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7월4일자 A14면

학생부 반영비율 확대,기회균등할당전형 도입 등 정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반발 움직임에 각 대학 총장과 입학처장들에 이어 교수단체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평의회도 정부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4일 오전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이장무 서울대 총장 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내신대란'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류진춘 경북대 교수)와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최영철 단국대 교수)는 3일 공동성명을 통해 "내신반영 비율 50% 확대는 입시정책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행위이며 기회균등할당제는 급조된 대중 인기영합책이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교수평의회도 이날 본회의를 갖고 이르면 10일께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교육부의 입시안 제재 방침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결정키로 했다. 박성현 교수평의회 의장(통계학과)은 "서울대는 입시 계획을 미리 세우고 통계적 분석까지 마친 뒤 확정했는데 이제 와서 바꾸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2일 열렸던 총회에서 나온 교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날 성명서를 냈다. 평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각 대학은 자신이 가르칠 학생을 자신들의 특성과 철학에 따라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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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읽는 경제학] 대입기회균등할당제 도입해야 하나요?
대학입시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비롯 소외계층의 학생을 정원 외로 뽑는 기회균등할당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저소득층 배려를 위해 진작 내놓았어야 할 정책"이라며 반색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선 "전형적인 교육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물론 가난하지만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넓혀준다는 데 대해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정원 외 특별전형을 통합한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도 농어촌학생 재외국민 등 정원 외 특별전형의 법정비율이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의 학력수준 저하,사후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이를 지키는 대학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세계최고 수준(82%)의 대학진학률로 인한 고학력 실업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 정원을 수만명이나 감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데도 2009년 입시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11%(6만4000명)를 정원 외로 뽑는 기회균등할당제를 실시하는 게 타당한지 살펴보자.

◆찬성"빈부격차 감안않은 성적순 전형은 불공정"

기회균등할당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제도는 갈수록 고착화하는 계층의 대물림을 어느 정도 끊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국가의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대학 자율로 시행하는 것이며 현재 서울대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균형선발이나 농어촌학생특별전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만큼 대학이 반대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소득 계층에 따라 전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저소득층을 선발하고 있는 사례 등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누가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실정에 비춰볼 때 빈부격차를 감안하지 않은 성적순 전형이야말로 비교육적이며 불공정한 처사라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기회균등할당제는 잘만 정착되면 선진적 통합사회로 가는 훌륭한 교육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가난을 이유로 한 대입 특혜는 포퓰리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저소득층 지원이 균형있는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대입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마구 입학시키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한다. 특히 저소득층 가운데 대학에 갈 실력을 갖춘 학생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무리하게 이들의 대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농어촌 등 다른 특별전형 대상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많은 지방대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정원 외 입학생들이 이런 학교에 갈리는 만무하며 결국 수도권 몇몇 대학으로 몰려들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에도 역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공교육이 부실해 가난한 수재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데도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대학 입학에 혜택을 줘야 한다며 포퓰리즘에 골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교 교육만으로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고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장학금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부격차 문제는 복지 등 재분배정책으로 해결해야

정부 측은 기회균등할당정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좋은 대학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보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으로 과연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입학 후 수학능력 격차를 극복할 방법이 분명치 않은 데다 재정 문제 또한 만만치 않아 입학에 특혜를 준다고 해서 교육의 기회균등이 실현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더욱이 고등교육을 평등의 입장에서 운영하려는 것은 글로벌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억지로 밀어붙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고 수월성과 경쟁력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의 의지를 꺾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혜택만 베풀 게 아니라 장학금 확대와 교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이들이 실력으로 전체 수험생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교육은 개인과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교육의 결과로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 조세제도나 사회복지제도와 같은 재분배정책을 통해 그 격차를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기회균등할당제=기존의 정원 외 특별전형을 개선하여 사회적 소외계층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별도의 경로를 마련하고,진학 후 장학금 학습능력향상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실질적인 고등교육 접근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을 비롯 농어촌지역,다문화가정,전문계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며,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입학정원 58만명의 11%인 6만40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빠르면 2009학년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지역균형선발제=대학 신입생 선발시 지역간 불균형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는 제도.교과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모집정원의 20% 내외를 선발한다.

내신 위주로 선발함으로써 낙후지역 학생들이 학업 여건이 좋은 대도시 수험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역차별문제 등 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농어촌특별전형=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이 지역 학생들을 대학 정원 외로 선발하는 제도로,1996년에 도입됐다.

법정 모집비율은 4%로 돼 있지만 실제 모집비율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