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 실력테스트용 지원…학교 강요도

뜻있는 경찰ㆍ군인 지망학생 기회 박탈

지난 8월 경찰대를 비롯한 특수목적대학교들의 1차 전형이 있었다.

경찰대가 43.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경찰대와 육해공군사관학교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의 이면에 사회의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 지원한다 함은 해당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인데,타 대학과는 다르게 이른 시기에 전형을 실시하는 특수목적대학에는 다른 목적을 가진 학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19일 경찰대학교 1차시험 전북지구 제3고사실에서 시험종료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4명의 학생 중 16명(47.1%)은 다른 대학과 중복 합격시 경찰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심지어 1차시험에 합격해도 절대 2차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시자도 5명(14.7%) 있었으며,경찰대 진학을 위해 공부해 왔다는 학생은 단 3명(8.8%)밖에 되지 않았다.

경찰대에 뜻이 없으면서도 1차시험을 응시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실력테스트용,부모님의 권유,학교의 강요 등의 답을 내놓았다.

광주에 사는 P군도 이러한 학생 중 한 명이다.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P군은 학교 측에서 경찰대 시험에 응시할 것을 강요했다고 털어놓았다.

P군의 학교에서는 이런 식으로 경찰대학교 시험에 35명, 사관학교 시험에 약 40명의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를 위해 응시했다.

참고로 지난해에도 P군 학교 9명의 경찰대 1차시험 합격자 중 7명이 2차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바 있다.

P군은 "1차시험에 합격해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 좋지만,정말 경찰대를 가고 싶었는데 떨어진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올해로 세 번째 경찰대 시험을 본 삼수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 아페치데스씨는 "실력 테스트만을 위해 시험에 응시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경찰 간부나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다른 직업을 꿈꾸는 학생과 달리 특수목적대학교 진학 외 다른 대안이 없다.

3배수 내지 4.5배수를 선발하는 1차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은 1차시험에 붙고도 2차시험에 응시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특수목적대학의 입시전형이 '특수'한 인재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학교 때부터 경찰대를 꿈꿔왔지만 1차시험에 떨어져 진로를 수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S양은 "경찰이나 군인을 선발하면서 왜 언어·수리·외국어 능력을 보는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면 특수목적대가 시행하는 1차시험은 정부가 말하는 3불(不) 중 하나인 본고사"라며 이러한 전형방법으로 인해 특수목적대에 진학 의사가 없는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국·영·수' 성적이 조금 덜 우수한 학생들의 꿈을 꺾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올해 20명 이상의 학생을 경찰대시험에 응시시킨 A고등학교의 진학부장 H씨는 "경찰대나 사관학교에 지원한다면 당연히 해당 학교 진학에 뜻이 있어야 한다.

실력테스트나 학교의 명예는 응시의 부수적 이유는 될 수 있지만,주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수 응시생에 대해 경찰대 육사 공사 해사 측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다"며 1차시험 합격자 중 2차시험에 불참한 학생의 비율 공개와 이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을 회피했다.

특수목적대학이 설립 목적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잠재력과 열정을 지닌 지원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현재의 상황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해당 대학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응시를 원하지 않았던 P군,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S양을 더 이상 낳지 않을 수 있다.

김선기 생글기자 (전북대 사대부고 3년) raber@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