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면에 있는 문화 역사적 배경을 파악하자

[김기훈 대표의 백그라운드 잉글리쉬] 1. 연재를 시작하며…
50회에 걸쳐 연재된 '어법 끝!' 칼럼이 지난주로 막을 내렸다. '어법 끝!'에서도 밝혔지만 결국 어법이란 어휘들을 정확하게 꿰어내는 법칙을 말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어법이 튼튼하면 어휘를 추가하며 무한대로 많은 문장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법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어휘력이 영어 실력을 판가름하게 된다. 이미 '어법 끝!' 이전에 '어휘 끝!' 칼럼을 통해서 고교 수준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 어휘들을 30회에 걸쳐 연재하였지만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단순히 수능을 위한 '교과서적 어휘' 내지는 '고교 수준 어휘'라는 틀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깊은 영어의 바다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었다.

이런 소망을 가지고 이제 'Background English'라는 타이틀로 새로이 칼럼을 연재한다. 언어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문화의 산물로 한 언어 속에는 역사,사회,정치,종교,경제 등 실로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알아가며 영어를 즐기는 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매우 유익하고 신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연재할 내용에는 현대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영어 표현들의 유래와 같은 배경지식을 비롯하여,영어를 지속적으로 공부할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실용적인 영어 표현들이 실릴 것이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은 색깔,숫자,동물,역사적 배경,성경,신화,문학 작품 등에서 유래한 살아 있는 생생한 영어 표현들과 다양한 각종 배경 지식들을 접하면서 영어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즐겁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명연설이나,좋은 논설문과 같이 잘 쓰인 영어 텍스트를 분석하며 해석하는 칼럼을 싣고자 한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결국 좋은 영어 문장이나 표현들을 가능한 한 많이 접하고 익혀 나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준 높은 문장(단순히 영어적인 측면에서가 아닌,글의 흐름이나 구성요소가 훌륭한 명문을 말한다)을 접하며 나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 본다면 영어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심지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나 태도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연재되는 이 칼럼이 즐겁지만 가볍지 않고,깊이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는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영어 실력 향상에 작지만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색(color)에서 유래된 유용한 영어 표현들

영어의 배경지식이 되는 여러 내용들 중에서 특히 색에서 유래된 표현을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은 서론이 긴 관계로 약간의 맛보기 정도만 다루도록 하겠다.

대부분 색맹(color-blind)인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수많은 색들을 분별하고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어느 문화권이든 색깔과 관련된 다양한 언어적 표현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한국말을 예로 들어보자. '하늘이 노랗다' '앞이 깜깜하다' '장밋빛 인생' 등과 같은 말은 모두 색에서 유래된,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용한 표현들이다. 만일 '하늘이 노랗다'는 말을 단순히 영어로 직역하여 'Sky is yellow'라고 한다면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은 전혀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영어에도 마찬가지로 색에서 유래된 수많은 유용하고 필수적인 표현들이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가 굳이 머리를 쓰며 외우지 않아도 한두 번만 읽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영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문법,어법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크게 공부할 것이 없을 수 있으나 다양한 어휘나 idiom,expression들의 수는 끝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으니,진정한 영어 실력은 이러한 어휘력에서 판가름 난다고 봐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표현들은 거의 다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부담을 가지지 말고 항상 즐기는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바란다. 영어 공부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상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Black에서 유래된 표현들

1.in black and white

'in black and white'가 무슨 말일까? 검은색과 흰색으로? 'in black and white'는 '문서상으로' '공식적으로'라는 뜻을 지닌 idiom이다. 왜 이런 표현이 유래되었는지 갸우뚱할 수 있겠지만 흰색 종이에 검정색 글씨가 쓰인 상태를 생각해보라. 상당히 많이 쓰이는 좋은 표현이니 꼭 기억해 두기 바란다.

I wouldn't have believed him capable of fraud, but there it was, in black and white.

나도 그가 사기를 칠거라고는 믿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문서로 된 명백한 증거가 있어.

2.black or white?

물론 'black or white'는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뜻이 다르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만 일반적인 생활 영어에서 'Black or white?'는 상대에게 커피를 타줄 때,크림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을 때 쓰는 표현이다. 크림의 색이 흰색이니 굳이 그 기원을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A: I'd like to drink decaf.

B: Black or white?

A: 나는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실게.

B: 크림 탈까,말까?

3.in the black

black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black day'는 '재수 없는 날','black mark'는 '오점'이라는 뜻을 지닌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in the black'은 좋은 뜻으로 쓰이는 특이한 경우로,'흑자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표현이 생긴 유래도 위의 'in black and white'와 흡사한데,컴퓨터가 생기기 이전에 기업에서 장부를 기록할 때 수익을 올린 부분은 검은색 펜으로 기록하고,손실부분은 붉은색으로 기록한 데서 기원하였다. 따라서 'in the red'는 '적자의'라는 뜻으로 쓰인다.

Apple was in the red before it introduced the i-pod. However, it is in the black now because of the MP3 player.

애플은 I-pod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적자였지만 지금은 그 MP3 플레이어 덕분에 흑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