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리의 논술비타민] 11. 死生決斷 논술ㆍ<끝>
옛날 어느 왕국에 외눈박이 임금이 있었다. 화가들로 하여금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간사한 화가들은 임금의 눈을 두 개로 그려 아부했으나 임금은 거짓이 싫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눈을 한 개만 그린 그림도 싫었다. 그런데 한 그림을 본 임금님은 "바로 이것이야!"하면서 滿足하였다. 과연 어떤 그림이었을까? 머리카락으로 한 눈을 가린 그림,한 눈만 보이도록 옆얼굴을 그린 그림,눈 가면을 쓴 그림,윙크하는 그림,손으로 눈 앞에서 V자를 펴 보이는 그림 등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이 밖에 또 어떤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 여러분도 잠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논술 답안이란 이와 같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임금님이라고 할 수 있는 채점교수님들을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다음 그림 역시 논술에 임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개구리가 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해야 될지 각자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이 그림의 개구리처럼 이왕 시작한 논술,사생결단의 자세로 여태껏 살아오면서 보고,듣고,배운 모든 것을 답안에 쏟아부어야 한다. 논제를 분석하고 개요를 작성할 땐, 문학,비문학,만화,영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資料들을 다 짜내어야 한다. 답안을 작성할 때도 연습도 실전처럼,꼭 필요한 낱말만 사용한다는 자세로 글자 한 자 한 자에 온 精誠을 다해야 한다. 논술 준비도 그렇고,시험 치러 가는 차 안에서,사실 안에서는 무엇을 보며 정리해야 할지도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만 이 거센 논술의 狂風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최선을 다하여 서강대 전자공학과 합격증서를 거머쥔 한 학생의 이야기이다. 2007학년도 서강대 수시 전형은 1단계,2단계로 나누어 실시했다. 1단계에서 내신과 논술로 2~3배수를 선발하여,1주일 뒤 2단계에서 전공 구술을 통하여 최종 합격자를 가려내었다. 1단계에서 합격하고 2단계에서 떨어진다면,그 좌절감이란 엄청 커진다. 천신만고 끝에 1단계에 합격하고 2단계 전공 구술을 준비해야 하는데,문제는 아무런 정보나 자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窮理를 하던 끝에 지원한 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학과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고등학교 때 배운 교과목 중,'미적분학'과 '물리'가 있는 것을 發見했다. 그래서 물리와 미적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출제된 문제는 하늘이 도왔는지 구분구적분 문제가 나왔다. 물리와 관련이 있는 체적을 구하는 문제였다. 총 다섯 문제였는데,네 문제를 풀고 나니 시간이 다 되었다면서 도우미가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수험실로 들어가라고 한다. 두 교수님 앞에서 네 문제를 풀고 나머지 한 문제가 생각나지 않아서 힌트를 달라고 조르니 문제만 한 번 읽어 주신다. 재차 힌트를 달라고 하니 또 한 번 문제를 읽어 주신다. 문제를 두 번이나 듣고 나니 풀이가 떠올라서 자신있게 說明을 하니 다음에 보자면서 수고했다고 한다.

'다음에 보자',이 말은 합격이란 뜻이었다. 이 학생이 합격한 秘訣은 매사에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한 자세에 있다.

ghibli58@hanmail.net


한자읽기

死生決斷(사생결단), 滿足(만족), 資料(자료), 精誠(정성), 狂風(광풍), 窮理(궁리), 發見(발견), 說明(설명), 秘訣(비결)


기브리(ghibli,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라는 필명으로 연재된 부산 사직고 김재우 선생님의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이 이번 호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첨삭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담아 독자들의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논술비타민의 후속으로 '얼쑤! 선생의 창의력 교실'을 연재합니다. '얼쑤! 선생'은 경기 송탄여고 이도희 선생님의 필명입니다. 계속해서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개방합니다. 좋은 자료가 있으면 언제든 생글생글 제작팀으로 이메일(nie@hankyung.com)을 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