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증권선물거래소는 왜 거래소에 상장하려고 할까?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장외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시가 상승 무드여서 자본 투자도 유치하고 기업가치도 올려보겠다는 심산이다.

주식 투자자들도 상장을 앞둔 장외기업 후보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상장 후보군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회사가 한 곳 있다.

사실 '회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어색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거래소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한국의 대표 주식시장인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주 업무인 시장 주식 매매거래뿐 아니라 장외기업의 상장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친 후 상장시키고 상장 후 시장감시 기능을 통해 불공정거래와 분쟁 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부실 기업을 거래소에서 퇴출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소관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경기를 관찰하고 선수들의 반칙을 가려내는 심판이 직접 선수로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 때문에 상장을 앞두고 과정과 절차에 관해 정부 소관부처,시민단체 등과 여러 가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은 과연 괜찮은가.

큰 잡음 없이 상장돼 거래될 수 있을까.

그 의미와 파급효과를 알아보자.

◎ 심판,경기에 선수로 나서다

증권거래소의 상장은 사실 해외 사례에 비춰보면 별로 특이한 사안은 아니다.

전 세계 증권거래소 중 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15개 상위 거래소는 대부분 자기 증권시장에 상장돼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주요 증권거래소 중 상장되지 않은 거래소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외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중국의 상하이거래소,스위스의 SWX 등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거래소의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당초 이달에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늦어진 것도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증권선물거래소 간 이견 때문이었다.

상장심사,시장감시,수수료 책정 등의 기능들을 상장 이후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해 정부와 거래소는 견해 차이를 보여왔다.

무엇보다 장외기업들이 상장할 때 받는 심사가 관심사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다른 장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상장심사를 스스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 상장 이후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식 매매를 감시·감독하는 관리 기능도 모호해질 수 있다.

재경부와 증권거래소는 이에 대해 인사와 예산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자율규제위원회에 맡기기로 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다만 이 위원회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별도의 감독기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KRX 내에 두기로 했다.

거래소의 매매기능과 시장관리 기능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NYSE(뉴욕증권거래소)와 비슷한 형태다. NYSE는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지주회사는 상장하고 NYSE의 규제 담당 본부는 계열사 형태로 NYSE를 감시·감독하는 구조다.

◎ 동아시아 금융 허브를 향한 잰걸음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은 오는 12월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증권선물거래소의 위상 제고를 위해 상장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해외증시 관련 상품을 만들고 라오스 증시 설립을 지원하는 등 동아시아 금융 허브로 부상하기 위한 국제화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유럽의 유로넥스트가 합병하는 등 전 세계 거래소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 거래소만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광수 증권선물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거래소 상장은 해외시장 연계와 해외 거래소 지분 취득 및 조인트 벤처 설립 등에 대비한 대규모 자금의 신속한 조달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 거래소 상장. 증권회사들은 환호?

증권선물거래소 상장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봐야 할 점은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요주주들이 누군가 하는 점이다.

대개 우량 회사가 상장을 하면 주주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이 몇 배,몇 십배까지 뛰기 때문에 소위 '대박'을 맞게 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앞으로 상장을 앞둔 회사 중 손꼽히는 우량주로 꼽힌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주는 43개 기관이며,주요 대주주는 바로 증권회사들이다.

현재 국내 25개 증권회사가 거래소 주식 1526만주(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증권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장부가격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거래소 공모가격이 주당 3만~3만5000원에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증권회사별로 수백억원대 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증권회사는 우리투자증권으로 지분이 4.60%에 달한다.

보유주식 수는 92만주.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할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이익은 27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회사들도 대부분 200억원 안팎의 상장차익이 기대된다. 물론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한 이후 주가가 오른다면 이들의 평가차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회사들의 이익도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주주는 증권선물거래소의 공공성을 감안해 상장에 따른 차익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출연,시장 발전을 위한 사업에 쓰기로 했다.

거래소는 상장 전제 조건인 공익기금 3700억원 출연을 위해 거래소가 2000억원을,주주인 증권·선물회사,유관기관들이 1700억원을 낸다는 방침이다.

고경봉 한국경제신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