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생활 보호" 對 "사회적 해악 막아야"

☞연합뉴스 9월9일자

[뉴스로 읽는 경제학] 간통죄 폐지하면 안되나요?
간통죄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됐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로,지금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를 놓고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고 9일 밝혔다.

도 판사는 위헌 심판 제청 결정문에서 "형법 제241조는 과잉 금지의 원칙을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헌적 조항이라고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 판사는 "그동안 가정 보호와 성도덕 보호의 관점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나 간통이라는 것은 부부 간의 계약 위반으로 민사소송이나 도덕적 책임으로 봐야지 이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려는 것은 개인의 자율권 보장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유부남 A씨와 미혼의 30대 여성 B씨가 간통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심리 중인 도 판사는 최근 1년간 간통죄에 관한 판결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6%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간통죄가 '실무적으로 수명이 다한 법'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도 판사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근에는 간통 자체만으로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터키나 우간다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는 추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존치할 이유가 없는 법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 판사는 결정문에서 "간통죄의 위헌성 판단이 곧 간통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간통 행위에 대한 민사적,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며 간통 행위의 부도덕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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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현직 판사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함으로써 간통죄 존폐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형법의 간통죄 처벌 조항은 과잉 금지 원칙을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헌적 조항이라고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이번 위헌 제청 결정문의 핵심이다. 간통은 부부 간 계약 위반으로 민사소송이나 도덕적 책임으로 봐야지 이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려는 것은 개인의 자율권 보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통죄 위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세 차례(1990년,1993년,2001년) 위헌 심판에서는 입법 취지를 존중하고 가족 해체를 막는 효과를 인정해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2001년에는 "세계적 추세와 사생활 개입 논란 등을 고려할 때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계기로 간통죄 존폐 논란이 가열되고 급기야 간통죄 폐지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물론 이번에도 간통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으며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찬성쪽,"개인 애정생활에 법적으로 개입해선 안돼"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간통죄 존속 이유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가정의 파괴를 막는 것이지만 시대적 상황이 이러한 근거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여성의 권리는 꾸준히 신장돼 왔으며 내년부터 호주제가 폐지된다. 특히 남성 불륜이 간통제의 주범이란 사회적 통념도 깨졌고,간통죄가 가정을 지키는 제도도 아니며,간통 자체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형사 법률가 쪽에서는 개인의 애정생활은 법이 간섭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부부 간 성윤리가 간통죄 처벌로 유지될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진보적 페미니스트 진영에서도 간통죄가 오히려 여성의 평등과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간통죄 폐지가 성생활의 문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책임 있는 혼인관,윤리관을 확립시키는 계몽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사생활에 대한 법 개입 논란,간통죄 악용 사례,국가 형벌로서의 기능 약화,세계적 추세 등에 비춰볼 때 간통죄는 폐지돼야 하며 다른 법·제도를 보완해 여성·가정 보호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쪽,"사회적 해악 예방 위해 간통죄 규율 불가피"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부부 간 성적 성실의무를 수호하며,간통으로 야기되는 가족 문제 등 사회적 해악을 예방하기 위해 간통죄 규율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간통죄를 단지 사생활 영역이나 개인의 애정 문제,또는 성적 자기결정권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가정과 혼인 및 건전한 성 풍속을 포괄하는 간통죄의 사회질서로서의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간통죄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 보장에 부합하는 법률이며,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도 간통죄 폐지가 세계적 추세이고 성의식 변화에 따라 규범력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 고유의 정절 관념이나 도덕 기준에 비춰볼 때 아직도 국민의 법의식은 간통죄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간통죄 규율의 엄격한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간통죄 처벌을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한다. 간통 행위를 반윤리적 성격과 반사회적 성격으로 구분해,반사회적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 제재를 가하고 현행 간통죄의 중벌 규정을 완화해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춰 간통제 폐지 검토해야

혼인의 순결성과 가정의 건전성은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이는 부부 양쪽이 애정을 유지하도록 함께 노력해 해결할 일이지 사회가 법적으로 강제할 대상은 아니다.

더욱이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여성은 피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의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계도 간통죄 폐지론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형사 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간통으로 인한 민사 및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간통죄를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정치권이 간통죄를 삭제한 형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법사위에 상정한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간통제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간통제를 더 이상 '이불 속 이야기'로 남겨두고 회피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하고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적 판단보다는 사회 공론화를 통한 입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용어풀이]

◆간통죄

남성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1953년 제정된 것으로,형법 241조에 규정돼 있다.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으며,배우자만 고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과 1993년,2001년 세 번에 걸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법학계 안팎에서는 '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와선 안 된다'는 폐지론(위헌론)과 '선량한 성 풍속은 유지해야 한다'는 존치론(합헌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우리 형법의 모델인 일본도 1947년 간통죄를 폐지했다.

◆간통제 폐지 형법 개정안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볼 때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헌법재판소가 입법 차원의 결단을 촉구함에 따라 국회의원 10명이 간통죄 조항을 삭제해 2005년에 제출한 것으로,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위헌법률 심판제청

법률의 위헌 여부가 일반법원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하는 제도. 대한민국에서 시행 중인 모든 법률과 긴급명령,조약 등이 그 대상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