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ㆍCMAㆍ채권등 투자상품의 백화점

[Make Money] 증권사가 주식만 취급한다고?
"증권회사는 주식 매매를 중개해주는 곳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증권회사는 아직도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다. 은행 지점을 매일 드나드는 사람들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증권회사 지점을 찾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펀드 가입자들이 증가하는 데다 주식시장의 호황까지 겹치면서 썰렁했던 객장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회사 지점은 사람들에게 '머나먼' 곳이다.

이는 단순히 '증권회사가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곳'이라는 오랜 통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증권회사에서는 은행,보험 등 다른 금융회사 못지 않게 다채로운 투자상품을 팔고 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투자상품부터 고금리를 노린 고위험 상품까지 다양하다. 은행이 예금상품의 백화점이라면 증권회사는 투자상품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증권회사에서 살 수 있는 투자상품의 쇼핑 리스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씩 알아보자.

◆최고의 대박 상품은 CMA

최근 증권회사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 주역은 단연 CMA(종합자산관리계좌)다. 최근 증권회사 취급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린다. 투자에 보수적인 장년층 퇴직자들부터 주부,학생에 이르기까지 CMA 가입 열풍은 좀체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은행 보통예금이 대다수였던 직장인들 월급통장의 상당수가 CMA로 대체되고 있어 은행들이 전전긍긍할 정도다.

CMA는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CMA 자금으로 투자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란 주로 MMF(머니마켓펀드),RP(환매조건부채권)나 이를 통해 투자하는 국공채나 CP(기업어음) 등을 말한다. CMA가 인기를 끄는 것은 보통예금 통장처럼 은행 카드를 이용해 수시로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동납부,자동이체,인터넷 뱅킹 등 은행의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고 다른 은행 창구나 CD기에서도 출금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증권회사에서 파는 보통예금 상품'이다. 반면 이자율은 연 5% 안팎으로 무이자에 가까운 보통예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봉급 생활자는 물론 그날 번 돈을 그날 예치하는 자영업자,주식매수 자금을 예치하려는 주식투자자 등이 주 고객이다. 각종 모임의 회비를 넣어두기에도 적당하다. 적금 붓기가 부담스러운 학생들도 용돈을 넣어두고 수시로 입출금하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CMA를 이용할 만하다.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ELS

증권회사가 내놓은 상품 중 CMA와 함께 '대박 상품'으로 통하는 것이 주가연계증권,즉 ELS(Equity index Linked Securities)다. ELS는 자산의 대부분을 우량 채권 등에 투자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상품이다.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처음 상품화했다.

ELS는 통상 은행 예금처럼 안정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예금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준다는 점 때문에 시판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아왔다. CMA는 상품 유형이 대체로 정해져 있는 데 비해 ELS는 주가지수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금융 상품을 은행 예금과 섞어 설계하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있다.

ELS의 종류는 다양한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대체로 '언제까지 주가가 몇 % 밑으로 빠지지 않으면 몇 %의 수익을 보장'하거나,또는 '지수가 만기 전 한 번이라도 목표 지수에 도달하면 향후 주가 변동과 관계없이 애초 제시한 수익을 보장'하는 식의 조건부 상품이다.

이 상품은 증권회사에서만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다. 유사한 형태로 은행에서는 ELD(주가지수연계예금)를 판매한다. 고객의 투자자금을 정기예금에 넣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주식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증권회사 상품 중 ELS와 비슷한 구조의 상품으로 파생결합증권도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ELS와 다른 점은 기초자산이다. ELS는 기초자산이 코스피 같은 주가지수나 삼성전자 포스코와 같은 특정 기업의 주가다. 반면 파생결합증권은 주식 이외의 사실상 모든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금리,환율,유가,금 등 대표적인 가격지표를 비롯해 밀 등 농산물,니켈 구리를 비롯한 광물 등이 그것이다.

◆랩어카운트도 관심 상품

이 밖에 많이 팔리는 상품으로는 랩어카운트가 있다. 랩어카운트란 펀드와 달리 증권사와 고객이 일 대 일로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해 주는 맞춤형 상품을 말한다. 증권회사의 같은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초기에는 주식,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형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CMA나 MMW(머니마켓랩) 등에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펀드에 비해선 규모가 작아 기동성이 좋고 일정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펀드와 달리 종목을 적극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시장수익률을 넘기 위해서는 주식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는 수익률도 뒷걸음질 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들 상품이 최근 생겨났거나 주목을 받은 상품이다. 하지만 증권회사 상품 중 역시 '스테디셀러'는 펀드다. 최근에는 해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펀드 판매가 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MMF 판매도 증가했다.

증권회사는 채권도 판매한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채권은 전환사채,회사채,국공채,금융채,RP 등 다양하다. 통상 채권의 거래 단위는 100억원 이상 대규모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개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증권회사는 이처럼 거액 단위로 거래되는 채권을 일단 사들인 뒤 특판 형식으로 일반인들에게 금액을 쪼개 되파는 '소매채권 영업'도 한다. 가장 적게는 1만원만 있어도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CP와 퇴직연금 등도 판매하며 일부 증권회사에서는 보험상품도 살 수 있다.

고경봉 한국경제신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