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모의논술 2차 예시문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1차 예시문제에 비해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논제의 주제는 ‘진보’이며 이와 관련한 서양의 생물학과 동양 고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제시문이 주어졌다.
최근의 통합논술이 제시문의 내용만을 토대로 분석.조합.추론하여 답안을 완성할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반해,이번 논제는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학생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방식의 문제도 내고 있다.
이는 몇 해 전까지의 철학적인 논술 유형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에선 유형이나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은 변별력일 것이다.
변별력의 기준으로 볼 때 이번 문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논제의 주제 자체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깊이 있게 생각할 줄 아는 학생만이 답안을 쓸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 3]은 ‘사회와 문화는 진보해왔는가?’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라고 했는데,학생 뿐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조차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논제엔 4개의 제시문이 있는데.<제시문 1·2>는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두 가지 논의를,<제시문 3·4>는 사회진보에 대한 두 가지 논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문제에서는 생물학의 진화와 사회인문학의 진보의 개념을 연결해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데,이것이 첫 번째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관점을 담고 있는 <제시문 1>과 <제시문 2> 사이의 차이점,그리고 <제시문 3>과 <제시문 4> 사이의 차이점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문제 1] 해설
[문제 1]은 도표 자료와 함께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 대한 비교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도표를 보면 흰색후추나방과 검은색후추나방의 환경적응과 자연선택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제시문 2>를 잘 살펴보면 털없는 코끼리와 털있는 코끼리의 예시가 이와 판박이 구조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표는 <제시문 2>의 내용에 잘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도표와 <제시문 1>의 관계는 어떠한가? 역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환경에 적합한 생물체가 살아남는 다는 주장은 <제시문 1>과 <제시문 2>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주장은 크게 상반되지 않으며 대동소이하다.
다만 <제시문 1>엔 진화현상을 ‘진보’라는 개념과 결부시켰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1>의 핵심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연선택에 의해 일반적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제시문 2>는 예시를 들어 자연선택이 반드시 진보의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두 제시문의 논리적 구조는 진화는 곧 진보라는 하나의 주장과 그에 대한 부분 부정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제시문 1>을 보면, 자연선택의 과정에 대해 ‘번영,유용한,최적자,개량,진보’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선택은 각각의 생물을 그 유기적.비유기적 생존조건과의 관계에서 개량함으로써 그것들을 진보로 이끈다’라는 문장에서 지은이가 자연선택의 과정을 진보로 여김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 ‘만일 단순하고 하등한 형태들이 그들의 단순한 생존조건에 적응되어 있다면 이 형태들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는 이에 반대되며 <제시문 2>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볼 때,<제시문 1>의 지은이가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자연선택이 진보의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보다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단순히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 2] 해설
[문제 1]은 과학 분야의 내용이라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 2]는 동양의 고전에서 발췌된 <제시문 3>과 <제시문 1>의 주장을 연결시켜 비교.분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3>의 논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와 고어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 3>의 핵심 주장은 경쟁을 통한 민족의 진보에 대한 역설이다.
진보의 주체가 개체에서 민족으로 바뀌었을 뿐 <제시문 1>과 같은 논리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시문 1>과의 연결고리는 ‘인성자연’이라는 용어에 함축되어 있다.
‘우주의 생명력이 점차로 개현되어가는 정당한 순서에 부합하는 까닭이다’와 ‘당연히 필 꽃이 인연과 시기를 맞아 피게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인간세계의 원리와 자연.우주의 원리가 하나이며 자연과 인간 모두 진보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이는 <제시문 1>에서 주장한 생물의 질서에 인간의 질서를 대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제시문 3>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민족의 성능은 지리적 조건이나 경제적 정형같이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것에 크게 구속받지만,또 동시에 인성의 일부인 창조력,탄발력,응화력의 발동 정도 여하에 의해 환경과 사세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합당한 개화를 베풀 수 있다’와 ‘가장 험악한 국면을 헤치고 가장 어려운 업적을 이루는 곳에 가장 큰 명예를 얹는 것이다’는 문장은 인간 문명의 진보가 생물학적 진보처럼 단순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창조해야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문제 3] 해설
[문제 3]의 질문 자체는 간단하지만 답안을 쓰기는 매우 어렵다.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하고,‘사회와 문화는 진보해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고 한다.
