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문화방송 인터넷 사이트인 아이엠뉴스와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등에선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일이 10월26일에서 12월6일로 둔갑해 보도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단은 방송 앵커의 발음을 아이엠뉴스에서 잘못 받아쓴 데서 비롯됐다.
전날 밤 한 방송 진행자가 대선 후보의 청문회 소식을 전하면서 '10·26 사태 직후'라고 말한 것을 아이엠뉴스에서 '12·6 사태 직후'라고 받아 적은 것.언론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이를 놓치지 않고 "'십이륙'이라는 발음을 '12·6'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발음은 표기에 비해 이처럼 아무리 정확을 기해도 듣는 이에 따라 엉뚱한 뜻으로 왜곡돼 전달되기도 한다.
발음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가다보면 강남구 대치동에 학여울역이 있다.
'학여울'은 '학(鶴)'과 고유어 '여울'의 합성어다.
그런데 이 '학여울'의 발음을 보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하겨울]이라 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항녀울]이라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녀울]이 올바른 발음이다.
발음을 어떻게 일관되게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표기의 통일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국제화 시대에 맞춰 '세종사업' 등을 비롯해 우리말의 세계화 작업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요즈음 더욱 그렇다.
각종 안내문이나 표지판 등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위한 로마자표기법 역시 통일된 발음을 기반으로 해야지,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른 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령 '학여울'의 바른 발음인 [항녀울]에 따른 로마자 표기는 'Hangnyeoul'인데,이를 [하겨울]로 발음하면 그 표기는 'Hagyeoul'이 된다.
문제는 취약한 발음 교육과 인식으로 인해 요즘 그릇된 발음인 [하겨울]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막일''늑막염''내복약''솜이불' 같은 단어들을 [마길] [능마겸] [내보갹] [소미불]로 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망닐] [능망념] [내봉냑] [솜니불]로 발음해야 맞는다.
표준발음법은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야,여,요,유'인 경우에는,'ㄴ' 음을 첨가해 [니,냐,녀,뇨,뉴]로 발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다시 말해 발음을 쉽고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언어의 경제성' 원리가 적용된 결과다.
이 규정의 핵심은 'ㄴ'의 첨가에 있다.
발음할 때 공통적으로 'ㄴ'음이 덧나는 것이다.
이때 [학녀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 [항녀울]로 바뀌는 것은 자음동화 때문이다.
첨가된 'ㄴ'음으로 인해 앞말의 받침 'ㄱ'까지 비음(콧소리 ㄴ,ㅁ,ㅇ)으로 바뀐다.
하지만 말의 속성이 그렇듯이 모든 단어가 다 이렇게 발음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어들은 'ㄴ'이 덧나지 않은 채 발음되기도 한다.
'검열'과 '금융' 같은 게 그런 경우다.
이들은 [검녈] [금늉]이라 읽는 게 원칙이지만 사람들이 [거멸] [그뮤+ㅇ]처럼 받침을 흘려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두 가지 발음을 다 허용했다.
특히 어떤 단어는 현실음을 인정해 아예 받침이 흘러내린 발음만을 표준으로 정한 것들도 있다.
6·25는 '육+이오'로 이뤄진 합성어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본 기준을 적용하면 우선'ㄴ'이 첨가돼 '육+니오'가 되고,다시 앞의 '육'도 비음화해서 '융'이 된다. 결국 '융니오'가 원칙에 맞는 발음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나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이렇게 발음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대부분 [유기오]로 그냥 앞의 받침을 흘려 발음한다.
그래서 결국 국립국어원에서도 현실 발음을 인정해 [유기오] 하나로 통일하고 오히려 [융니오]는 인정하지 않게 됐다.
이런 경우는 목요일[모교일], 금요일[그묘일] 등도 있다.
일부 [몽뇨일] [금뇨일]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틀린 발음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일이 10월26일에서 12월6일로 둔갑해 보도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단은 방송 앵커의 발음을 아이엠뉴스에서 잘못 받아쓴 데서 비롯됐다.
전날 밤 한 방송 진행자가 대선 후보의 청문회 소식을 전하면서 '10·26 사태 직후'라고 말한 것을 아이엠뉴스에서 '12·6 사태 직후'라고 받아 적은 것.언론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이를 놓치지 않고 "'십이륙'이라는 발음을 '12·6'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발음은 표기에 비해 이처럼 아무리 정확을 기해도 듣는 이에 따라 엉뚱한 뜻으로 왜곡돼 전달되기도 한다.
발음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가다보면 강남구 대치동에 학여울역이 있다.
'학여울'은 '학(鶴)'과 고유어 '여울'의 합성어다.
그런데 이 '학여울'의 발음을 보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하겨울]이라 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항녀울]이라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녀울]이 올바른 발음이다.
발음을 어떻게 일관되게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표기의 통일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국제화 시대에 맞춰 '세종사업' 등을 비롯해 우리말의 세계화 작업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요즈음 더욱 그렇다.
각종 안내문이나 표지판 등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위한 로마자표기법 역시 통일된 발음을 기반으로 해야지,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른 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령 '학여울'의 바른 발음인 [항녀울]에 따른 로마자 표기는 'Hangnyeoul'인데,이를 [하겨울]로 발음하면 그 표기는 'Hagyeoul'이 된다.
문제는 취약한 발음 교육과 인식으로 인해 요즘 그릇된 발음인 [하겨울]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막일''늑막염''내복약''솜이불' 같은 단어들을 [마길] [능마겸] [내보갹] [소미불]로 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망닐] [능망념] [내봉냑] [솜니불]로 발음해야 맞는다.
표준발음법은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야,여,요,유'인 경우에는,'ㄴ' 음을 첨가해 [니,냐,녀,뇨,뉴]로 발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다시 말해 발음을 쉽고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언어의 경제성' 원리가 적용된 결과다.
이 규정의 핵심은 'ㄴ'의 첨가에 있다.
발음할 때 공통적으로 'ㄴ'음이 덧나는 것이다.
이때 [학녀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 [항녀울]로 바뀌는 것은 자음동화 때문이다.
첨가된 'ㄴ'음으로 인해 앞말의 받침 'ㄱ'까지 비음(콧소리 ㄴ,ㅁ,ㅇ)으로 바뀐다.
하지만 말의 속성이 그렇듯이 모든 단어가 다 이렇게 발음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어들은 'ㄴ'이 덧나지 않은 채 발음되기도 한다.
'검열'과 '금융' 같은 게 그런 경우다.
이들은 [검녈] [금늉]이라 읽는 게 원칙이지만 사람들이 [거멸] [그뮤+ㅇ]처럼 받침을 흘려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두 가지 발음을 다 허용했다.
특히 어떤 단어는 현실음을 인정해 아예 받침이 흘러내린 발음만을 표준으로 정한 것들도 있다.
6·25는 '육+이오'로 이뤄진 합성어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본 기준을 적용하면 우선'ㄴ'이 첨가돼 '육+니오'가 되고,다시 앞의 '육'도 비음화해서 '융'이 된다. 결국 '융니오'가 원칙에 맞는 발음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나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이렇게 발음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대부분 [유기오]로 그냥 앞의 받침을 흘려 발음한다.
그래서 결국 국립국어원에서도 현실 발음을 인정해 [유기오] 하나로 통일하고 오히려 [융니오]는 인정하지 않게 됐다.
이런 경우는 목요일[모교일], 금요일[그묘일] 등도 있다.
일부 [몽뇨일] [금뇨일]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틀린 발음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