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라도 '놀토'에 문 열어줬으면

고등학생들은 은행 병원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 야간 자율학습과 주 5일제가 주요인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밤 9시나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몇몇 고교에서는 주말에도 자율학습이 오후까지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아파도 참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주 5일제를 실시하는 은행,우체국,동사무소 등은 이용조차 어렵다.

옥영무 학생(용마고 3학년)은 "중학교 시절에는 은행에 정기적으로 가서 저금을 했는데 고등학생이 된 후로 한 번도 은행에 가 본 적이 없다"며 "저금통장을 확인하는 기쁨이 ATM(자동입출금기)으로 대체돼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은 동사무소를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주말마다 동사무소가 휴무이다 보니 생일이 늦어 주민등록증을 고3 때 만들어야 하는 경우나 유학하는 학생은 정규 수업을 빼먹으며 평일 낮에 동사무소를 찾아가야 한다. 이양규 학생(부산 다대고 3학년)은 "학기 중에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는데 특정한 시간대에 해결해야 돼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등으로 질병에 시달린다. 그러나 일찍 끝나는 진료시간 때문에 할 수 없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해 그때그때 통증만 가라앉히는 실정이다. 불가피하게 병원에 가야 할 경우에는 보충 수업,심지어 정규 수업까지 빠져야 한다. 스트레스성 턱 마비와 장염으로 고생하는 권지나 학생(성지여고 3학년)은 "수업을 빠지면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고3이라는 상황에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공부가 건강보다 우선일까 하는 의문까지 생긴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치아 교정 중인 정선우 학생(성지여고 3학년) 역시 "보충 수업을 듣지 못하고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치료받는 내내 불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 측이 학생들을 마음껏 조퇴시켜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생리공결'이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게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등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힘든 공공기관들이 많다. 학생들은 병원이 약국처럼 '번'을 정하여 운영하고 은행,동사무소 등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놀토'와 겹치는 주말에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슬 생글기자(마산 성지여고 3년) happy278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