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주장'은 잘한다.

논술 수업시간에 어떤 학생의 주장은 당당하고 단호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 제시는 미흡하다.

과정보다 결과만 생각해 말했기 때문일까? 필자가 생각해보기에 '습관'의 문제라고 본다.

평소 생각을 '주장+이유+상술+예시'의 형식으로 하면 좋다.

이것을 줄이면 '주장과 논거'만 남는다.

'주장과 논거'는 실과 바늘의 관계로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주장과 논거가 창의적이라면 금상첨화다.

논술답안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논술에서 창의적인 주장을 기발한 발명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내용을 창의적 주장이라고 인식한다.

그렇지 않다.

논술에서는 고3 수준의 참신한 주장이면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고액권 화폐 인물 선정'을 사례로 들어보자.그동안 화폐에 등장하던 인물과 같은 성공한 지식인들을 넣자고 한다면 상식적인 주장이 된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어 '실패한 사람'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면 창의적이다.

왜 그럴까? 이를 계기로 성공한 사람만이 아닌 실패한 사람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같은 사건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입시에 실패한,고졸의 학력으로도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과 논거가 창의적이라 평가받는다.

서울대 논술평가에서도 창의성을 독창적인 논의 전개 등에서 찾았다.

주장이나 논거의 새로움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슈의 찬반 주장은 논거에서 창의성이 결정한다.

주장은 찬반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니 당연히 논거가 평가의 주안점이 되기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찬반을 주장하고 논거를 제시하시오'를 사례로 들어보자.'독도는 한국 땅이다'라고 주장했다면 어떤 논거를 대야 창의적일까? 대부분 역사적 관점에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기록물을 찾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누구든 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역사 기록물이라는 것은 참신함을 주지 못한다.

관점을 현대로 바꾸어 '현재 독도에서 터지는 것은 한국 휴대폰이다'라는 논거를 제시한다면 어떨까? 창의적인 논거가 된다.

전파를 통한 한국의 실질적인 독도 지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토 분쟁에서도 전파가 갖는 의미는 중요한 셈이다.

다음 제시문을 통해 주장과 논거를 창의적으로 생각해보자.

아침 여섯 시에 기상.아침 식사.(…) 나는 오전 열 시경에 며느리와 할머니가 놀리는 미싱 소리를 쭉 듣게 되고,열두 시경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오후 네 시엔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게 된다.

오후 여섯 시 반까지는 모든 식구가 집에 와 있어야 하고 저녁 식사.식사가 끝나면 십여 분 동안 잡담.그게 끝나면 모두 자기 방으로 가서 공부.그리고 식모가 보리차가 든 주전자와 컵을 준비해서 대청마루 가운데 있는 탁자 위에 놓는 달그락 소리가 나면 그 때 시간은 열 시 오륙 분 전.그 소리가 그치면 여러 방의 문이 열리고 식구들이 모두 나와서 물 한 컵씩을 마시고 '안녕히 주무십시오'를 한 차례 돌리고 잠자리로 들어간다.

(김승옥 소설 '역사(力士)' 중에서)

윗글에 등장하는 '나'의 심리를 참고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한다면 무엇일까? 중산층의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생활을 근거로 중산층의 삶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상식적인 논거와 주장에 불과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규칙과 질서의 반복이 가져오는 권태,혐오감을 바탕으로 질서,규칙적인 일상생활을 부정적으로 주장했다면 어떨까? 창의성이 돋보였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규칙과 질서에 종속돼 생명력,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논술 답안의 뼈대는 주장과 논거다.

여기에 각 부위에 살을 붙여 논술 답안이 완성된다.

수험생들은 주장과 논거가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평소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신문의 칼럼이나 전문 서적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달라'라고 주장해보자.주장을 뒷받침할 참신한 논거를 대어 나의 주장을 강화시켜보자.물론 처음에는 이런 창의적 사고가 힘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창의성이 빛나는 자신의 답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의적 사고는 교사가 가르쳐줄 수 없다.

수험생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내 것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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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선생의 창의력 교실'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얼쑤는 판소리에서 흥겨움을 나타내는 추임새인데,'얼쑤! 선생'은 독특한 강의기법으로 유명한 송탄여고 이도희 선생님(국어)의 필명입니다.

한국언론재단 NIE논술강사,경기도교육청 논술연수 강사이며 다음에 회원 수 1만5400여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얼쑤논술연구소'(http://cafe.daum.net/hurrah2)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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