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길거리 흡연 피해 심각…금연구역은 유명무실
"아침에 등교하다가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게 되면 정말 기분 나쁘죠. 담배 냄새가 옷에 밸까봐 항상 피해 다녀요." 서울 서문여고 1년 L양의 말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혐연권, 즉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건강과 생명에 직결돼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결한 지 3년째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금연구역에서도 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버스터미널 승강장이나 지하철 환승역에서는 아직도 담배꽁초를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도 예외는 아니다. 정웅주 학생(서울 구정고 3년)은 "버스정류장에선 버스가 올 때까지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며 "흡연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러한 길거리 흡연은 어린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른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어린이들이 자주 보게 되면 그러한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소년 흡연자 중 30%가 초등학생 때부터 담배를 접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담배를 손에 들고 걸으면 사고 위험이 뒤따르는 문제도 있다. 정정일씨(60)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담배 불똥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날린다"며 "그러면 보행자들이 다칠 수 있고 화재가 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키가 작아 어른들의 손에 들린 담배에 직접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환경미화원 이모씨는 "쓰레기 중에 담배꽁초가 제일 많다"며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데는 별로 거리낌이 없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2002년 도쿄의 치우타쿠가 처음으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한 이후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1995년 이후 국민건강증진법은 3차례 개정되었다. 그러면서 금연구역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대체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연구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편향된 정책, 엄격한 단속의 부재에 기인한다. 흡연자들에게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제 이곳에서 흡연하시오'하는 정책이 없었다. 단번에 끊기 힘든 담배의 특성상 아무런 대안 없이 흡연을 금지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단속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흡연자들이 불편함을 참아가며 흡연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는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환기시설이 잘 된 실내 '흡연구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흡연자들이 정당하게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금연구역에 대한 단속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지수 생글기자(서문여고 3년) jisooaaa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