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8월27일자 A10면

[뉴스로 읽는 경제학] 로스쿨 입학정원 상한제 둬야 하나요?
서울대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관련 시행령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서울대는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로스쿨법 시행령안에 대한 대학들의 의견을 묻는 공문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의견서에서 "입학 정원 제한조치는 로스쿨 인가 탈락 대학을 줄이려는 '동정적 배려'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치적 역학관계와 정책적 고려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학 정원을 제한하면 입학 정원과 연동되는 교원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다양한 강의와 실무 관련 강좌의 개설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정원은 540명에 달하고 일본 주요대의 로스쿨도 정원이 300명 수준"이라며 "150명 이하로 입학 정원을 제한하면 국내 로스쿨이 '3류'로 전락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쿨의 총 입학 정원과 관련해서 서울대는 '3000명 이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체 입학 정원이 3000명 이상 돼야 개별 대학의 입학 정원이 일본 수준인 300명 이상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학 이외의 전공자와 타대학 출신자를 3분의 1 이상씩 선발토록 한 학생선발 쿼터제에 대해서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서울대 관계자는 "비법학 전공자와 타대학생에 대한 쿼터제는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쿼터제와 달리 입법 목적이 모호하고 정당성의 기반이 취약하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기존 법학 전공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와 연세대도 정원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경효 고려대 법대 학장은 "경쟁력있는 법학 교육을 위해서는 정원에 제한을 두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지금보다 법학 교육 자체가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현재 별도로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150명 입학 정원 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건국대 한양대 등은 "특정대학의 법조인 독식현상을 막고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입학 정원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성선화 한국경제신문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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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학과 법조계가 총 입학정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더니 이제는 개별 대학의 정원 한도를 놓고 대학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법조계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현행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감안해 1000~1200명 선으로 할 것을 주장하는 데 비해 법학교수회는 국내 실정에 비춰볼 때 4100명이 적절하지만 새 제도 시행에 따른 충격을 감안해 초기에는 3200명 선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조인 공급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법조계와,학생 수를 늘리려는 대학 모두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개별 대학 로스쿨 입학정원을 둘러싼 대학 간 대립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등 로스쿨 유치가 유력시되고 학생 모집도 수월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명문대학들은 대학당 150명 이내로 정원을 제한하려는 교육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에 밀려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다른 대학들은 입학정원 상한제를 꼭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내년 중 로스쿨 지정과 법조인 적성시험을 거쳐 2009년 3월 로스쿨을 개교한다는 일정이 계획대로 지켜질지 걱정이다.

얼키고 설킨 로스쿨 정원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서울대 "총 입학정원 제한하더라도 3000명은 넘어야"

서울대는 "입학정원 제한조치는 총 입학정원의 제한이라는 부담과 로스쿨 인가 탈락 대학을 줄이려는 '동정적 배려'에 따른 정치적 역학관계와 정책적 고려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 하버드로스쿨 정원이 540명,일본 주요 대학 로스쿨이 300명 선인 것과 비교하면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국내 로스쿨을 '3류'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총 입학정원 제한은 궁극적으로 철폐돼야 하며,만약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3000명은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개별 대학의 입학정원 역시 각 대학의 특성에 맞도록 자율화해야 하며,만약 제한이 필요할 경우라도 일본처럼 300명은 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非)법학사 및 타대학 출신자를 3분의 1 이상씩 선발토록 한 학생선발 쿼터제에 대해서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대도 입학정원 제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했으며 연세대는 별도의 의견을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정원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건국대 등,"법조인 양성 다양화 위해 입학정원 상한제 지켜져야"

이에 대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총장협의회는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규정한 시행령안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기존 사법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는 이유로 입학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건국대는 "서울대 등이 입학정원 상한제를 반대하는 것은 정도를 걷는 태도가 아니다"며 "대학 간 특성화를 통한 법조인 양성의 다양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상한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양대도 "서울대와 고려대는 평소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거 배출해온 만큼 로스쿨 입학정원에 상한선을 두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생각하겠지만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로스쿨 인가'가 우선 목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특정대학의 법조인 독식을 막기 위해선 입학정원 상한제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법률서비스 개선 위해 총 정원부터 늘려잡아야

로스쿨 유치문제를 놓고 전국 40개 대학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유치 여부를 둘러싸고 지역정서까지 거론되고 있어 로스쿨 선정 후에도 자칫 큰 후유증을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1인당 국민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0명보다 훨씬 많고,전국 234개 시·군·구 중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이른바 '무변촌(無辯村)'이 122개에 달할 정도로 법무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 받으려면 로스쿨 총정원을 가능한 한 늘려 잡는 게 바람직하다.

큰 틀은 정하지 않고 개별 정원부터 규정한 것은 로스쿨에 이해가 걸린 학교와 법조단체를 의식한 것이어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별 정원을 따지는 일은 총정원을 확정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 편익을 우선하는 자세로 풀어나가는 게 순리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로스쿨(Law School)=법조계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법학전문대학원.미국에서 시작됐으며 3년제 법과대학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하여 학위를 취득하고 변호사시험(Bar Exam)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도 도입이 논의된 지 12년만인 올 7월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안이 통과됐다.

2009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로스쿨법 시행령안=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2005년 5월에 의결해 교육부로 이송한 방안을 근거로 마련된 것으로 개별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정원 상한선(150명)을 비롯 로스쿨 인가 절차,교원·시설 현황,학위 및 학점,특별전형,평가 등을 담고 있다.

◆법학교육위원회=개별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 기구로 위원장을 포함 13명으로 구성된다.

로스쿨 설치대학 선정 및 인가,개별 로스쿨정원 결정 등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