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언론과 책 등을 통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용어이다.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로 통하는 이 말은 '○○그룹 회장'등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극소수에게만 해당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확대시켜보면 '오블리주'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남들에게 현실적 도움을 줌으로써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잘 하는 분야에서만큼은 모두가 '노블레스'이기 때문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각 개인 및 기업이 적절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행동에 옮기면 그게 바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설명한다.

유명 화가가 길거리의 시민들에게 무료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호텔 주방장이 노숙자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마련해 주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인 것이다.

테니스로 많은 돈을 벌고 지난해 은퇴한 앤드리 애거시(37·미국)는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빈곤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사업을 벌이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양극화와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부양 부담을 지게 될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인드의 함양은 매우 절실하다.

하지만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교육은 '김밥할머니'사연과 같은 간단한 언급에 불과하다.

또한 대부분의 봉사활동이 입시에 종속된 채 시간 채우기에 급급해져가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기회조차 갖기 쉽지 않다.

조 교수는 "기업인이 될 경영학과 학생들마저도 입시 위주의 중·고등학교 생활을 거쳐온 탓인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KAIST 경영동아리 EM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녹정씨(19)는 "기업경영에 대해 활발히 진행되는 케이스스터디 중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회인으로서 기초 성품을 배양해야 할 시기에 올바른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인드의 확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미래사회는 점점 더 인간미를 잃어 갈 것이다.

이름뿐인 봉사활동 확인서 한 장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평소 학교생활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친구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가르쳐주고, 운동을 잘 하는 학생은 그렇지 못한 친구의 체육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시작일 것이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중학교 때 배운 '바보 의사' 장기려 박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설계해 보자.

박찬현 생글기자(대구 경북고 3년) pch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