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리의 논술비타민] 5. 논술을 위한 독서는 따로 있다
'논술' 하면 논리적인 글쓰기를 떠올리고,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풍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고,배경 지식을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논술 광풍에 편승하여 많은 출판사에서 논술 관련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위 논술 전문가들은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가 중요함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TV나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다들 외쳐댄다. 맞는 말이다.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독서만 한다고 논술 실력이 향상될까?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고3쯤 되고 보면,논술을 위하여 시간을 내어 독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독서를 한다면,중학교 때나,아니면 고1,2 때라야만 어느 정도 시간이라도 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때에도 논술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작정 많은 책들을 읽을 것이 아니라,논술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불량스러운(?) 의식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논술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그에 적합한 책을 골라 읽으면 좋다. 물론 이때에 비판적 읽기도 병행하여야 한다. 비판적 읽기란,글의 쟁점과 주장하는 바와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 소설과 같은 문학 서적은 제목,지은이,주인공,줄거리 등은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한다. 비문학 전공 서적은 제목과 지은이,중심 내용,특히 주요 용어 등을 메모하여 암기해 두면 논술 답안 작성에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간 독서한 양도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여태껏 읽은 책의 내용도 도무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고3들이다. 그렇다고 내신이나 수능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 판에 한가하게 독서를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자~,고3 여러분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각자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공부를 하다가 쉬는 시간 틈틈이 독서를 해야 한다면 논술과 관련된 책을 정선하여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읽을 수밖에 없다. 이때에도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러이러한 내용의 논제에 활용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내용들은 논술 노트를 정하여 반드시 기록해 두도록 하자. 이 논술 노트야말로 나중에 논술고사장에 가서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비법 노트가 된다. 이 방법은 작년(2007학년도) 서강대 수시 2학기에 지원하여 합격한 한 학생의 효과 만점인 논술 학습 비법이기도 하다. 서강대 자연계 논술은 수리과학 논술 두 문제와 언어논술 한 문제로 되어 있다. 언어논술은 맹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문제였다. 고사장에 입실하고 난 후,가지고 간 논술 노트를 보며 정리를 하였는데,그때 본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답안에 인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 윤직원 영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주인공은…'이라고 했는데도 채점 교수님들에게는 어필이 되었는지 30,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었다. 같은 고사실에서 논술 시험을 친 수험생들 중,자신처럼 문학 작품이나 용어 정리 노트를 준비해온 수험생은 단 한 명만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다음은 자신이 읽은 문학 작품과 전문 용어 등을 논술에 써먹기 위해 기록한 한 학생의 논술 노트 내용이다.

■카프카(Franz Kafka)의 '변신'

▷의의=어느 날 아침 갑자기 거대한 갑충으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를 통하여 현대 사회의 인간소외 현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현대 문명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모습을 형상화한 표현주의적,실존주의 소설이다.

▷활용=인간 소외,인간 존재의 허무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가격이 올라도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하버드 경제학 교수였던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1950년 '수요이론에 있어서의 유행,속물,그리고 베블런 효과'라는 논설에서 특정 재화의 경우 일반적인 수요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2006. 5. 15 한국경제신문

▷활용=경제,과소비,환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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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는 부산 사직고 김재우 선생님의 필명입니다. 기브리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논술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기브리 선생님은 부산대 사범대와 대학원(국어교육)을 나와 현재 부산교육청 논술지원단과 생글생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에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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