일단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시문 3>은 문화와 사회가 진보한다는 것을 주장함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장 ‘인류 문화의 서광은 사람이라는 자각에서 비롯하며,인격적 노력으로써 내적 연마와 외적 제복을 누적하는 데 그 발달과 생장이 있었다’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제시문 4>가 주장하는 바는 비교적 명확하지 않다.
글의 형식이 논설문이 아니고 대화를 기록한 것이라 무엇을 주장한 것인지 알기 쉽지 않다.
인용문의 화자인 공자의 논지는 세상이 대동사회에서 소강사회로 변화한 것에 대한 탄식인데,이를 역사가 퇴보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 논지를 진보 문제의 맥락 위에 놓았을 때는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
그러면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한 뒤 자신의 생각을 서술할 때,사회와 문화는 진보한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그 근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일단 제시문의 구성으로 볼 때 답안 작성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제시문 1>,<제시문 2>에서 논하고 있는 자연물은 과연 진보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며, <제시문 1>,<제시문 2>의 자연의 진보와 <제시문 3>,<제시문 4>의 인간 문화의 진보가 과연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
문제에서 제시문을 모두 활용하라고 지시하진 않았지만 제시문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논술의 기본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에 대한 궁극적인 주장은 제시문에 주어진 실마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진보한다거나 퇴보한다고 주장하려면 무엇인 진보인지 그 개념을 정의하는게 필요하데,그게 어렵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시문 2>의 ‘국지적인 적응의 어떤 면도 일반적 진보(이 모호한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든지)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지은이가 진보를 부정한다기보다는 ‘진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또한 <제시문 4>에서는 진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진보라는 개념을 다르게 정의할 겨우 경우 대동사회로부터 소강사회로의 변화를 퇴보라고 읽는 것 뿐만 아니라,진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은 ‘진보해 왔는가’의 문제와 ‘진보해야 하는가’의 문제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제시문 3>의 중심 주장은 ‘진보해야 한다’인데,그 근거는 우주가 필연적으로 진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보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의 주장이며, ‘우주는 진보한다’는 자연적 필연성의 명제이다.
두 가지의 범주는 엄연히 다르며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문제에서 묻고 있는 것은 ‘진보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진보해 왔는가’이므로 답안을 작성하는 학생들은 이 차이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eduhankyung.com
논제의 주제는 ‘진보’이며 이와 관련한 서양의 생물학과 동양 고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제시문이 주어졌다.
최근의 통합논술이 제시문의 내용만을 토대로 분석.조합.추론하여 답안을 완성할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반해,이번 논제는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학생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방식의 문제도 내고 있다.
이는 몇 해 전까지의 철학적인 논술 유형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에선 유형이나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은 변별력일 것이다.
변별력의 기준으로 볼 때 이번 문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논제의 주제 자체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깊이 있게 생각할 줄 아는 학생만이 답안을 쓸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 3]은 ‘사회와 문화는 진보해왔는가?’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라고 했는데,학생 뿐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조차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논제엔 4개의 제시문이 있는데.<제시문 1·2>는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두 가지 논의를,<제시문 3·4>는 사회진보에 대한 두 가지 논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문제에서는 생물학의 진화와 사회인문학의 진보의 개념을 연결해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데,이것이 첫 번째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관점을 담고 있는 <제시문 1>과 <제시문 2> 사이의 차이점,그리고 <제시문 3>과 <제시문 4> 사이의 차이점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문제 1] 해설
[문제 1]은 도표 자료와 함께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 대한 비교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도표를 보면 흰색후추나방과 검은색후추나방의 환경적응과 자연선택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제시문 2>를 잘 살펴보면 털없는 코끼리와 털있는 코끼리의 예시가 이와 판박이 구조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표는 <제시문 2>의 내용에 잘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도표와 <제시문 1>의 관계는 어떠한가? 역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환경에 적합한 생물체가 살아남는 다는 주장은 <제시문 1>과 <제시문 2>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주장은 크게 상반되지 않으며 대동소이하다.
