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성찰 다루는 책 적어 아쉬워

[생글기자 코너] 범람하는 처세술 책들 읽어야 하나?
최근 몇 년간 구입한 책의 목록을 한 번 살펴보자.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목록에는 자기 개발서 또는 처세서가 한 권쯤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성공학,화법,매너,협상,인간관계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책들이 어느 순간 우리들의 필독서가 되어 있다. 누구나 들어 보았을 '선물''마시멜로 이야기''긍정의 힘''전쟁의 기술' 등이 그 예이다. 대형 서점은 이 같은 책들을 취급하는 전문 코너를 만들었고,인터넷 서점들도 할인 혜택을 주며 판매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출판업계도 순수 문학보다 자기 개발을 다루는 책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처세와 자기 개발을 다룬 도서들이 이렇게 급속도로 우리 생활에 파고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 내에서 조금이나마 앞서 나가기 위해서이다. 더 빠르고 많은 정보와 자신과 유사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경기대 박성붕 교수(다중매체영상학부)는 TV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에서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을 예로 들며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처세 관련 도서들 속에서 깨달음을 주는 책은 보기 힘들다. 상대를 적으로,또는 잘 보여야 하는 존재로 보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가지는 지나친 불안 때문이다. 운동이 건강에 좋은 줄 알면서도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빠짐 없이 챙겨 보는 것과 비슷하다. '○세에 꼭 해야 할 일'이란 제목을 보고 쉽사리 눈이 안 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김송균 학생(성신고 3년)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반드시 알아야 할 습관에 대해 다룬 책 광고를 보고 고민 끝에 주문했다. 충동적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uhaks'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과연 이러한 책들이 자아 개발에 도움을 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라'고 하면서 부담 없이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생각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기 개발을 하려는 열정이나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친절하라' '노력하라' '정직하라'와 같은 진부한 말이나 알려진 이야기를 우화,소설식으로 재탕하고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출판 마케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권위에 의존하여 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무조건적으로 누군가가 제시한 길만을 따라 걷는 것은 아닌지를 한번쯤 고려해 볼 때이다.

윤승철 생글기자(울산 성신고 3년) tmdcjf23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