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비판 문제 해결방안 모두 독창적 접근 필요

자,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보자. 그 중 가장 깨끗한 손가락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대보자. 이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네 번째 손가락을 제시한다. 반지를 꼈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논거도 제시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창의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네 번째 손가락이 가장 깨끗합니다. 사람이 코딱지를 팔 때 새끼손가락으로 파서 첫 번째,두 번째 손가락으로 옮겨 비빈 다음에 세 번째 손가락으로 튕겨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딱지가 묻지 않는 깨끗한 것은 네 번째 손가락입니다"라고,필자가 외부 논술특강에서 쓰는 유머이지만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란 암시가 들어있다. 물론 논술에서는 쓸 수 없는 내용이지만 자신만의 창의성에서 나온 참신한 사례에 해당한다.

[얼쑤!선생의 창의력교실] 1.창의적인 논술 답안이란 무엇인가
통합논술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있다.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나오는 참신함이다. 창의성 있는 문장이 답안에 박혀 반짝반짝 빛을 발할 때 채점자는 흥미를 가진다. 상식적인 내용의 논술 답안은 중간 이하의 점수를 받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진부하다는 것이 이유가 된다. 진부한 내용은 '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한다'는 뜻의 논술과도 맞지 않는다.

통합논술의 문제유형이 있다. '요약,관점의 비판,문제점과 해결방안 제시' 등이 그것이다. 2008학년도 각 대학 논술 모의고사를 분석한 결과이다. 첫째 요약의 문제는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제시문의 내용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만을 골라 논리적으로 쓰면 된다고 말한다. 요약은 물고기의 살을 잘 발라내고 뼈만 추려내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은 창의적인 요약 답안이 아니다. 제시문의 중요한 내용이 그대로 답안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핵심내용의 일부는 그대로 답안으로 쓰여질 수 있으나 요약 답안 전체가 그렇다면 안 된다. 제시문의 의미가 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이 생각한 어휘,문장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유의어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둘째 관점의 비판 문제는 고차원적인 사고 유형이다. 제시문의 관점을 자신의 관점으로(때론 제시문의 관점으로)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의 관점으로 비판한 내용이 창의성과 관련이 깊다. 상식적인 측면에서 비판이 이루어진다면 채점자의 시선을 잡을 수 없다. 쉬운 사례를 들어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을 비판'한다고 해보자. '공부를 해야 의사, 판사가 될 수 있다'의 비판은 상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창의적인 비판이 된다. '의사,판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포부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비판이 들어있는 논술답안은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셋째 문제점과 해결방안 문제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유형이다. 특히 해결방안이 그렇다. 이런 논술문제는 통합논술의 마지막 문제에 해당한다. 배점도 가장 많다. 다음의 사례를 보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보자.

-영월 다목적댐(동강댐) 건설

<찬성론> 홍수 조절 : 수도권 및 남한강 지역 홍수피해를 경감할 수 있다.

<반대론>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 등 희귀 동식물이 수몰되어 생태계가 파괴된다.

- 2008학년도 서울대 2차 모의논술 제시문과 문제를 편집함

만약 제시문에 대한 자신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 수험생들은 찬성이나 반대 중 하나를 택하여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편을 택하든 참신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상식적인 해결 방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홍수 상습지역에 늪지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하면 어떨까? 늪지대는 다목적 댐도,자연 그대로도 아닌 그 중간에서 찾아낸 방안이다. 창의성이 돋보인다. 대규모 늪지는 스펀지와 같이 많은 물을 빨아들였다가 가물면 내보내는 특성이 있다. 또한 대규모 습지인 관계로 미생물, 천연기념물 등 생태계가 조성되고 보전된다. 그 결과 상습적인 홍수지역에 대규모 늪지의 조성은 댐의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를 수용할 수 있다는 창의성을 보인다. 이른바 홍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도 '윈-윈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위의 제시문의 문제점은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을 택하든 다른 쪽의 의견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로 제시하면 된다.

통합논술의 답안 분량은 각 문제당 300~1000자 내외가 된다. 그런 이유로 답안을 두괄식의 본론형식으로 적으면 좋다. 창의적인 핵심 내용을 답안 문단의 맨 위에 배치하여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하면 된다. 창의성은 반드시 논술 고득점을 예약할 것이다.


이번 주부터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에 이어 '얼쑤!선생의 창의력 교실'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얼쑤는 판소리에서 흥겨움을 나타내는 추임새인데,'얼쑤! 선생'은 바로 독특한 강의기법으로 유명한 송탄여고 이도희 선생님(국어)입니다. 한국언론재단 NIE논술강사,경기도교육청 논술연수 강사이며,회원수 1만5400여명에 달하는 다음 카페 '얼쑤논술연구소'(cafe.daum.net/hurrah2)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쑤 선생님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캐낸 창의적 논술쓰기의 노하우를 전국의 생글생글 독자들과 나눕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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