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립 고교에서 수업시간에 시간표의 과목과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시간표에는 체육이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영어를 배운다든지 하는 식이다. 수능에서 과학탐구를 보지 않는 문과에서는 과학시간에 사회를,사회탐구를 보지 않는 이과에서는 사회시간에 과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현재 7차 교육과정에서 과목들은 크게 인문사회과목군(국어 도덕 사회) 과학기술과목군(수학 과학 기술가정) 예체능과목군(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과목군 교양과목군(한문 교련 교양)으로 나뉘어 있다. 학생들은 고교 2~3학년 동안 반드시 각 과목군에서 한 과목 이상씩 이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학입시의 부담 때문에 이 규정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수능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로서는 입시에 필요한 과목의 수업을 받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다. T여고의 K양(고3,이과)은 "고교 2~3학년 동안 사회 과목 대신 과학을 배워왔다"며 "교육부 방침과 어긋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당장 수능인데 별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과목 수업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자습으로 대체된다는 말도 있었다.

이러한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는 교육부의 통제 안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이로 인해 불공평성도 제기된다. 주요 입시과목에 집중하는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는 교육부의 필수 과목 규정을 더 지킬 수밖에 없어 수능 점수가 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모 공립학교의 한 교사는 "여러 과목을 골고루 하는 것이 학생의 장기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닥쳐오는 입시에서는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불리한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과목이 지나치게 많다''학생들의 인성교육이 부족하다' 등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제도가 개정되어 온 것이 지금의 제7차 교육과정이다(2009학년부터 제8차 교육과정이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바뀐 교육제도도 대학 입시의 부담 때문에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완벽한 교육제도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좀 더 학생들을 배려하는 교육제도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교육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주요 입시과목에 치중하는'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현지 생글기자(전남여고 3년) culiaj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