다만 <제시문 1>엔 진화현상을 ‘진보’라는 개념과 결부시켰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1>의 핵심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연선택에 의해 일반적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제시문 2>는 예시를 들어 자연선택이 반드시 진보의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두 제시문의 논리적 구조는 진화는 곧 진보라는 하나의 주장과 그에 대한 부분 부정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제시문 1>을 보면, 자연선택의 과정에 대해 ‘번영,유용한,최적자,개량,진보’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선택은 각각의 생물을 그 유기적.비유기적 생존조건과의 관계에서 개량함으로써 그것들을 진보로 이끈다’라는 문장에서 지은이가 자연선택의 과정을 진보로 여김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 ‘만일 단순하고 하등한 형태들이 그들의 단순한 생존조건에 적응되어 있다면 이 형태들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는 이에 반대되며 <제시문 2>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볼 때,<제시문 1>의 지은이가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자연선택이 진보의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보다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단순히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 2] 해설
[문제 1]은 과학 분야의 내용이라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 2]는 동양의 고전에서 발췌된 <제시문 3>과 <제시문 1>의 주장을 연결시켜 비교.분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3>의 논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와 고어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 3>의 핵심 주장은 경쟁을 통한 민족의 진보에 대한 역설이다.
진보의 주체가 개체에서 민족으로 바뀌었을 뿐 <제시문 1>과 같은 논리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시문 1>과의 연결고리는 ‘인성자연’이라는 용어에 함축되어 있다.
‘우주의 생명력이 점차로 개현되어가는 정당한 순서에 부합하는 까닭이다’와 ‘당연히 필 꽃이 인연과 시기를 맞아 피게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인간세계의 원리와 자연.우주의 원리가 하나이며 자연과 인간 모두 진보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이는 <제시문 1>에서 주장한 생물의 질서에 인간의 질서를 대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제시문 3>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민족의 성능은 지리적 조건이나 경제적 정형같이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것에 크게 구속받지만,또 동시에 인성의 일부인 창조력,탄발력,응화력의 발동 정도 여하에 의해 환경과 사세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합당한 개화를 베풀 수 있다’와 ‘가장 험악한 국면을 헤치고 가장 어려운 업적을 이루는 곳에 가장 큰 명예를 얹는 것이다’는 문장은 인간 문명의 진보가 생물학적 진보처럼 단순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창조해야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문제 3] 해설
[문제 3]의 질문 자체는 간단하지만 답안을 쓰기는 매우 어렵다.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하고,‘사회와 문화는 진보해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고 한다.
일단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시문 3>은 문화와 사회가 진보한다는 것을 주장함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장 ‘인류 문화의 서광은 사람이라는 자각에서 비롯하며,인격적 노력으로써 내적 연마와 외적 제복을 누적하는 데 그 발달과 생장이 있었다’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제시문 4>가 주장하는 바는 비교적 명확하지 않다.
글의 형식이 논설문이 아니고 대화를 기록한 것이라 무엇을 주장한 것인지 알기 쉽지 않다.
인용문의 화자인 공자의 논지는 세상이 대동사회에서 소강사회로 변화한 것에 대한 탄식인데,이를 역사가 퇴보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 논지를 진보 문제의 맥락 위에 놓았을 때는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
그러면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한 뒤 자신의 생각을 서술할 때,사회와 문화는 진보한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그 근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일단 제시문의 구성으로 볼 때 답안 작성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제시문 1>,<제시문 2>에서 논하고 있는 자연물은 과연 진보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며, <제시문 1>,<제시문 2>의 자연의 진보와 <제시문 3>,<제시문 4>의 인간 문화의 진보가 과연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
문제에서 제시문을 모두 활용하라고 지시하진 않았지만 제시문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논술의 기본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에 대한 궁극적인 주장은 제시문에 주어진 실마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진보한다거나 퇴보한다고 주장하려면 무엇인 진보인지 그 개념을 정의하는게 필요하데,그게 어렵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시문 2>의 ‘국지적인 적응의 어떤 면도 일반적 진보(이 모호한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든지)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지은이가 진보를 부정한다기보다는 ‘진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또한 <제시문 4>에서는 진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진보라는 개념을 다르게 정의할 겨우 경우 대동사회로부터 소강사회로의 변화를 퇴보라고 읽는 것 뿐만 아니라,진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은 ‘진보해 왔는가’의 문제와 ‘진보해야 하는가’의 문제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제시문 3>의 중심 주장은 ‘진보해야 한다’인데,그 근거는 우주가 필연적으로 진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보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의 주장이며, ‘우주는 진보한다’는 자연적 필연성의 명제이다.
두 가지의 범주는 엄연히 다르며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문제에서 묻고 있는 것은 ‘진보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진보해 왔는가’이므로 답안을 작성하는 학생들은 이 차이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