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남북 긴장 완화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해야"

한나라당 "정권 말 대선 앞둔 시기에…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경닷컴 8월21일자 보도

[뉴스로 읽는 경제학] 대선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열어야 하나요?
한나라당은 21일 오는 10월 초로 연기된 남북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연기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수해 때문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의제에 북핵 문제 등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고,남북 정상회담 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의 입장은 가능하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차기 정권에서 (회담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최악의 경우 대선 이후 당선된 대통령과 협의 하에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선출됨으로써 2002년 대선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흑색선전과 공작정치가 판칠 것이고,김대업 100명은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허위사실 유포와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북한 김정일의 선거 개입이 드러날 때 대선 무효,당선 무효하는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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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 정상회담 연기는 준비를 더 잘 할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순리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북한의 수해를 이유로 당초 합의한 날짜보다 한 달 남짓이나 연기해 가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회담 연기가 대선용이라는 의혹이 짙다"며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연기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같은 민족인 북한이 수해로 불행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이 이를 대선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엄청난 재해 복구에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야 하는 만큼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치르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담의 시기다. 조만간 물러날 우리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생산적이면서 실효성이 있는 회담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진보 진영,"회담 연기로 한층 내실있는 준비 가능해져"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넘길 경우 회담 자체가 이뤄질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만약에 성사되더라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만큼 그때까지는 평화,비핵화,경제협력을 위한 노력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6자회담이 속도를 더하고 있는 마당에 정상회담을 뚝 떼어내 무조건 뒤로 미루자는 것은 몰상식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함께 가는 것으로,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선순환적으로 상대를 촉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어느 정당,어느 후보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진보 진영도 당초 일정으로는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이나 체계적 대비가 사실상 어려웠다며 오히려 이번 연기로 한층 내실있는 준비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해 여론 수렴에 관심을 쏟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9월 초에 열리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될 경우 남북 정상은 보다 편한 입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보수 진영,"북핵 등 현안 반드시 의제에 포함돼야"

한나라당은 이번 회담 연기가 수해로 인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북핵 문제 등 화급한 현안이 의제에 포함될 것 같지도 않은 만큼 정상회담 문제는 차기 정부에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보수 진영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북핵 문제를 비롯한 당면 현안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농후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측의 정상회담 요구를 무시해오던 북한이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이를 수용한 것을 어떻게 순수하게 봐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수해가 정상회담 연기의 유일한 이유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상회담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에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명시한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답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담 장소를 평양으로 잡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정상회담의 순수성이나 투명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김으로써 대선판 흔들기 우려를 그 근원부터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북핵 폐기 확인,실질적 경협 방안 도출에 성패 달려

남북 문제는 우리가 풀지 않으면 안 될 민족적 과제인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설사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그 실천은 차기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정상회담에 더욱 차분하고 사려 깊게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도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바탕으로 상호 평화공존 체제를 남북 당사자간의 합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천명함으로써 상호 신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나 차기 정부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안겨주는 의제 등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의 대북투자를 늘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의제로 올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기간이 늘어난 만큼 남북은 서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 등을 도출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6·15남북공동선언=분단 55년 만에 처음 만난 남·북한의 두 정상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2000년 6월14일 오후 3시부터 6시 50분까지 3시간 50분에 걸친 마라톤회담 끝에 합의하여 다음 날 발표한 공동선언.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협의,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경제협력 등을 비롯한 남북간 교류의 활성화,이상 합의사항을 조속 실천하기 위한 실무회담 개최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 5개항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핵 6자회담=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을 비롯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이 참여하는 다자회담.북한 핵개발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는 북·미 양자회담에서 부터 북·미·중 3자회담,남·북·미·중의 4자회담,일본을 포함한 5자회담,러시아를 추가한 6자회담 등이 제시됐으며,북한과 미국은 각각 양자대화와 다자회담을 고집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 다이빙궈 외교부 수석부부장이 중재에 나서 2003년 7월 ‘다자회담’을 성사시켰으며,북한은 기존 회담국(북,중,미)에 한국,일본,러시아가 추가된 6자회담에 양자회담을 가미한 형식을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6차에 걸친 회담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