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의ㆍ치ㆍ한(의대ㆍ치대ㆍ한의대) 열풍' 속에 한 고등학생이 이공계 살리기 캠페인을 주도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화제다. 지방 소재 인문계 고교 3학년인 송모군(본인이 학교명과 실명을 밝히길 꺼림)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포스텍 ★ 카이스트 ☆ 서울대 합격하자~!'(http://cafe.naver.com/kongdae)가 바로 그것.
송군은 고 1이던 2005년 11월 인터넷을 활용하며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카페를 개설했다. '둘은하나'라는 필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송군은 자신의 이메일 첨부 문구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08학번'으로 붙여놨다. 중학교 때부터 공학도를 꿈꿨고 이런 이공계 사랑을 카페 운영이라는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송군은 "당시 2008학년도 입시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는데 서울·수도권 학생들을 모으고 다양한 입시 정보를 공유해 지방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국내 대표적 공과대학인 포스텍, KAIST, 서울대 공대의 각종 입시 정보에서부터 진학 상담,해외 국비유학 정보, 각 대학 시험문제 등까지 총망라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자연계 통합논술 △일반 고교 조기졸업 △각종 경시대회, 올림피아드와 일본 공대 국비유학 등 이색 자료까지 제공한다.
카페를 운영한 지 1년 반 동안 회원 수는 약 1만650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의 80%가 고교생이지만 나머지는 이공계 대학생, 학교 교사, 학원 강사와 과학자 등 이공계 직종 종사자들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카페를 거쳐 공대에 진학한 대학생 회원들은 고교생 후배들의 진학에 관한 각종 고민을 상담해 주는 멘토(mentor·조언자·후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군은 "단순한 입시정보 교환 카페가 아니라 대학생 선배들이 학과 선택을 조언해 주고 '대학→대학원→직업'으로 이어지는 진로를 고민하는 고교생들에겐 실제 이공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답을 해 주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카페 회원들도 단지 수능 점수에 의해 자신의 진로가 결정되는 점을 아쉬워하며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서울대 등 각 대학들도 의대·한의대·치대로 가 버리는 학생들을 과학자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카페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이 카페에선 지난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설문 조사도 벌여 그 결과를 각 대학에 전달하기도 했다. 설문 결과 고교생들이 소신을 갖고 이공계를 지망하지만 막상 대학·학과를 선택할 때는 현실적인 보수, 사회적 인식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대와 의대에 동시에 합격했을 경우 70%가 의대를 택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학·정부·과학 관련 기관의 장기적 지원 △열악한 연구환경 개선 △과학자·연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꼽혔다. 또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일부 언론이 너무 흥미 위주로 부풀려 이공계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공계 죽이기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송군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방 학생들이 심층 면접을 준비하는 데 대치동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을 찾지 않고 카페 자료만으로도 시험을 잘 보았다며 고마움을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선호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원가의 여러 입시 자료나 수업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제 또래 학생들이 최고의 자료를 가지고 사교육에 버금가는 공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포부를 당당하게 내비쳤다.
카페 운영으로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고1 때 자료들을 거의 모아뒀기 때문에 지금은 공부하다 지칠 때 하루 10분 정도만 관리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카페 개설 초기부터 아이디 'KHY'님과 'harimin**'님이 상담과 자료 등에 많은 도움을 줘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패기 있는 한 지방 고교생이 만든 이 카페가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형규 한국경제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송군은 고 1이던 2005년 11월 인터넷을 활용하며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카페를 개설했다. '둘은하나'라는 필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송군은 자신의 이메일 첨부 문구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08학번'으로 붙여놨다. 중학교 때부터 공학도를 꿈꿨고 이런 이공계 사랑을 카페 운영이라는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송군은 "당시 2008학년도 입시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는데 서울·수도권 학생들을 모으고 다양한 입시 정보를 공유해 지방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국내 대표적 공과대학인 포스텍, KAIST, 서울대 공대의 각종 입시 정보에서부터 진학 상담,해외 국비유학 정보, 각 대학 시험문제 등까지 총망라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자연계 통합논술 △일반 고교 조기졸업 △각종 경시대회, 올림피아드와 일본 공대 국비유학 등 이색 자료까지 제공한다.
카페를 운영한 지 1년 반 동안 회원 수는 약 1만650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의 80%가 고교생이지만 나머지는 이공계 대학생, 학교 교사, 학원 강사와 과학자 등 이공계 직종 종사자들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카페를 거쳐 공대에 진학한 대학생 회원들은 고교생 후배들의 진학에 관한 각종 고민을 상담해 주는 멘토(mentor·조언자·후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군은 "단순한 입시정보 교환 카페가 아니라 대학생 선배들이 학과 선택을 조언해 주고 '대학→대학원→직업'으로 이어지는 진로를 고민하는 고교생들에겐 실제 이공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답을 해 주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카페 회원들도 단지 수능 점수에 의해 자신의 진로가 결정되는 점을 아쉬워하며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서울대 등 각 대학들도 의대·한의대·치대로 가 버리는 학생들을 과학자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카페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이 카페에선 지난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설문 조사도 벌여 그 결과를 각 대학에 전달하기도 했다. 설문 결과 고교생들이 소신을 갖고 이공계를 지망하지만 막상 대학·학과를 선택할 때는 현실적인 보수, 사회적 인식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대와 의대에 동시에 합격했을 경우 70%가 의대를 택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학·정부·과학 관련 기관의 장기적 지원 △열악한 연구환경 개선 △과학자·연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꼽혔다. 또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일부 언론이 너무 흥미 위주로 부풀려 이공계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공계 죽이기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송군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방 학생들이 심층 면접을 준비하는 데 대치동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을 찾지 않고 카페 자료만으로도 시험을 잘 보았다며 고마움을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선호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원가의 여러 입시 자료나 수업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제 또래 학생들이 최고의 자료를 가지고 사교육에 버금가는 공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포부를 당당하게 내비쳤다.
카페 운영으로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고1 때 자료들을 거의 모아뒀기 때문에 지금은 공부하다 지칠 때 하루 10분 정도만 관리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카페 개설 초기부터 아이디 'KHY'님과 'harimin**'님이 상담과 자료 등에 많은 도움을 줘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패기 있는 한 지방 고교생이 만든 이 카페가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형규 한국경제 연구위원 ohk@hankyung.com