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나를 팔아라!

주요 대학의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원서 접수가 7일부터 시작된다.

수시 2학기는 전체 대입 정원의 49%인 18만6740명을 선발한다.

수시 모집은 정시 모집에 비해 수능, 내신보다는 개성 있고 특정 분야에 뛰어난 수험생들이 유리하며,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자기소개서다.

이번 주 논술길잡이 코너에선 수시 2학기 모집에 대비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특집으로 꾸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은 자신을 판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팔지 못하거나 팔 게 없다는 것이 최악의 말이 된 시대가 왔다.

자기소개서 또한 마찬가지여서,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교수님들의 선택을 받도록 꾸며 보라는 얘기를 하신다.

내가 팔릴 수 있도록 나를 꾸미는 것,그것이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란 이런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선택받기 위한 글이다.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는 자기 대학의 이념에 맞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한 장치다.

대학에서 훌륭하게 학업을 수행하고 장기적으로는 학교를 빛낼 인재를 뽑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가능성은 현재의 상황을 기초로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 과정에서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1.문장 하나 하나를 성의 있게

자기소개서는 짧은 글을 통해 교수님과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장 하나 하나를 성의 있게 표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 여백이 많으면 성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고,글 전체를 통단락으로 쓰거나 맞춤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면 기본이 안 된 학생이라 자인하는 꼴이 된다.

2.지나친 과시도, 자학도 금물

자기소개서는 객관적이고 진솔한 글이다.

진심을 담은 글이기에 주관적이기 쉽지만 읽어 줄 누군가를 전제하는 글이기에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과장,자기 과시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자기 학대도 금물이다.

3.논리 자신 없으면 개성이라도

가장 잘쓴 자기소개서는 교수님한테 '이 녀석 얼굴을 한 번 보고 싶군!'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다.

논리적이지 않거나 설득력이 없다면,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성이 없다면 교수님 볼 일은 없을 거고,당연히 1단계 통과도 어려울 것이다.

4.잘 닦은 유리창처럼 명료하게

표현이 명료해야 한다.

명확하지 않은 글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 유리창처럼 교수님을 짜증나게 한다.

거듭 말하지만 교수님은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교수님의 눈길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5.일관된 것이 진실한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일관성이 생명이다.

일관됨은 진실함과 유사한 의미인데 자신의 성격,흥미,특기와 희망 대학,학과 선택 등을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작성한 것이라면 나름의 분명한 흐름과 일관성이 있게 된다.

자기소개서의 각 질문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과정평가형 논술을 풀이하듯이,하나의 완결된 글을 작성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다.

◆고득점을 위한 자기소개서 차별화 전략

1.나의 단점을 인정하되,장점은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학교와 학과에 따라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일일이 나를 바꾸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단점은 인정하면서 나만이 갖고 있는 비교 우위를 최대한 드러내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2.내 색깔을 뚜렷이 보여주는 각도를 선정해 공략하라

얼짱 각도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다들 해봤지 않은가? 어느 각도에서 나의 모습을 찍을 때 가장 아름다운지 다양한 각도를 테스트해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스스로를 응시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진부한 표현처럼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인 거다.

2~3일 정도는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3.단 한 줄이라도 나만의 내용으로 구성하라

교수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대필(代筆)이다.

대필 여부를 어떻게 알아내겠느냐고? 자기소개서의 내용 중 일부 의심이 가는 부분은 자체 라인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검증이 불필요한 단순한 체험의 나열은 대필만큼이나 교수님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가급적 대부분의 내용을 나만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려고 노력하자.

4.전공에 대한 애착을 분명히 드러내라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지상 과제인 우리의 현실에서 원했던 학과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일 거다.

그런 만큼 원하지 않았던 학과를 성적 때문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이런 학생들은 입학 후 전공 공부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교수님이 이런 학생들을 좋아할 리 없다.

전공과 관련한 자신의 애정을 은연중에 드러낼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5.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라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 '부모님'일 수도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시 부모님께 자신의 변화 과정에 대해 여쭈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대필은 안 되지만,검토는 꼭 받아라

스스로 최선을 다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검토는 꼭 받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쓴 글의 잘못은 자신이 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가 쓴 글을 며칠 후에 다시 보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보면 미숙한 표현이나 논리의 허술함 등이 바로 눈에 들어오게 된다.

7.사건보다는 사건을 통해 체득한 자기 이해를 담아라

나만의 브랜드 가치는 넓이가 아닌 깊이에서 비롯된다.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깊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다.

자신과 관련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사건을 통해 느낀 바와 변화한 모습을 적는 것이 자기소개서인 거다.

8.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라

주변을 보면 가끔 전문직(의사,변호사 등)인데도 불구하고 수입이 안 좋거나 주위에서 대접을 못 받는 분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학식도 높을 텐데 왜 그럴까? 그런 분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이 일반인보다 공부를 많이 했고 전문적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전문직들이 누구랑 경쟁을 할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일까? 물론 아니다.

같은 전문직일 것이다.

그런 분들은 본인이 일반인들보다 공부를 많이 했고 전문 지식도 많다고 해서 연구를 게을리하거나 일반인들을 쉽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차피 같은 전문직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더 실력 있고 친절하고 차별화되는 곳으로 찾아가게 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얘기다.

