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리의 논술비타민] 9. 이런 답안은 싫어요
학생들의 글을 첨삭지도하다 보면 종종 눈에 거슬리는 답안이 보인다. 실전 대입논술이라면 수험생의 답안에서 잘못된 사항을 찾기에 혈안인 대학 채점 교수님의 충혈된 눈에는 더욱 잘 띄게 마련이다. 다음은 채점 교수님들이 싫어하는 비논술적인 문장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실전에서 이런 표현은 철저히 피해야 한다.

1.비유적,감정적,과격한 표현

비유적 표현은 의미의 다양성 때문에 명확하고 단일한 의미를 요구하는 논술에는 적합하지 않다. 논술 초보 단계에 있는 학생은 비유법을 많이 써 거의 수필에 가까운 답안을 종종 쓴다. 논술은 개관적인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과 해결 방법 등을 다루는 글쓰기인데,개인적인 느낌을 담는다면 그것은 일기가 되고 만다. 또 너무 과격한 주장을 하게 되면,교수님들이 무서워서 그런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겠나?

(예)"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무척 기분이 나빠진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

2.글쓰기 중계용 문장

문장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에 대해 고찰해보자' '~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 말한 것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면'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등과 같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중계하거나 보고할 필요는 없다. 이런 표현을 쓰면,글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3.지나치게 도덕적인 표현

어린 학생들이 논술답안의 독자인 채점 교수님을 훈계하는 듯한 표현을 쓴다면,교수님의 기분은 어떨까? 서울대 면접고사 후 소감을 피력한 한 교수님은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너무나 도덕적인 답변'을 거듭했다며 가식적인 자세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다들 대학에 들어가면 국가나 민족,나아가 인류를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란다. 논술 답안에서도 이처럼 도덕적인 내용으로 결론을 맺는다면 채점 교수님들이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4.나쁜 접속어와 좋은 접속어

'하여튼(여하튼, 어쨌든, 좌우간, 하여간…)' 과 같은 접속어는 사용하지 마라. 이런 접속어는 앞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한 말들을 모두 무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좋은 접속어도 있단 말인가? 있다. '왜냐하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접속어는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 앞에 쓰면 아주 좋다. 일주일에 200편 이상의 답안을 채점하는,'주장-논거'로 된 논리적인 답안을 찾는 교수님의 입장에서 보면,'왜냐하면'이란 접속어를 써서 바로 이 문장이 논거임을 눈에 띄기 쉽게 표시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5.제시문 인용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용할 때는 가능하면 사용 어휘를 자신의 말로 바꾸어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출문제의 제시문에 사용된 모든 낱말을 뜻이 비슷한 다른 말로 모두 바꾸어 보는 연습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주장이 아닌 인용한 내용임을 밝혀야 한다.

6.유형어나 저속한 구어체 표현

물론 지나치게 근엄한 표현을 쓸 필요는 없지만,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구어체 투의 유행어나 비속어를 남발하면 안 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에서나 쓰는 기호도 금물이다.

(예) "유기농법은 열라 자연 친화적이다" "그런 방법의 결말은 OTL일 것이다^^*"

7.기타 피해야 할 표현들

그밖에도 단정적이지 않은 애매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일지도 모른다,~라고 아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동문(생각되어진다, 보여진다)이나 1인칭 대명사의 사용,특히 '우리'라는 대명사는 더욱 곤란하다. '우리'는 은근슬쩍 상대방을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게 하는 교묘한 설득 수법이다.

(예)"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반성하려면 혼자 하지 왜 남들까지 끌어들이지?)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는 부산 사직고 김재우 선생님의 필명입니다. 기브리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논술 노하우를 생글생글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브리 선생님은 부산대 사범대와 대학원(국어교육)을 나와 현재 부산교육청 논술지원단과 생글생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에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전국의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개방합니다. 좋은 자료가 있으면 언제든 생글생글 제작팀으로 이메일(nie@hankyung.com)을 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