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근착절(盤根錯節).' 서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라는 뜻으로,처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을 가리킨다. <후한서> 에 나오는 말인데,최근 물러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겼다.
'타면자건(唾面自乾).'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로,처세에는 인내가 필요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지난해 여름 중도 사퇴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자리를 떠나면서 말해 화제가 됐다.
"이런 날림정당으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시대정신과 맞서겠다고 하니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게 하려는 무모한 짓일 뿐이다." 얼마 전 급조된 정치권의 한 신당을 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염두에 둔 말이다.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무모함을 비유한 것이다.
유명인사들이 중요한 순간에 난해한 고사성어를 찾아 자신의 심경을 한마디로 대신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근착절이나 타면자건은 대사전을 뒤적여야 찾아볼 수 있고 당랑거철은 중·고등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비교적 쉽게 접하는 단어다. 이들이 굳이 이런 말들을 골라 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수사학적 효과를 얻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의미상 비슷한 뜻을 지닌 다른 단어로 바꿔 말하는 이 같은 수법은 은유이다. 직설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 사이에서 생기는 틈을 이용한 이런 수사적 표현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갇혀 있는 청자나 사람들에게 '언어적 긴장'을 유발케 함으로써 그 말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물론 글쓰기에서도 이러한 언어의 '시적 기능'(언어학자 야콥슨)이 가져오는 효과는 그대로 적용된다.
당랑거철은 사마귀 당(螳),사마귀 랑(螂),막을 거(拒),바퀴자국 철(轍) 자로 이뤄진 단어다. 글자 그대로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인데 제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제나라 장공(莊公)이 어느날 사냥을 나가는데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바퀴를 내려칠 듯이 덤비는 것이었다. 장공이 무슨 벌레냐고 묻자 신하가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이놈은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을 모르는 게 제 힘은 생각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다"고 답했다. 사마귀가 앞발을 치켜 든 게 마치 도끼를 든 모습과 같다고 하여 당랑지부(螳螂之斧)라고도 한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 힘이라는 뜻에서,아주 미약한 힘이나 병력을 가리킬 때 '당랑력(螳螂力)'이라고 한다.
철없이 함부로 덤비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말 속담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이다. 하룻강아지는 본래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인데,'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강아지'를 가리킨다. '하릅'은 나이가 한 살 된 소,말,개 따위를 이르는 말로,어원적으로는 한 살 정도 된 강아지를 뜻한다. 태어난 지 하루 된 강아지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과 짐승의 나이 세는 법을 구별해 사람에겐 한 살,두 살,세 살… 이라고 했지만 짐승에는 하릅/한습,두릅/이듭,세습… 같은 말을 썼다. 최기호 상명대 교수는 1900년대 초반께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변한 데는,더구나 그 뜻이 '태어난 지 하루 된'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데는 다산 정약용의 역할도 일정 부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은 우리말과 글에 관해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는데,아언각비(雅言覺非,1819년)와 이담속찬(耳談續纂,1820년)을 통해서다. 아언각비에서는 잘 못 쓰는 한자 200여 개를 골라 백성들의 어문생활을 일깨웠고,이담속찬을 통해서는 민간 속담을 집대성했다. 문제는 이담속찬에서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를 한자로 옮기면서 '一日之狗 不知畏虎(일일지구 부지외호)'라 한 것. 다산이 무슨 연유로 한 살을 뜻하는 '하릅'을 '一日'로 옮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어쨌든 이 한자 표현도 함께 통용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타면자건(唾面自乾).'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로,처세에는 인내가 필요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지난해 여름 중도 사퇴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자리를 떠나면서 말해 화제가 됐다.
"이런 날림정당으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시대정신과 맞서겠다고 하니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게 하려는 무모한 짓일 뿐이다." 얼마 전 급조된 정치권의 한 신당을 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염두에 둔 말이다.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무모함을 비유한 것이다.
유명인사들이 중요한 순간에 난해한 고사성어를 찾아 자신의 심경을 한마디로 대신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근착절이나 타면자건은 대사전을 뒤적여야 찾아볼 수 있고 당랑거철은 중·고등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비교적 쉽게 접하는 단어다. 이들이 굳이 이런 말들을 골라 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수사학적 효과를 얻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의미상 비슷한 뜻을 지닌 다른 단어로 바꿔 말하는 이 같은 수법은 은유이다. 직설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 사이에서 생기는 틈을 이용한 이런 수사적 표현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갇혀 있는 청자나 사람들에게 '언어적 긴장'을 유발케 함으로써 그 말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물론 글쓰기에서도 이러한 언어의 '시적 기능'(언어학자 야콥슨)이 가져오는 효과는 그대로 적용된다.
당랑거철은 사마귀 당(螳),사마귀 랑(螂),막을 거(拒),바퀴자국 철(轍) 자로 이뤄진 단어다. 글자 그대로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인데 제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제나라 장공(莊公)이 어느날 사냥을 나가는데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바퀴를 내려칠 듯이 덤비는 것이었다. 장공이 무슨 벌레냐고 묻자 신하가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이놈은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을 모르는 게 제 힘은 생각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다"고 답했다. 사마귀가 앞발을 치켜 든 게 마치 도끼를 든 모습과 같다고 하여 당랑지부(螳螂之斧)라고도 한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 힘이라는 뜻에서,아주 미약한 힘이나 병력을 가리킬 때 '당랑력(螳螂力)'이라고 한다.
철없이 함부로 덤비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말 속담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이다. 하룻강아지는 본래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인데,'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강아지'를 가리킨다. '하릅'은 나이가 한 살 된 소,말,개 따위를 이르는 말로,어원적으로는 한 살 정도 된 강아지를 뜻한다. 태어난 지 하루 된 강아지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과 짐승의 나이 세는 법을 구별해 사람에겐 한 살,두 살,세 살… 이라고 했지만 짐승에는 하릅/한습,두릅/이듭,세습… 같은 말을 썼다. 최기호 상명대 교수는 1900년대 초반께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변한 데는,더구나 그 뜻이 '태어난 지 하루 된'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데는 다산 정약용의 역할도 일정 부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은 우리말과 글에 관해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는데,아언각비(雅言覺非,1819년)와 이담속찬(耳談續纂,1820년)을 통해서다. 아언각비에서는 잘 못 쓰는 한자 200여 개를 골라 백성들의 어문생활을 일깨웠고,이담속찬을 통해서는 민간 속담을 집대성했다. 문제는 이담속찬에서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를 한자로 옮기면서 '一日之狗 不知畏虎(일일지구 부지외호)'라 한 것. 다산이 무슨 연유로 한 살을 뜻하는 '하릅'을 '一日'로 옮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어쨌든 이 한자 표현도 함께 통용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