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NLL)은 근본 문제 중의 근본 문제로 2차 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다."
"…해당 상자 쇠고기에서 다시 갈비뼈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뜨거운 감자'란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뜨거운 감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뿐만 아니라 특정 단체나 집단, 개인 차원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즉 '나에게는 (무엇이) 뜨거운 감자다'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가 급속도로 다양화하고 이해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단어를 더욱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말이 영어에서 온 것이란 점을 들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심지어 쓰지 말아야 할 외래어 투로 간주하기도 한다.
물론 적절한 우리말이 기왕에 있고 표현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데 구태여 외래말이나 표현을 쓴다면 이는 옳지 않다.
하지만 외래말이라 해도 우리말 표현체계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장려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우리말에 없는 외래 표현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외래어 투니까'라는 식으로 배척할 일은 아니다.
'뜨거운 감자'는 영어의 'hot potato'를 직역한 말로 우리말에는 없는 표현이다. 갓 구워낸 맛있는 감자는 겉으로는 몰라도 속은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어 자칫 한 입 덥석 베어 물면 입안을 데인다.
하지만 맛있는 감자를 먹고는 싶고 하니 난처한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에 담긴 뜻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시기적으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언론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베트남 전쟁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으면서도 베트남 전쟁이 미국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고, 자국 내에선 오히려 반전 시위가 점점 확산돼 수렁 속으로 빠져들던 상황을 언론에서 묘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용어는 사회적으로 큰 쟁점으로 떠올라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또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화를 당하게 될,그래서 다루기 껄끄러운 현안을 이르는 말이다.
본래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매우 난처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인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첨예한 쟁점, 다루기 곤란한 핫 이슈 정도의 뜻으로 쓰기도 한다.
따라서 그냥 '큰 쟁점'만이 아니고 큰 쟁점이면서 다루기 매우 껄끄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안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단순히 '큰 쟁점'이라 바꾸기도 어려울 뿐더러 미묘한 의미 차이를 지닌 말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말을 찾아 쓴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말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우리말을 벼르고 키우는 일과 외래어 투를 걸러내는 작업은 다른 것이라는 뜻이다. 힘 있는 우리말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비록 외래어 투일지라도 다양한 표현 방식에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영어에서 온 말들 중 비교적 일찌감치 우리말 속에 자리 잡은 단어로는 '벼룩 시장'이 있다. 온갖 중고품을 사고 파는 만물 시장을 뜻하는 '벼룩 시장'은 1991년 나온 <금성판 국어대사전>에 단어로 올라 있다.
하지만 1992년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에선 여전히 단어로 취급되지 않았다. 1999년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프랑스 말 마르셰 오 푸세(Marche Aux Puces)를 번역한 것'으로 출처를 풀고 있다. 푸세는 벼룩이란 뜻이다. 영어에서도 이를 직역해 플리 마켓(Flea Market)이라 칭한다.
이처럼 우리말 체계를 풍부하게 해 주는 서양에서 온 말 중 비교적 자주 쓰이는 표현에는 '악어의 눈물(가식적인 후회나 동정을 호소하는 눈물을 비유)' '루비콘 강을 건너다(중대한 결단을 이미 내려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마지노 선(더 이상 양보할 수 없거나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경우)' '부메랑(본래 호주의 원주민이 쓰는 사냥 도구인데, 던지면 다시 되돌아온다는 데서 자신의 어떤 행위가 부정적인 결과가 돼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것을 비유)' '판도라의 상자(공연히 건드렸다가 감당하기 힘든 온갖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해당 상자 쇠고기에서 다시 갈비뼈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뜨거운 감자'란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뜨거운 감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뿐만 아니라 특정 단체나 집단, 개인 차원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즉 '나에게는 (무엇이) 뜨거운 감자다'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가 급속도로 다양화하고 이해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단어를 더욱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말이 영어에서 온 것이란 점을 들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심지어 쓰지 말아야 할 외래어 투로 간주하기도 한다.
물론 적절한 우리말이 기왕에 있고 표현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데 구태여 외래말이나 표현을 쓴다면 이는 옳지 않다.
하지만 외래말이라 해도 우리말 표현체계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장려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우리말에 없는 외래 표현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외래어 투니까'라는 식으로 배척할 일은 아니다.
'뜨거운 감자'는 영어의 'hot potato'를 직역한 말로 우리말에는 없는 표현이다. 갓 구워낸 맛있는 감자는 겉으로는 몰라도 속은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어 자칫 한 입 덥석 베어 물면 입안을 데인다.
하지만 맛있는 감자를 먹고는 싶고 하니 난처한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에 담긴 뜻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시기적으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언론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베트남 전쟁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으면서도 베트남 전쟁이 미국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고, 자국 내에선 오히려 반전 시위가 점점 확산돼 수렁 속으로 빠져들던 상황을 언론에서 묘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용어는 사회적으로 큰 쟁점으로 떠올라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또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화를 당하게 될,그래서 다루기 껄끄러운 현안을 이르는 말이다.
본래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매우 난처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인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첨예한 쟁점, 다루기 곤란한 핫 이슈 정도의 뜻으로 쓰기도 한다.
따라서 그냥 '큰 쟁점'만이 아니고 큰 쟁점이면서 다루기 매우 껄끄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안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단순히 '큰 쟁점'이라 바꾸기도 어려울 뿐더러 미묘한 의미 차이를 지닌 말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말을 찾아 쓴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말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우리말을 벼르고 키우는 일과 외래어 투를 걸러내는 작업은 다른 것이라는 뜻이다. 힘 있는 우리말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비록 외래어 투일지라도 다양한 표현 방식에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영어에서 온 말들 중 비교적 일찌감치 우리말 속에 자리 잡은 단어로는 '벼룩 시장'이 있다. 온갖 중고품을 사고 파는 만물 시장을 뜻하는 '벼룩 시장'은 1991년 나온 <금성판 국어대사전>에 단어로 올라 있다.
하지만 1992년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에선 여전히 단어로 취급되지 않았다. 1999년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프랑스 말 마르셰 오 푸세(Marche Aux Puces)를 번역한 것'으로 출처를 풀고 있다. 푸세는 벼룩이란 뜻이다. 영어에서도 이를 직역해 플리 마켓(Flea Market)이라 칭한다.
이처럼 우리말 체계를 풍부하게 해 주는 서양에서 온 말 중 비교적 자주 쓰이는 표현에는 '악어의 눈물(가식적인 후회나 동정을 호소하는 눈물을 비유)' '루비콘 강을 건너다(중대한 결단을 이미 내려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마지노 선(더 이상 양보할 수 없거나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경우)' '부메랑(본래 호주의 원주민이 쓰는 사냥 도구인데, 던지면 다시 되돌아온다는 데서 자신의 어떤 행위가 부정적인 결과가 돼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것을 비유)' '판도라의 상자(공연히 건드렸다가 감당하기 힘든 온갖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