충을 버렸다.
그래서 배에 회충이 있어 소화가 안 되고 식욕도 없으며 점점 야위어가는 병을 가리켜 '거위배앓이'라고 한다.
그러니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혹여 실수로라도 '거위구위를 먹는다'고 한다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만한 일이다.
닭알공기찜은 남한의 계란찜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닭알은 달걀 또는 계란의 북한어이다.
북에서는 달걀이나 계란은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
물론 사전에 올림말로 소개돼 있긴 하지만 둘 다 버리고 닭알만을 표준어로 채택했다.
북한에서 '남새'는 '배추 무 오이 가지 파 마늘 호박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리의 야채(野菜)나 채소(菜蔬)와 같은 말이다.
남쪽에도 '남새'란 말이 남아 있지만 실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반면 북에서는 표준어다.
이에 비해 야채나 채소는 역시 한자말이란 이유로 버렸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에는 이들 말이 단어로 올라 있긴 하지만 쓰지 않는 말로 처리돼 있다.
배와 밤을 채 썬 요리인 배밤채 역시 남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로 북한의 사전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식만찬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끈 2000년 당시의 정상회담 만찬에선 '륙륙날개탕'이 단연 주목을 끌었었다.
메추리 완자탕인 이 요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애초에 정상회담이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륙륙'이란 말을 넣어 지었다고 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북한 간 말과 글의 '이질화'든 또는 단순히 '차이'든 그 심각성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서로 견해가 다르다.
북한의 말이 분단 60년을 넘으면서 남한의 말과 매우 달라져 있긴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북한 간 말의 차이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그 '심각'의 기준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질화를 논하면서 그 말에 대한 과학적인 개념 정리조차 아직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달라진 북한의 말과 글을 여전히 호기심의 차원에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