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재정적자…이민자 문제…전쟁낭비 등 총체적 위기
"미국의 모든 세대는 번영을 위해 그들 방식으로 돈을 소비해야 한다고 교육받으면서 성장했다. 미국의 보통 사람은 스스로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수준의 집에서 살고 감당할 수 없는 차를 몰면서 기분 전환을 위해 홍콩에서 수입될 다음 물건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살고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저축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중국이 영원히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략) 우리는 제국의 소비자 신용 경제가 지리멸렬한 운행을 멈출 날짜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 팍스달러리움(달러의 지배에 의한 평화) 시대를 창조했던 세계는 흐느껴 우는 사람이나 굉음조차 없이 종말을 고할 것이다."
-빌 보너 & 애디슨 위긴,'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Empire of debt(2005)',돈키호테(60~61쪽)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막대한 경제 규모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세계의 분쟁과 테러에 직접 개입하며 '세계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거대 자본을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인의 눈과 귀를 지배한다. 앞선 정치 체제와 군사력으로 몇 백년간 세계를 지배한 로마 제국과 곧잘 비교되는 이유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은 없다. 천년 제국 로마가 망한 이후에도 몽골 제국,잉카 제국,스페인 제국 등 수많은 제국이 일어서고 몰락했다. 16세기부터 세계를 주름잡던 '대영제국'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자리를 내줬다. 미국의 세기는 영원할까. 아니면 다른 역사속 제국들처럼 언젠가 다른 국가에 최강국 자리를 넘겨주게 될까.
이와 관련,데이비드 워커 미국 회계감사원장은 최근 회의론을 들고 나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현재의 미국은 로마의 몰락기와 흡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바깥이 아니라 미 행정부에 대한 감사를 총괄하는 '내부 인물'이 직접 이런 주장을 펼치자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커 원장은 '가슴 서늘하게 만드는 장기 시뮬레이션'으로 비유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현재 '불타는 갑판' 위에 올라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만성적인 의료보험 재원 부족,이민자 문제,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해외 군사작전 등과 관련해 일관된 정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 재정적자는 2480억달러로 전년(3180억달러)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국가채무도 8조9300여억달러(7월 말 기준)에 달한다. 워커 원장은 "국가 채무가 폭발할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국민의 엄청난 소비 수준을 지탱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여기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의료보험 비용도 급증하는데 저축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늘어나는 이민자도 미국에 적지 않은 걱정거리다. 미국에서 이민자는 전 인구의 12%에 달하는 3520여만명. 이들 중 상당수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의 합법화 문제 등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워커 원장은 또 세금 폭등,공공 서비스 위축,외국 정부의 미국 국채 대량 매도 등의 문제에도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도덕적 가치와 교양있는 정치문화가 사라진 점도 우려했다. 여기다 군사행동이 갈수록 오만해지고 있고 해외 멀리까지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멸망하는 로마와 미국의 현 상황이 아주 닮았다고 주장했다.
워커 원장은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서 재정문제와 세대 간 형평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도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에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 확신했다. "이제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할 때라 생각한다. 미국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최초의 국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5년간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며 미국 사회를 바라본 이의 자성의 목소리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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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자리 빼앗는다고? 천만에!"
美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교수
연간 10%씩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빼앗고 세계 최강국이 될까.
미국의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회의론자에 속한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금세기 안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서로 교수는 그 첫번째 이유로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의 신빙성을 꼽았다. 중국이 밝힌 대로 연간 10% 이상 성장했다면 국토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농촌지역을 고려할 때 도시지역 성장률이 33%에 달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늘어난 전력 소비량으로 계산해 봐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대가 아니라 연간 4.5~6% 정도일 것이라는 게 그의 추정이다.
여기다 아무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도 개발도상국이 최대 경제국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서로 교수는 지적했다. 19세기 빠르게 경제를 일으킨 미국도 당시 경제 규모 1위였던 영국을 1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따라잡았다. 일본 역시 메이지유신 이래 150여년간 현대화를 이뤄왔지만 구매력을 감안한 1인당 GDP는 아직 미국의 80% 정도에 그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금융 위기를 겪고는 있지만 미국 역시 제자리걸음은 아니었다. 미국은 1990년 이후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중국 경제성장률이 향후 4%를 유지하고 미국은 지난 15년간 평균 성장률인 3%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2100년 중국의 1인당 GDP는 4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65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로 교수는 따라서 "당분간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압도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시대가 올 수도 있겠지만 22세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의 모든 세대는 번영을 위해 그들 방식으로 돈을 소비해야 한다고 교육받으면서 성장했다. 미국의 보통 사람은 스스로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수준의 집에서 살고 감당할 수 없는 차를 몰면서 기분 전환을 위해 홍콩에서 수입될 다음 물건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살고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저축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중국이 영원히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략) 우리는 제국의 소비자 신용 경제가 지리멸렬한 운행을 멈출 날짜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 팍스달러리움(달러의 지배에 의한 평화) 시대를 창조했던 세계는 흐느껴 우는 사람이나 굉음조차 없이 종말을 고할 것이다."
