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채점 기준에서 창의력이 가장 큰 점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서울대 채점 기준에 따르면 창의력은 30~40%를 차지한다. 도대체 창의력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창의적 발상'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한다. 둘 중,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을 뜻한다. 특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응용해 주어진 문제 해결을 위하여 사용할 때,이를 가리켜 '수렴적 창의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창의력의 개념이나 방법을 좀 더 좁혀 보기로 하자. 창의적인 답안을 쓰기 위한 노하우의 하나는 다소 위험한 접근일 수도 있겠지만,어쩌면 2005학년도 서울대 모의논술 고사 답안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은 채점 결과 최고점을 받은 여고생의 답안에 대한 교수님의 채점 소감이다.

"(…) 이러한 식의 논지 전개가 갖는 문제는 현대사회의 문제에 관한 천편일률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다는 점인데 이 글은 창조적인 예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논증력 26점/30점)"

"이 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창의적인 논리 전개이다.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풍부한 예들(카프카의 '변신',헤세의 '데미안')과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논의를 결부시킴으로써 글의 흐름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이 글의 돋보이는 점이다. 특히 도입부에 나오는 우화는 문제를 고찰하는 신선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논의의 중요한 마디마다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검토를 집어넣음으로써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창의력 35점/40점)"

최고점을 받은 이 학생의 답안 점수는 86점으로,2등인 학생의 점수 75점보다 무려 11점이나 더 받았다. 위의 채점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창의력이란 주장보다는 논거(예)의 참신성 내지 적절성을 말한다. 이 답안에서 참신한 논거란 주로 문학 작품의 인용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창의력을 참신성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적어도 상당한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답안에서 인용한 문학 작품을 보면 수험생이 여태껏 읽어온 독서의 양과 그 수준을 짐작할 수가 있다.

논술 수업을 받는 고3 학생 90명을 대상으로 하여 카프카의 '변신'이란 작품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작품 제목을 들어 본 학생은 25명 정도였고,읽어 본 학생은 7명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어떤 논제에 인용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독서한 학생은 3명밖에 없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많은 독서를 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논술고사에서 작품과 관련된 논제가 출제되었을 때,과연 작품을 인용할 수 있는 학생은 또 얼마나 될지가 문제였다.

그러나 생글 독자 여러분은 앞으로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가능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논제에 적절한 작품이 전제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얼음보숭이 중 '보석바'라는 게 있다. 군데군데 보석처럼 형형색색의 얼음 알갱이가 박혀 있는 아이스콘이다. 보석바에 박혀 있는 빛나는 보석처럼 답안에 적절하고도 멋진 문학 작품 한두 편 인용하여 창의력에서 점수를 듬뿍 받아 보자. 논술을 위한 독서의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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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는 부산 사직고 김재우 선생님의 필명입니다. 기브리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논술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기브리 선생님은 부산대 사범대와 대학원(국어교육)을 나와 현재 부산교육청 논술지원단과 생글생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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