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면 급락의 위험도 함께 높아져

[Focus] 주가는 왜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일까?
지난 16일 국내 증권사 사장들이 증권업협회에 모였다.

주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오르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사장단은 주가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뾰족한 대책이나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짧은 기간에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급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증권사에서 돈을 꾸어서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를 좀 더 까다롭게 하고 증권사 창구에서 고객들에 대한 투자 지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떨어진다고 온 나라가 난리더니 이번에는 주가가 너무 오른다고 증권사 사장단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해당 기업은 기업가치가 높아져서 좋고 주식 투자자들은 돈을 벌어 좋고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이 더 많아져 좋으니 모든 사람이 행복할 것 같은데 왜 대책을 마련하는 걸까.

◆ 이어지는 주가급등 경고

증권사 사장단들이 모인 것은 그 며칠전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주식 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증시 급등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했다. 부총리뿐 아니라 증시 주변에서도 주가 급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흐름을 보이고 북한 핵 문제의 진전 등 투자환경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라 건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며칠 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올 들어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코스피지수는 1800, 1900선을 단숨에 뛰어넘어 2000선을 위협하고 있다. 올 들어 상승률로 보면, 코스피지수는 세계거래소연맹(WEF)에 소속된 43개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로 널리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현재의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비율)을 놓고 봐도 이제 한국 증시는 결코 저평가됐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주가수익비율은 이미 13배를 넘어서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 주가는 왜 많이 올라도 문제인가

주가가 급등하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위험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확정하고 싶은 강한 유혹에 빠져든다. 또 그때까지 주식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만 돈을 못 버는 초조감에서 주식을 사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과열현상이 절정에 달하면 평소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주부 농부들까지 기업가치를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주식을 구입하는 소위 '묻지마 투자'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사려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팔려는 사람들만 남게 되어 시장은 조그마한 악재에도 큰 충격을 받아 폭락할 수 있다. 한 번 폭락하게 되면 주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폭락장세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과거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에는 예외 없이 폭락과 그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 등이 있어 왔다. 증시 거품 붕괴는 개인의 손실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커다란 충격을 준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투자를 줄이게 되고 개인들의 소비도 위축돼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각국 증시는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움직이고 있어 거대 시장 중 어느 한 곳에서 폭락하면 도미노처럼 그 파장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도 가공할 만큼 클 수 있다.

◆ 주식투자에서 리스크란 무엇인가

주가가 급등락을 할 경우 투자 위험, 즉 리스크도 커진다. 주식투자에서 리스크는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은 경기,금리,원자재 가격,환율 등 경제변수와 정치 사회변수 등 주식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말한다. 시장리스크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주가지수 전체를 오르거나 내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체계적 위험은 소위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투자로 극복할 수 없다.

이에 비해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은 개별주식과 관련된 위험이다. 투자한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기 침체로 이익이 줄어든다든지,경영 잘못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비체계적 위험이다. 비체계적 위험은 분산투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한국 증시에서 비체계적 위험은 15개 이상 종목에 분산투자할 경우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주를 기준으로 할 때 월간 수익률 변동은 88%가량의 비체계적 위험과 12%가량의 체계적 위험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처럼 지속적인 주가 상승기에는 체계적 위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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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고 이자율 인상했는데도 주가가 왜 오르지????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의 오랜 '통념'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이자율 환율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들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주가는 오히려 줄기차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 활황세를 기존의 상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과 원화 가치 상승,유가 상승은 증시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증시는 이 같은 악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콜금리를 올렸지만 당일 주가는 1% 넘게 급등했다. 금리를 올린 것을 두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또 원화 가치가 오르면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내리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원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주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상승했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유가 상승은 제품 원가상승 요인으로 악재이지만 최근 주가와 유가는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격도 투자심리도는 오랫동안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격도는 현재 주가가 이동평균(예를 들어 60일 이동평균은 최근 60일간 주가의 평균)의 몇 %에 해당하느냐를 계산한 수치로 통상 105를 넘으면 과열권으로 간주한다. 또 투자심리도는 특정 기간 중 주가가 상승한 일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70을 넘으면 과열로 보고 주가가 조정을 받을 시점으로 인식된다.

이 지표들은 지난 4월부터 줄기차게 과열권에 머물고 있지만 주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큰 조정 없이 거침없이 올랐다. 증권시장의 전통적인 분석의 툴이 전혀 맞지 않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빈발함에 따라 전문가들도 주가 예측에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지나친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