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수학의 중요성 깨닫고 수학과로 전과 했다구요"
수험생들은 이제 얼마 후 2008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자신이 어떤 과목을 볼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동안 몇 차례 본 모의고사 점수와 평소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과목을 감안해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2008년도 수능에서는 수리 가·나형 가운데 수리 가형을 선택하는 수험생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리 가형은 수리 나형에 비해 시험 범위가 넓고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리 가형을 시험보지 않고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실제로 서울의 한 명문 공대의 수업시간 중 적분기호(∫)를 가리키며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 학생까지 있었다고 교수들이 탄식할 정도로 요즘 고교생들의 수학에 대한 관심과 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최근 '세계의 대학 교육'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서울대의) 이공계 신입생 5명 중 1명은 정규 대학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수학 보충수업이 필요하다"는 서울대 자연대 학장의 말을 전하고 있다. 더구나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 수학은 사회에 나가면 실생활에 거의 활용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심지어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 때부터 수학을 아예 포기한 학생들도 많이 있다.
수학은 왜 공부하는 것이며 나중에 직업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수학은 여러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들을 추상화,계량화하여 그 본질적 성질에 대해 설명하는학문이다.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만 배우는게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계산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문제해결력을 배우는 것이다.
수학을 통해 수리력,추리력,분석적인 사고능력,엄격한 논리체계 및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이러한 것들은 모든 과학의 언어로서 자연과학,공학,인문학,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응용된다.
그러면 수학에서 공부한 것들이 앞으로의 직업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수학은 모든 일, 또는 직업 세계의 밑바탕이 된다. 우리가 어떠한 직업이나 일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논리적인 사고력, 의사결정 능력, 형식적인 표현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수학적인 능력을 갖지 않고서는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학 실력은 과학,행정,산업,무역,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부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 분야의 관제사는 수학의 벡터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고, 보험계리사는 확률,통계 등 수리적 방법을 적용하며,신문 편집자는 통계 그래프의 분석원리를 활용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수학이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직업은 이공학계열 교수, 보험계리인,산업공학 기술자, 외환 딜러, 자연과학 연구원, 에너지공학 기술자 등의 순이었다. 즉, 해당 분야 종사자들에게 현재의 직업에 수학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전혀 필요 없다" 1점, "필요 없다" 2점, "보통이다" 3점, "필요하다" 4점, "매우 필요하다" 5점 등으로 매겨 조사했다. 그 결과 "필요하다" 이상 수준인 직업은 이공학계열 교수(4.72), 보험계리인(4.60), 산업공학 기술자(4.48), 외환 딜러 (4.44), 자연과학 연구원(4.44), 에너지공학 기술자(4.44), 해양공학 기술자(4.40), 전자공학 기술자(4.32), 자동차공학 기술자(4.28),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4.20), 가상현실 전문가(4.20), 환경공학 기술자(4.20), 통신망 설계·운영 기술자(4.18), 전기공학 기술자(4.16), 시장 및 여론조사 전문가(4.08), 금융자산 운용가(4.08), 측량사(4.08), 자연계 중등학교 교사(4.04), 초등학교 교사(4.00), 토목공학 기술자(4.00) 등으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면 보험계리사,수학 및 통계 연구원,수학교사,자연계열 교수 등의 직업을 가지게 된다. 또 이들이 진출하는 분야도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중·고등학교 교원, 은행·보험·증권회사, 정보통신기술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정보처리업체, 정보보안 관련 업체, 통계조사기관, 일반 기업체의 관련분야(전산실,통계실,자료처리실 등) 등과 여론조사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 기초과학지원연구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에 임하는 자세는 어떠한가? 고등학교 때 힘들게 배웠지만 평생 한 번이라도 써먹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갖는 학생들이 많다. 그 결과 아예 수학공부를 포기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공부하지 않으려 한다. 청소년들이 이런 단견을 뛰어넘어 수학에 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을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첫째,생활 현장의 다양한 곳에서 수학적 사고를 적용하는 습관을 갖는다. 수학적 사고를 하면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쉽게 분류하고,그 해법을 찾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의 원리를 활용하면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지구력과 내성이 생겨 삶의 문제 해결이 보다 쉽고 편안해진다.
둘째,앞으로의 사회는 디지털사회,유비쿼터스사회이고 최첨단 산업이 유망 직업이 될 것이다. 그만큼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도 이공계 계통이 인문사회계열보다 졸업 후 연봉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수학을 공부하면 높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셋째,지금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수십년간에 걸친 직업세계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 중·고교 시절 공부하기 힘들다고 수학을 포기하였다간 단순하고 수입도 적은 직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나중에 유망 직업으로 전직하려는데 그 직업이 수학적인 지식을 요구한다면 그때 가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수학은 논리적이고 단계적인 과목이기 때문에 어느 과정의 앞 단계에서 제대로 학습을 하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를 학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넷째,여학생들은 수학에 대하여 더욱 신경을 써야 하겠다. 현재 여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편이지만 수학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우리나라의 수학 성취 수준은 3위였지만, 수학의 성취도의 남녀간 성별 차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컸다. 그만큼 여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남학생에 비하여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부호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처음에 하버드대 법대로 입학하였지만 수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학과로 전과한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게이츠는 수학적 사고력을 발휘하여 MS를 설립했다. 그가 집필한 저서 '미래로 가는 길','생각의 속도' 등에선 수학적 사고력·상상력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 게이츠는 지난 3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혁신시대에 살아남기 위하여 수학교육을 더욱 강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자신의 수학 실력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어떻게 수학 과목을 학습할 것인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당장은 힘들지만 수학을 공부해 두는 것이 앞으로 평생 설계에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