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대우 철폐 취지는 좋은데 일자리 줄어드는 부작용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를 해소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법이 본격 시행도 되기 전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미리부터 비정규직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 잃는 비정규직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유통업계에는 벌써부터 대량 해고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뉴코아에서 일하던 350명의 계약직 계산원들은 지난 6월30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근무하던 자리는 대신 외부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사원들로 채워졌다. 유통업체인 홈에버에서도 2년 미만 비정규직 2000여명이 '일부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회사 방침이 나온 후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비정규직은 이미 회사와의 재계약을 거부당한 상태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코스콤도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 110여명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세계와 우리은행처럼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문 현상이다. 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려 줄 경우 기업들이 추가 부담하는 인건비가 연간 42조6000억원(2005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부분을 외부 용역업체에서 데려다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할 경우 임금·근로시간·휴가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7월1일 이후 계약한 비정규직이 2년 근무하는 2009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레 겁을 먹고 미리부터 근무형태를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왜 부작용 생기나
비정규직 보호법이 진짜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게 될 것인지,아니면 그나마의 일자리까지 빼앗게 될 것인지부터가 헷갈린다.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비정규직에게 그다지 득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당장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불 능력에 한계가 있는 기업 입장에선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상당수 업무를 외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동단체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유럽의 프랑스 스웨덴 수준으로 해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계와 정부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강력히 반대했으나 결국 노동계의 주장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당부분 반영됐다. 파견근로자의 경우도 노동계의 반대로 그 대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당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시스템을 도입키로 했으나 노동계가 반대하는 바람에 파견근로 대상을 26개 업종으로 제한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물러섰다. 파견근로자를 쓸 수 있는 기간도 3년으로 설정했다가 노동계의 주장에 밀려 2년으로 단축됐다.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노동계가 현실을 외면한 채 명분에 집착하고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자칫 비정규직 일자리만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비현실적인 조항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확대시킬 현행 법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안정과 권리보장이 동시에 보장되는 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은 그야말로 최고의 정책목표일 뿐이다.
◆비정규직 왜 늘어나나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을 경영난 타개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인건비가 싸고 구조조정이 쉽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비정규직은 '희망'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은 외환위기를 겪은 뒤 2000년대 들어 부쩍 늘어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년 360만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2년 374만명으로 14만명 늘어난 데 이어 2003년 460만명, 2004년 539만명으로 2년 새 무려 170만명이나 폭증했다. 그 후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005년 548만명,2006년 545만명,2007년 577만명(전체근로자의 37%)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구체적으로 보면 계약직 근로자(기간제)가 3백60여만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66% 가량을 차지, 가장 많다. 다음으로 시간제근로 1백7만여명,일일(단기)근로 66만6000여명,특수고용직(캐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등) 71만여명,용역근로 41만여명,가정 내 근로 17만1000명,파견근로 11만7000명 등의 순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임금이 싸고 해고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체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27만원으로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건강보험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40%에 그친다. 여기에다 경기변동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노조의 잘못된 노동운동 관행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규직 노조가 파업 등으로 임금을 올리면 지불 여력이 줄어든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즉 이전효과(spill-over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시장의 질서를 무시하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만을 목적으로 이들의 임금을 높일 경우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공부할 포인트
-열거주의:
-포괄주의:
-비정규직의 개념:
-특수고용직의 개념: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를 해소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법이 본격 시행도 되기 전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미리부터 비정규직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 잃는 비정규직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유통업계에는 벌써부터 대량 해고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뉴코아에서 일하던 350명의 계약직 계산원들은 지난 6월30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근무하던 자리는 대신 외부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사원들로 채워졌다. 유통업체인 홈에버에서도 2년 미만 비정규직 2000여명이 '일부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회사 방침이 나온 후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비정규직은 이미 회사와의 재계약을 거부당한 상태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코스콤도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 110여명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세계와 우리은행처럼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문 현상이다. 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려 줄 경우 기업들이 추가 부담하는 인건비가 연간 42조6000억원(2005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부분을 외부 용역업체에서 데려다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할 경우 임금·근로시간·휴가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7월1일 이후 계약한 비정규직이 2년 근무하는 2009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레 겁을 먹고 미리부터 근무형태를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왜 부작용 생기나
비정규직 보호법이 진짜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게 될 것인지,아니면 그나마의 일자리까지 빼앗게 될 것인지부터가 헷갈린다.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비정규직에게 그다지 득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당장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불 능력에 한계가 있는 기업 입장에선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상당수 업무를 외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동단체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유럽의 프랑스 스웨덴 수준으로 해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계와 정부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강력히 반대했으나 결국 노동계의 주장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당부분 반영됐다. 파견근로자의 경우도 노동계의 반대로 그 대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당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시스템을 도입키로 했으나 노동계가 반대하는 바람에 파견근로 대상을 26개 업종으로 제한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물러섰다. 파견근로자를 쓸 수 있는 기간도 3년으로 설정했다가 노동계의 주장에 밀려 2년으로 단축됐다.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노동계가 현실을 외면한 채 명분에 집착하고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자칫 비정규직 일자리만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비현실적인 조항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확대시킬 현행 법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안정과 권리보장이 동시에 보장되는 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은 그야말로 최고의 정책목표일 뿐이다.
◆비정규직 왜 늘어나나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을 경영난 타개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인건비가 싸고 구조조정이 쉽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비정규직은 '희망'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은 외환위기를 겪은 뒤 2000년대 들어 부쩍 늘어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년 360만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2년 374만명으로 14만명 늘어난 데 이어 2003년 460만명, 2004년 539만명으로 2년 새 무려 170만명이나 폭증했다. 그 후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005년 548만명,2006년 545만명,2007년 577만명(전체근로자의 37%)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구체적으로 보면 계약직 근로자(기간제)가 3백60여만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66% 가량을 차지, 가장 많다. 다음으로 시간제근로 1백7만여명,일일(단기)근로 66만6000여명,특수고용직(캐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등) 71만여명,용역근로 41만여명,가정 내 근로 17만1000명,파견근로 11만7000명 등의 순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임금이 싸고 해고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체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27만원으로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건강보험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40%에 그친다. 여기에다 경기변동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노조의 잘못된 노동운동 관행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규직 노조가 파업 등으로 임금을 올리면 지불 여력이 줄어든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즉 이전효과(spill-over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시장의 질서를 무시하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만을 목적으로 이들의 임금을 높일 경우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공부할 포인트
-열거주의:
-포괄주의:
-비정규직의 개념:
-특수고용직의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