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다.''일기예보도 안 맞는다.''사막에 스키장이 있다.'

오늘날 상식이 깨어지고 있다. 절대적 가치로 신봉했던 상식이 허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상식은 상식으로서 추앙받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상식은 깨어지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어야 한다. 상식이 깨어진 시초는 끊임없는 의문이다. 특히 정보화 사회는 상식이 깨어짐으로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의문은 창의성을 일으키는 바람잡이다. 창의성이 인간 삶의 가치를 생산하는 핵이 된 것이다. 이제 논술 수험생들은 상식에 의문이라는 잣대를 대 보자. 그 결과 삶과 관련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새로운 가치는 대상에 대한 나만의 관점에서 도출된 소중한 자산이다. 의문은 기존의 지식에 또 다른 의미가 추가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의문은 미래의 삶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작용한다. 여기서 의문은 창의성을 이루기 위한 기본 단계다. 통합 논술이 '창의성 평가'에 중점을 두는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다음의 글을 보자.

"(…) 상식 선에서 고난기를 영화 에필로그로 삽입한 전례가 드물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마케팅 측면에 적극 활용한 것은 '디 워'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방향성을 면밀히 분석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형래 감독의 에필로그 삽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지만 일반 관객들에겐 영화의 내적 아쉬움을 감동으로 전환시키는 만족감을 극대화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한국경제신문 2007년 8월6일자)

영화 '디 워'가 논란의 정점에 섰다는 자체는 성공임을 말해 준다. 논란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면 '디 워'가 창의적 측면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심형래 감독은 "다른 영화에 의문을 품고 나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용(龍)의 승천에 배경 음악인 아리랑을 넣고 영화 제작 과정의 일화와 성공 의지를 에필로그로 넣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창의적인 논술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심 감독의 말은 "대상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라"로 압축된다. 그동안 영화는 감독을 화면에 이름으로만 넣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화의 화면은 배우들의 연기로 시작되고 막이 내린다. 영화 제작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디 워'의 에필로그는 심 감독 자신만의 창의성을 보여줬다. 그 결과 의문을 통한 재해석으로 관객들의 감동을 극대화했던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도 마찬가지다. 정치 단체나 기관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방법,의사를 통일하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라는 사전적 의미다.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대다수가 동의하기 때문에 정통성 부여 등의 긍정적 의미를 떠올린다. 물론 상식으로 접근하면 그렇다. 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은 평범하여 어떤 문제에 상식으로 접근한다. 결국 다수결의 결과는 상식적 결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의 진보를 이뤘던 계기는 한 명의 뛰어난 사람의 생각에서 나왔다. 세종 대왕의 한글 창제 등이 역사적 증거가 된다. 오늘날 정치,종교,과학,의학 등의 획기적인 발전도 다수의 생각보다는 소수의 생각에서 나왔다. 특히 여론에 의한 결정 등도 같은 맥락이기에 건전한 의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때론 민주주의 발전의 장애도 됨을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상식으로 이해했던 것을 의심해 봄으로써 귀중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이른바 다수결 원칙에 대해 의문을 가져 봄으로써 재해석을 한 것이다.

'합리성'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 보자. 대부분 현대 사회의 합리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합리적 인간형 추구'의 사회적 요구가 이를 증명한다. 역시 합리성의 추구에 '의문'의 잣대로 재해석해 보자. 그 결과 현대 사회의 목적 추구를 위한 합리성은 '인간 소외'를 심화할 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대상이나 현상은 양면성을 지닌다는 의미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면 좋다.2002학년도 고려대 정시 논술이 바로 현대 사회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를 출제했던 이유다.

논술 수험생들이여, 대상에 대한 가치는 변한다. 관점에 따라 대상의 가치를 창조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짚어낼 수 있다. 수험생들이 대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가치를 재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쑤! 선생의 창의력 교실'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얼쑤는 판소리에서 흥겨움을 나타내는 추임새인데,'얼쑤! 선생'은 독특한 강의 기법으로 유명한 송탄여고 이도희 선생님(국어)의 필명입니다. 한국언론재단 NIE논술강사,경기도교육청 논술연수 강사이며 회원수 1만6000명에 달하는 인터넷 다음 카페 '얼쑤논술연구소'(http://cafe.daum.net/hurrah2)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쑤 선생님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캐낸 창의적 논술 쓰기의 노하우를 전국의 생글생글 독자들과 나눕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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