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응시위해 새벽 3시 기상해야... 대전에 시험장 마련, 면접은 오후에 해주길

[생글기자 코너] 지방 수험생들 "대학 가려면 너무 피곤해요"
수시 모집을 통해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지방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명문 대학교 중 대부분은 현재 서울과 그 인근 지역에 거의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수도권 외의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수시철에 서울로 '짧은 여행'을 떠나야 할 정도다. 대학별 고사 두세 개만 있어도 주말이 몽땅 소비되는 것은 다반사다.

지난 9월16일 오전 10시.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수시모집 일반전형 논술 고사가 시행되었다. 이 전형에 응시한 이가은양(부산 혜화여고3)은 "9시30분 입실을 맞추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부산역에 도착해 5시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은 보통 학교 가듯 일어나 어머니가 주시는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여유롭게 고사장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부러웠다"며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시험칠 때에 몽롱한 상태가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대부분의 지방 학생들은 지망하는 대학교가 멀어서 힘들긴 하지만,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장시간의 이동을 달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수능을 수십여일 앞둔 시점에서 지방 학생들은 각 대학의 고사를 위해 시간은 물론 체력까지 쏟아부어야 할 실정이다.

김덕용군(서울 청원고3)은 "사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고3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서울에서는 논술 등 각종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때 큰 부담이 없는 반면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아예 하루이틀 날을 잡고 올라오는 것이 예사라 우리보다 훨씬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폐해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 대학교 수시 모집에 응시하는 인원이 보통 수천명,수만명에까지 달하는 현실에서 논술과 같은 경우에는 대학별 고사장을 지방에 몇 곳 설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능 시험이 각 지방에서 같은 시각에 시행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능 시험만큼 많은 고사장을 설치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각 광역시 혹은 도,여의치 않으면 철도가 이어지는 대전과 대구 정도에 하나씩만 고사장을 더 설치해도 고사 당일의 교통 혼잡과 지방 학생들의 불리함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면접과 같은 경우 대학 측에서 지방 학생들을 오후 시간대로 배정하는 데에 신경을 써준다면 지방 학생들은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험에 응할 수 있을 것이다.

심환씨(한양대학교 법학과1)는 "지방에 살면 사실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입시 설명회에 참석하기도 어렵고 유명 학원 수업을 듣기도 무척 어렵다. 여러모로 지방 학생들이 불리한 가운데 대학별 고사 당일마저 수도권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면 이것은 시정 방안을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치열한 입시 속에서 고3 학생들은 서울이든 어디든 못갈 곳이 없다는 심정일 것이다. 엄청난 인원을 수용하고 공정한 고사를 진행하는 대학 측도 분명 많은 난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온 모든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형평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송지은 생글기자(부산 혜화여고 3년) jieuni4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