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유출에 따른 환경 파괴,핵무기 확산 등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원자력 발전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세계 거대 기업들은 급성장하는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자력의 새 시대'라는 표지기사를 통해 "핵 에너지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짓고 있는 원전만 현재 31기에 달한다. 2030년까지는 이들 국가에서 64기의 원전이 새롭게 지어질 예정이다. 규모에 따라 건설 비용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원전 하나를 건설하는 데 최소 2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계획되고 있는 전체 원전 건설 규모만 120조원 이상이다.
최근 미국에선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원전 건설 신청서가 쇄도하고 있다. 28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허가가 이뤄지면서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터진 이후 원전 건설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또한 핵을 더이상 확산시키지 않겠다던 정책을 깨고 인도와 원자력 협력을 재개하기도 했다.
일본도 최근 10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원자로가 없었던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나섰다.
◆불붙은 원전 건설 붐
최근 들어선 대규모 건설 시장을 노리는 원전 기업들이 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가 지난해 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고,프랑스의 원전 기업 프라마톰은 독일 업체인 지멘스의 원전 사업부를 인수한 뒤 '아레바'라는 기업을 출범시켰다. 원전 원천기술의 또 다른 강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일본의 히타치와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는 고도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도 다시 원전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그룹이 신청한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 여기에 18개 기업이 2015년까지 30여개 원전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에서도 추가 원전 개발 계획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체르노빌 사건 이후 원전 개발을 금기시해왔던 유럽에서도 원전 개발이 한창이다.
유럽 원전 건설 재개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섬. 이미 2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이곳에서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한 올킬루오토 3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킬루오토 3호는 프랑스 아레바와 독일 지멘스의 합작 자회사인 아레바NP가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올킬루오토에 이어 프랑스 북부의 플라망빌에서도 원전 건설에 착수,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다시 원전에 주목하는 이유
이같이 원전이 다시 급부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개발도상국의 숨가쁜 성장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자원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다 보니 유가가 치솟아 세계 각국이 원자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게다가 석유의 주 공급처인 중동 정세가 불안한 데다 원전 운영 비용이 일반 화력발전소에 비해 적은 것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요인이다.
또한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이 호주나 캐나다처럼 정세가 안정적인 곳에 많이 매장돼 있다는 점에서 공급이 원활하고 가격도 싸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선진국들이 예전과 달리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원전 확산을 촉진하고 있는 이유다.
이 밖에도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기시해왔던 핵 에너지를 다시금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핵이 '그린 에너지'라는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는 것. 석탄보다 깨끗하고,가스보다 안전하고,풍력보다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환경 오염 낮춘 원전 개발도
원전의 가장 큰 단점이던 핵 폐기물의 환경 오염 문제 등도 개선되고 있다. 원전의 부작용을 해결할 차세대 기술(4세대 원전)이 2030년께면 상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원전 1세대는 1960년대 실험적으로 가동됐던 원전이며,현재 가동되는 원전은 1970년대와 1990년대 개발된 2,3세대 원전이다.
새로운 4세대 원전이란 방사능 유출,핵 폭탄 제조 등 기존 2,3세대 원전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각국은 2030년께 4세대 원전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치열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4세대 원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원전 과정에서 폐기물을 수차례 재활용해 방사능 오염이 큰 물질을 줄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원전 폐기물 위험 물질이 크게 줄고 오염물 처리 비용도 감소해 원전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 세계 각 기업들은 핵 폐기물이 원자폭탄으로 전용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원자로도 개발 중이다.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어
하지만 늘어나는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안전 감시는 여전히 소홀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최근 "원전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염려 역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원전 사고와 관련된 기록이 제대로 공개·보관되지 않고 있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WSJ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된 크고 작은 원전 관련 사고는 1985년 231건에서 지난해 89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실질적인 사고 발생 감소라기보다는 통계 집계의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자력의 새 시대'라는 표지기사를 통해 "핵 에너지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짓고 있는 원전만 현재 31기에 달한다. 2030년까지는 이들 국가에서 64기의 원전이 새롭게 지어질 예정이다. 규모에 따라 건설 비용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원전 하나를 건설하는 데 최소 2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계획되고 있는 전체 원전 건설 규모만 120조원 이상이다.
최근 미국에선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원전 건설 신청서가 쇄도하고 있다. 28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허가가 이뤄지면서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터진 이후 원전 건설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또한 핵을 더이상 확산시키지 않겠다던 정책을 깨고 인도와 원자력 협력을 재개하기도 했다.
일본도 최근 10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원자로가 없었던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나섰다.
◆불붙은 원전 건설 붐
최근 들어선 대규모 건설 시장을 노리는 원전 기업들이 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가 지난해 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고,프랑스의 원전 기업 프라마톰은 독일 업체인 지멘스의 원전 사업부를 인수한 뒤 '아레바'라는 기업을 출범시켰다. 원전 원천기술의 또 다른 강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일본의 히타치와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는 고도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도 다시 원전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그룹이 신청한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 여기에 18개 기업이 2015년까지 30여개 원전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에서도 추가 원전 개발 계획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체르노빌 사건 이후 원전 개발을 금기시해왔던 유럽에서도 원전 개발이 한창이다.
유럽 원전 건설 재개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섬. 이미 2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이곳에서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한 올킬루오토 3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킬루오토 3호는 프랑스 아레바와 독일 지멘스의 합작 자회사인 아레바NP가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올킬루오토에 이어 프랑스 북부의 플라망빌에서도 원전 건설에 착수,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다시 원전에 주목하는 이유
이같이 원전이 다시 급부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개발도상국의 숨가쁜 성장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자원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다 보니 유가가 치솟아 세계 각국이 원자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게다가 석유의 주 공급처인 중동 정세가 불안한 데다 원전 운영 비용이 일반 화력발전소에 비해 적은 것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요인이다.
또한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이 호주나 캐나다처럼 정세가 안정적인 곳에 많이 매장돼 있다는 점에서 공급이 원활하고 가격도 싸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선진국들이 예전과 달리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원전 확산을 촉진하고 있는 이유다.
이 밖에도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기시해왔던 핵 에너지를 다시금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핵이 '그린 에너지'라는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는 것. 석탄보다 깨끗하고,가스보다 안전하고,풍력보다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환경 오염 낮춘 원전 개발도
원전의 가장 큰 단점이던 핵 폐기물의 환경 오염 문제 등도 개선되고 있다. 원전의 부작용을 해결할 차세대 기술(4세대 원전)이 2030년께면 상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원전 1세대는 1960년대 실험적으로 가동됐던 원전이며,현재 가동되는 원전은 1970년대와 1990년대 개발된 2,3세대 원전이다.
새로운 4세대 원전이란 방사능 유출,핵 폭탄 제조 등 기존 2,3세대 원전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각국은 2030년께 4세대 원전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치열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4세대 원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원전 과정에서 폐기물을 수차례 재활용해 방사능 오염이 큰 물질을 줄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원전 폐기물 위험 물질이 크게 줄고 오염물 처리 비용도 감소해 원전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 세계 각 기업들은 핵 폐기물이 원자폭탄으로 전용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원자로도 개발 중이다.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어
하지만 늘어나는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안전 감시는 여전히 소홀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최근 "원전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염려 역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원전 사고와 관련된 기록이 제대로 공개·보관되지 않고 있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WSJ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된 크고 작은 원전 관련 사고는 1985년 231건에서 지난해 89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실질적인 사고 발생 감소라기보다는 통계 집계의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