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리의 논술비타민] 6. 창의적 발상(상)-편들기는 少數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안 된다? 송나라 황제 휘종이 한번은 "어지러운 산,옛 절을 감추었네(亂山藏古寺)"라는 시 구절을 畵題로 화가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했다. 대부분의 화가는 많은 산봉우리와 계곡,그리고 그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고색창연한 절의 모습을 그려 제출했다. 한결같은 화가들의 그림에 실망하고 있던 황제가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거야!"라고 외쳤다. 그 그림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절의 모습은 없었다. 그 대신 숲 속에 조그만 길이 나 있고, 그 길로 스님 한 분이 물을 길어 올라가는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물을 길어 가는 스님이 있으니 그 안 어디엔가 분명히 절이 있을 터이다. 단지 어지럽게 많은 산들의 숲이 이를 감추고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화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장(藏)'의 의미를 화가는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논술 연습문제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俗談을 제시하고 이 속담을 지지하거나 批判하라고 하였더니 61명의 학생 중 57명이 비판하였고 3명이 절충을,단 1명만이 지지하였다. 비판한 학생들의 논거로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 '오늘날 過程은 무시하고 結果만 중시하는 풍토'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 구체적인 예로 부동산 투자로 졸부가 된 사람들의 무분별한 과소비,해외여행 등을 들었다. 무엇을 보고 암기하여 답안을 작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답안의 구조가 한결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합격) 답안과 그렇지 않은(불합격) 답안을 가려내기란 논술 채점의 고수들도 쉽지 않으리라. 절충식의 답안은 아예 불합격 1순위였음은 논외로 치자.

千篇一律的인 학생들의 답안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드디어 지지하는 답안이 나왔다. 순간 눈앞에 섬광이 번쩍 했다. 답안으로부터 상큼한 내음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처음 시작부터가 단순 명료하여 좋았다. 구질구질한 서론 없이 바로 자신의 주장을 첫머리에 위치시켰다. '이 속담을 지지한다'로 시작한 학생의 답안을 조심스럽게 읽어내려 갔다. 논거가 적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도 예쁘게 보인다더니 논거로 든 예까지도 어쩌면 이렇게 적절한지…. 식량이 부족하여 하루에도 수십 명씩 기아로 죽어가고 있는 나라에 인권이니,민주화니를 요구하며 식량 원조를 머뭇거리고 있는 선진국들을 예로 들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함을 논술하였다. 인권,민주화 등을 과정으로 보고,식량 원조를 결과로 보았다. 우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 놓고 보자는 주장이다. 또 하나의 논거는 국가 간의 전쟁에서 신사적인 전쟁 방법만 고집하다가 전쟁에서 져 나라가 망하게 된 경우를 예로 들었다. 여기선 신사적인 전쟁 방법은 과정에 해당되고,전쟁에서 져 나라가 망함은 결과라는 것이다. 전쟁에 지고나면 국민은 노예가 되니 신사적인 국민성도 소용없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흥부보다는 놀부 편을,유행과 동성연애는 지지를…등등 가능하면 少數를 편드는 것이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비결임을 알자. 그러나 이때 조심해야 할 사항도 있다. 좁은 길을 택하는 경우 주장에 맞는 좋은 예를 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소수를 택하여 아무리 주장이 참신해도 그 논거가 적절하지 않거나 주장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좋은 점수는 고사하고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소수를 편들기는 하되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기만 한 사고방식은 위험하다는 것도 명심하길….

수시의 경우는 경쟁률이 낮아도 10 대 1,어느 정도면 20~30 대 1,높으면 50 대 1이 넘는 실정인데 평범한 답안이 되어서야 어찌 合格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자~수험생 여러분,창의적 발상이 없이는 합격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겠는가? 적절한 논거를 들 자신만 있다면,소수의 편이 되어 내년 이맘때쯤엔 각자가 원하던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고 있기를…. 다음 주에는 이와 관련된 기출 문제 몇 개를 분석해 보도록 하자.


<한자읽기>

少數(소수),畵題(화제),俗談(속담),批判(비판),過程(과정),結果(결과),千篇一律的(천편일률적),合格(합격)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는 부산 사직고 김재우 선생님의 필명입니다.기브리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논술 노하우를 공개합니다.기브리 선생님은 부산대 사범대와 대학원(국어교육)을 나와 현재 부산교육청 논술지원단과 생글생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기브리의 논술비타민'에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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