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선생의 창의력 교실'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얼쑤는 판소리에서 흥겨움을 나타내는 추임새인데,'얼쑤! 선생'은 독특한 강의기법으로 유명한 송탄여고 이도희 선생님(국어)의 필명입니다. 한국언론재단 NIE논술강사,경기도교육청 논술연수 강사이며,회원수 1만6000명에 달하는 인터넷 다음 카페 '얼쑤논술연구소'(http://cafe.daum.net/hurrah2)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쑤 선생님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캐낸 창의적 논술쓰기의 노하우를 전국의 생글생글 독자들과 나눕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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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서강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 답안지 3700여장을 채점하던 교수 10명은 깜짝 놀랐다. 논술 1번 환경 관련 문제에 대해 2000장가량의 결론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근대화를 추진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기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서강대 측은 이렇게 답변한 학생들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

어느 일간지의 기사 내용이다. 논술평가 교수들은 말한다. 논술답안에서 수험생들의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생각이 없는 판박이 논술답안만을 양산하는 논술 학습방법에 대한 질타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탈춤의 내용을 들어 생각해 보자. 탈춤은 전형성과 가변성을 지닌 연극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탈춤을 감상하면서 발로 흥겨움을 표현한 것이 증명한다. 이런 탈춤의 감동 이유에 많은 학생들은 '전형성과 가변성의 조화'를 결론으로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많은 학생들의 같은 결론'이다. 같은 내용의 결론이 많다보니 수험생 자신의 생각은 실종된 것이다. 이른바 판박이,붕어빵 답안이다.

만약 탈춤의 전형성에 무게를 두고 결론을 펼친다면 어떨까? 물론 탈춤의 연기자들이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할 정해진 메시지이기에 중요성은 있다. 그러나 탈춤 공연의 장소가 어디든 전형성은 바뀌지 않기에 닫힌 내용이 된다. 생명력이 없다. 그렇다면 탈춤의 가변성에 주목하여 결론을 내렸다면 어떨까? 무게로 보면 가변성이 가장 가볍다. 창의적인 학생이라면 이 점을 노려야 한다. 가변성을 선택할 학생들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가변성은 즉흥적인 대사나 행동이기에 탈춤의 생명성과 다양성을 확대된다는 결론이 오면 좋다. 탈춤의 미학을 전형성과 가변성의 조화에서 찾은 학생은 판박이 답안으로,가변성에서 찾은 학생은 창의적 답안으로 분류될 것이다.

영화 '왕의 남자'를 사례로 들어보자. 대부분 학생들은 '왕의 남자'의 흥행 배우로 장생과 공길,육갑이를 지목한다. '세 사람의 조화'를 대박 요인으로 제시한 것이다. 장생과 공길은 주인공으로 주제 형성에 중요한 노릇을 하고 육갑이는 양념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주연과 조연의 조화가 빚어내는 시너지 영향도 언급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논술 답안으로 친다면 가장 무난한 답안이다. 우리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관점을 정할 때 '조화'를 애용한다. 특히 논술 수험생들은 '조화'를 신처럼 추앙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내용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라면 판박이 답안이 된다. 나의 생각과 같은 학생들이 많다면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선택의 순서는 ①장생+공길+육갑 ②공길 ③장생 ④육갑이일 것이다. 이 순서를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의 선택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육갑이를 선택하자. 육갑이를 통하여 나만의 영화 미학을 펼쳐 보이자. 육갑이의 걸쭉한 입담으로 풍자의 맛을 더하고 '아름다운 욕망,화려한 비극'이라는 미학이 더 진해지지 않았을까. '왕의 남자'의 미학의 본질은 장생과 공길이가 만들어 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본질을 확산하고,그 결과 우리의 뇌리에 영속이 가능케 한 인물이 육갑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면 어떨까. 이른바 상품은 장생과 공길이 만들고 멋있는 포장과 마케팅은 육갑이가 담당한 결과 히트쳤다고 비유하면 어떨까. 나만의 관점에서 만든 창의성이 돋보인다.

대부분 논술교육은 당장 써 먹을 것 찾기에 치중했다. 영양가 없는,임시로 먹어서 배만 채우는 논술교육을 했다. 창의성을 죽이는 무서운 논술교육인 셈이다. "상당수 학원들은 논술의 핵심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신 틀에 박힌 글쓰기 방법론과 박제된 지식만을 주입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입 논술시험에선 '판박이 답안'이 무수히 양산되고 있다"는 한국경제신문의 생글생글 출범 기사도 같은 맥락의 지적이다. 논술 수험생들이여,오늘부터 신문 등에서 대상·현상을 찾아 나만의 관점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