수험생들이 쓰는 자기소개서에서도 마찬가지란 거다.

만약 자기가 쓰는 전형이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들이 많이 넣는 소위 '글로벌 전형' 같은 거라면 외국에서 연수를 받았다거나 하는 경험만을 쓰는 것은 많은 아이들이 경험했을 내용을 차별화시키지 못하고 그저 경험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또는 '리더십 전형'에서도 자기가 반장을 하면서 반을 잘 이끌었다고 뿌듯해하는 자기소개서는 어떨까? '리더십 전형' 자체가 반장 등의 임원을 한 경력이 있는 학생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만으로는 마찬가지로 차별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소개서 이렇게 쓰면 합격!!!

아래의 자기소개서는 언뜻 정리가 덜 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으나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고,경영학과를 지원하는 데 대한 명확한 소신이 느껴지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유사하게 거칠고 저돌적인 학생이었고,실제로 지난해 1학기 수시 전형에서 연세대 경영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최종 합격자의 자기소개서

1.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특성 혹은 능력)과 보완·발전시켜야 할 단점(특성 혹은 능력)에 대하여 기술하십시오.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사례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하십시오)

"제 장점은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가지고 태어난 튼튼한 몸입니다. 부모님이 운동에 소질이 많으셔서 그런지 저도 어느 운동이든지 한번 배우면 곧 익히고 즐길 줄 압니다. (중략) 이렇게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사교성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처음에 어색하던 사이도 축구 한번 하면 바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많은 게 저에게는 장점이며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항상 친구들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고 저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중략) 한번 친해지면 깊은 우정이 생기는 저에게는 리더십 있다는 평가가 따라다녔지만 반면 성격이 이기적이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욕심이 많아서 절대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도 강하며 한 가지에 집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친구들이 있어서 많이 고칠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함께 하며 때로는 육체적으로 직접 싸우기도 하면서 우정을 키워 온 친구들은 저의 잘못된 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해주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략) 결과적으로 운동은 편견 없는 시각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2.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 이외의 활동 영역(사회봉사 활동,교내ㆍ외 클럽 활동,단체 활동,취미 활동,문화 활동)에서 가장 소중했던 경험을 소개하고,이러한 경험이 자신의 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기술하십시오.

"강남구 풋살 대표로 클럽 활동을 해 온 것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순간입니다. 풋살이란 5:5 미니 축구입니다. 제가 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 공부하려 했을 때 성적도 성적이지만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승과 예선 탈락을 함께하면서 정을 쌓으며 지낸 친구들 후배들 코치님과 함께 운동장에서 뛸 때면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었습니다. 풋살을 할 때 그 친구들과 생기는 교감 같은 것이 저에게는 너무 행복이었습니다. 한 가지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대회에 참가하고 서로 격려해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며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그 성취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주 운동을 하면서 주장이라는 책임을 맡게 되었고 팀원들을 이끄는 과정에서 학생회장 때와는 다른 리더십을 배웠으며 사교성도 좋아졌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서로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3.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사건이나 경험을 설명하고,그것이 자신의 가치관 혹은 인생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기술하십시오.

"초등학교 4학년 말, IMF 때문에 아버지께서 사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때문에 저는 잘사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에서 공립 초등학교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 축구부에 들게 하기 위해 공립 초등학교로 전학시켜 주신다고 하셨고 아무 사정도 모르던 저는 마냥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운동을 시켜 주시지 않았으며 한동안 부모님을 원망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때 공립으로 가지 않았었다면 저는 아마 지금의 제 모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잘사는 집안의 아이들 속에서 저는 특별히 튀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아이였으며 항상 불만에 차 있었습니다. 공립으로 왔을 때는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고 상대적인 거리감을 느껴서인지 처음에는 친구들이 저를 멀리했으며 저도 쉽게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친구들이 매우 인간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오히려 사립학교 친구들보다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부유함은 행복과 관련이 없다는 소박한 사실을 그 즈음에 깨달았으며 행복을 이야기하기에 당시의 제 환경이 얼마나 좋은 여건이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에 출마하고 학생회를 이끌 용기도 이런 작은 행복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중략)"

4.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경험(인물, 사건,서적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십시오.

"저의 어렸을 때 꿈은 축구 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항상 축구 공만 가지고 살았고 6학년까지도 축구 선수가 꿈이었습니다. 축구부 감독님에게 잘 보이려고 매일 방과 후에 축구부 연습할 때 같이 했고 감독님은 재능이 있다며 축구부에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제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께서는 반대를 하셨습니다. 발목이 약해서 자주 아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저는 쉽게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제 방으로 오셔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진지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중략) 그 날 아버지와 가슴 속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운동을 취미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되고 나서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제 성격 때문에 공부는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만 공부를 하는 목적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제리 맥과이어'라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운동에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스포츠 에이전트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란 단지 선수와 구단 간의 계약을 중개하는 역할만이 아닌 한 선수의 인생을 경영해 주는 직업입니다. 선수의 구단과의 계약,광고 섭외,스폰서부터 시작해서 은퇴 후 생활도 설계해 주는 스포츠 에이전트는 저에게 분명한 삶의 목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경영이란 꼭 기업을 이끄는 데만 사용되는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의 인생은 더 큰 경영이라 생각합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김경환 S·논술 선임 연구원 goodwriting@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