-빌 보너 & 애디슨 위긴,'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Empire of debt(2005)',돈키호테(60~61쪽)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막대한 경제 규모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세계의 분쟁과 테러에 직접 개입하며 '세계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거대 자본을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인의 눈과 귀를 지배한다. 앞선 정치 체제와 군사력으로 몇 백년간 세계를 지배한 로마 제국과 곧잘 비교되는 이유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은 없다. 천년 제국 로마가 망한 이후에도 몽골 제국,잉카 제국,스페인 제국 등 수많은 제국이 일어서고 몰락했다. 16세기부터 세계를 주름잡던 '대영제국'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자리를 내줬다. 미국의 세기는 영원할까. 아니면 다른 역사속 제국들처럼 언젠가 다른 국가에 최강국 자리를 넘겨주게 될까.
이와 관련,데이비드 워커 미국 회계감사원장은 최근 회의론을 들고 나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현재의 미국은 로마의 몰락기와 흡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바깥이 아니라 미 행정부에 대한 감사를 총괄하는 '내부 인물'이 직접 이런 주장을 펼치자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커 원장은 '가슴 서늘하게 만드는 장기 시뮬레이션'으로 비유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현재 '불타는 갑판' 위에 올라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만성적인 의료보험 재원 부족,이민자 문제,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해외 군사작전 등과 관련해 일관된 정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 재정적자는 2480억달러로 전년(3180억달러)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국가채무도 8조9300여억달러(7월 말 기준)에 달한다. 워커 원장은 "국가 채무가 폭발할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국민의 엄청난 소비 수준을 지탱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여기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의료보험 비용도 급증하는데 저축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늘어나는 이민자도 미국에 적지 않은 걱정거리다. 미국에서 이민자는 전 인구의 12%에 달하는 3520여만명. 이들 중 상당수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의 합법화 문제 등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워커 원장은 또 세금 폭등,공공 서비스 위축,외국 정부의 미국 국채 대량 매도 등의 문제에도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도덕적 가치와 교양있는 정치문화가 사라진 점도 우려했다. 여기다 군사행동이 갈수록 오만해지고 있고 해외 멀리까지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멸망하는 로마와 미국의 현 상황이 아주 닮았다고 주장했다.
워커 원장은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서 재정문제와 세대 간 형평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도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에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 확신했다. "이제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할 때라 생각한다. 미국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최초의 국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5년간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며 미국 사회를 바라본 이의 자성의 목소리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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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자리 빼앗는다고? 천만에!"
美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교수
연간 10%씩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빼앗고 세계 최강국이 될까.
미국의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회의론자에 속한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금세기 안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서로 교수는 그 첫번째 이유로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의 신빙성을 꼽았다. 중국이 밝힌 대로 연간 10% 이상 성장했다면 국토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농촌지역을 고려할 때 도시지역 성장률이 33%에 달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늘어난 전력 소비량으로 계산해 봐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대가 아니라 연간 4.5~6% 정도일 것이라는 게 그의 추정이다.
여기다 아무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도 개발도상국이 최대 경제국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서로 교수는 지적했다. 19세기 빠르게 경제를 일으킨 미국도 당시 경제 규모 1위였던 영국을 1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따라잡았다. 일본 역시 메이지유신 이래 150여년간 현대화를 이뤄왔지만 구매력을 감안한 1인당 GDP는 아직 미국의 80% 정도에 그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금융 위기를 겪고는 있지만 미국 역시 제자리걸음은 아니었다. 미국은 1990년 이후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중국 경제성장률이 향후 4%를 유지하고 미국은 지난 15년간 평균 성장률인 3%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2100년 중국의 1인당 GDP는 4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65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로 교수는 따라서 "당분간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압도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시대가 올 수도 있겠지만 22세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